여마스카이 키워드 <바보같은 정직함>

 

어디 뒀어싱긋 웃으며 카이토를 바라보았다그러니까내가 어제 먹으려고 사놓은 아이스크림 어디다 뒀냐구똑같은 질문을 어투만 바꿔서 물어 본지가 삼십분이다장난스레 물었던 처음과 달리 웃는 눈에서는 먹지 못한 아이스크림에서 나올 법 한 서슬퍼런 냉기가 피어올랐다.

 

맨날 너 먹이느라 한 번도 못먹어 본 내 아이스크림..어디 갔냐고.”

 

답은 이미 눈앞에 안절부절 못하는 카이토로 결정 나 있었다둘만이 사는 집에 도둑이 들어와 아이스크림만 먹고 갈 리도 없을 테니 말이다먹고싶어서 먹었다는 한 마디면 용서 해 주려고 했는데 우물쭈물 하며 카이토는 줄곧 고개숙인 채였다잘못 한 건 아는지 쇼파에서 조용히 내려와 무릎을 꿇고 있었다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마스터는 이를 으득이며 볼을 잡아당겼다얼마 전까지 아이스크림을 우물거리고 있었을 말랑한 볼이 손에 가득 잡혔다.

 

너 나 답답해서 죽는 거 볼 거야먹었잖아!! 인정하라고!!!”

아악!!! !!! 죄송해여!!”

귀찮게 하네정말먹었으면 먹었다고 하라고죽고 싶어?”

아여...나주세여..제송해여..”

 

아휴한숨을 쉬고 손을 떼자 카이토는 얼얼한지 볼에 손바닥을 만지작거렸다채찍을 주었으니 이젠 당근을 줄 차례였다.

 

그래왜 솔직하게 말 안했어내가 먹었다고 널 때리겠니어쩌겠니..”

..그치만마스터가 나를 싫어하게 될까봐..”

 

카이토는 여전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그럼 먹질 말든지하는 허탈한 문장이 떠올랐지만 풀 죽은 강아지처럼 축 처진 눈을 하는 카이토에게 나는 안기라는 투로 팔을 벌렸다.불이 켜진 듯 밝아진 표정으로 품에 커다랗게 안겨서는 어깨에 고개를 부볐다.

 

..마스터 너무좋아요다시는 안 뺏어먹을게요.”

먹어도 되는데말을 하라고거짓말을 못한다고 말을 안 하면 어떡하니.”

 

바보야살짝 머리를 쥐어박자 카이토는 눈을 바라보고 바보같이 미소 지었다



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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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 같아]

 

마스터가 회사 연수를 떠난 지 사흘째나는 방안에서 장판에 달라붙어 죽어가고 있었다.마스터가 없는 텅 빈 집을 지키는 건 힘든 일이다어딜 가도 마스터와 함께 했던 자리라서나는 일주일도 안 된 생생한 메모리를 돌려보며 혼자서 울적하게 창문을 바라보다 무심코 콧잔등에 떨어지는 물기를 닦아낸다햇빛이 밝은 화창한 날이라 마스터와 함께 산책을 가면 좋았을 텐데혼자서는 노래를 불러도 허공에 혼잣말 하는 것이나 다름없어서 하나도 신나지 않아서 노랫말은 점점 잦아들었다.

 

마스터가 보고 싶어 죽어버릴 것 같아..”

 

이런 감정은 차라리 사라져 버리면 좋을 텐데정의하기 힘든 그리움과 텅 빈 자리에는 잦아든 노랫말의 무덤에 나는 기도한다마스터도 나와 같은 무덤 아래 당신만의 감정을 묻어두고 있다고떨어져 있지만 같은 곳에서 기도 하고 있다면 지금은 울고 있지만눈물의 무덤은 아깝지 않아.


 


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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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정말....올릴때마다 심장백번씩 후벼파는 강력한 흑역사의 기운



The Office! 02


따사로운 아침의 가을햇볕이 오피스텔의 큰 창문으로 쏟아졌다. 겨울에는 춥다는 큰 단점이 있지만 아침에 시끄럽고 인위적인 알람소리로 일어나는것이 아니라 눈으로 쏟아지고 몸에 따스한 느낌이 들며 서서히 일어나게 되는것을 포기할수가 없었다. 아무렇게나 주워입은 커다란 티셔츠를 걸친 과장님은 이불속에서 배게 맡에 두었던 핸드폰을 확인했다.

얼마전에 길거리 호객꾼한테 잡혀 거의 반 강제로 바꾼 스마트폰이란것은 그에게 퍽 어려운것이였다. 버튼을 누르는데 익숙했던것이 터치로 바뀌면서 문자 하나 보내는것도 엄청난 시간을 필요로 했다. 폰을 산 다음날 회사로 들고가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대리한테 부탁하여 이것저것 다운받고, 이렇게 이렇게 하면 확인 할 수 있단것을 배운후엔 다른것엔 일절 손대지 않았다. 익숙하게 잠금해제를 하고 달력을 폈다.

 

오늘의 일정 : 메이코 과장님 결혼식 오후 3시, MerryMarry결혼식장.

 

하루종일 이불속에서 뒹굴거릴려던 자신의 계획이 실패하자 과장님은 머리를 북북흐트렸다. 이미 일어난 시간도 오전 열한시로, 이른시간이 아니였기에 당장 일어나 준비해야지-하고 생각했지만 푹신한 이불과 따뜻한 햇살은 하나의 헤어날수 없는 늪을 만들었다. 잠으로는 풀리지 않는 피로를 안은 과장님은 노곤노곤하게 삼십분 정도 더 이불에 파묻혀 있었다.
마음속으로 일분만더, 일분만더 하던것을 시계를 보니 열두시 사십분이였다. 이젠 어쩔수 없는 한계시간에 도달한것을 인정하고 휘적휘적 화장실로 향했다.


평소엔 회사의 경조사라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참여하지 않았지만, 메이코 과장님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 후배로 들어온 메이코는 다른 부서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그와 마주쳤고, 싹싹하고 시원시원한 말투로 처음만난 사람에게 어수룩한 카이토과장을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오랫만에 회사에 친근하게 지낼 사람이 생겨 기뻤던 과장님도 메이코과장이 싫지 않았고, 사랑은 아니지만 어느정도의 좋음이 생겨났다. 자연스럽게 회사를 마치고 밥을 먹는 일도 생기고, 술을 마시는 일도 생겼다. 회사생활의 어려움을 같이 공유하는것이 카이토 과장은 좋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혹시 메이코과장님과 사귀게 된다면 .. 하고 남모르게 망상을 해보곤 했다. 좀더 친해지면 고백을 해볼까- 밥 한번 더 먹으면 고백해볼까, 하고 한달 두달을 미약한 가슴두근거림으로 보내던 과장님께 일이 바빠 만나지 못할것같아요, 라는 연락을 남기고 메이코과장은 결혼소식을 알려왔다.

 

아,사랑은 아니였으니까. 괜찮아.

 

축하드립니다..하고 문자를 하던 날 카이토 과장은 오피스텔에서 홀로 술을 마셨다. 
회사에서 가장 먼저 결혼소식을 알게된건 메이코과장님의 배려였음을 생각하니, 그녀는 참 좋은여자란 생각이 들었다.
얼마뒤 그녀는 결혼할사람과 자신의 사진을 넣은 청첩장을 회사에 돌렸고, 카이토과장을 찾아와

 

" 과장님, 꼭 오셔야해요! 저 기다릴꺼니까요. 알겠죠? " 
" 네에, 알겠습니다. 누구결혼식인데요.. 꼭 가야죠. " 하고 구두약속을 받아내갔다.

 

샤워를 마친 카이토 과장은 옷장속에서 제일 깔끔한 검은색 정장을 입고, 빨간 넥타이를 했다. 메이코과장의 이미지는 항상 붉은색이였으니까, 따뜻한 불같은 그 느낌까진 아니더라도 샛빨간 색이아닌 약간 밝그스러운 색이라 마음에 들어 사두었던 것이다. 
항상 부시시하게 나가던 머리도 깔끔하게 빗질을 하고, 평소엔 절대로 뿌리지 않는 언젠가 선물받은 남성용 향수를 뿌렸다. 시원한 향이 몸 전체로 스며들어 그는 기분이 좋아졌다.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았을때 꽤나 깔끔한 모습이라 그는 마음에 들어 생긋 웃었다. 작은 검정색 크로스백에 지갑과 청첩장을 넣고 아무도 들을사람 없는 "다녀오겠습니다" 를 중얼거린후 문을 나섰다.

 

 

 

 

*

 

 

 

 

과장님이 예식장에 도착한건 예상보다 조금 늦은 두시반이였다. 청첩장의 지도는 무심하게도 주변의 건물을 모두 삭제한 상태로 자신의 건물 위치만 떡하니 적혀있어, 비슷한곳에 도착하면 대충 찾아들어가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론 찾을수가 없었다. 이리저리 헤메는 사이 자가용을 단체로 오는 회사사람들을 만나 같이 들어 올수 있게 되었다. 얼굴과 이름정도만 아는 사람들이 어색하기 짝이없었지만 그래도 과장님은 어색한 웃음이라도 지어 예의를 지켰다. 그들은 과장님이 모를 이야기를 했고, 과장님또한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은채 신부대기실을 눈으로 찾았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과 한복을 입은 친지들로 가득한 예식장홀은 시장통급 데시벨을 냈다. 회사사람들이 모여있는 신부측 자리로 자리를 옮기니 부서 사람들이 있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과장님을 보곤 반가운듯이 손을 흔들어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대리님을 보고 그는 왠지 마음이 놓여 쪼르르 달려갔다.

 

" 와, 과장님 오늘 힘좀 주셨네요? "

" 아이고 무슨 .. 대리님이야 말로 오늘 새 양복 입으셨나요? "

" 새 양복살 돈이 어딨습니까 .. 오늘 축의금도 겨우 마련해 왔다구요 "

 

신부측 명단에 이름을 적고, 축의금 봉투를 테이블앞의 남자에게 주었다. 그는 자신이 메이코 과장의 동생인 메이토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갈색빛의 머리와 시원시원한 웃음이 누나와 닮은 준수한 청년이였다.
그리고 악수를 하며 카이토과장을 뚫어지게 쳐다본후 예의 웃음을 지으며 질문했다.

 

" 혹시 카이토 과장님되십니까? "

" 어? 네 .. 어떻게 아십니까? "

" 누나가 과장님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보기드문 파란빛머리와 파란눈을 가진 멋진분이시라고 "

 

네에, 그렇군요 .. 하는 뒷맛이 씁쓸했다. 메이토씨는 신부대기실을 가르쳐 주었다.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게 구석진데에 숨겨져 있었다. 식이 곧 시작하니까 잠시만 뵙고 식장으로 들어가시는게 좋을것 같네요, 하고 메이토씨는 문을 열어주었다. 신부 대기실 안은 화장대 위의 엄청난 화장품들과 옷, 장식품, 소품들로 엉망이였다.
그러나 그 사이의 새하얀 드레스와 면사포를 쓴 메이코과장님은 이때까지의 모습중에 가장 아름다운얼굴을 하고있었다.
가슴에 달린 새빨간 코사주가 그녀와 잘 어울렸다.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신부였다.
카이토과장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다시 반하고, 다시 가슴이 욱신거림을 느꼈다.

 

사랑은 아니였어, 그저 호감일뿐.

정말정말 사랑은 아니였는데.

 

멍하니 서있던 과장님을 메이코과장은 반갑게 깨웠다.드레스가 길어 앉아있는것을 양해해달라며 생긋웃는 메이코과장은
와줘서 고맙다며 카이토과장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엔 흰색의 레이스로된 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 멋지게 하고 오셨네요, 과장님 " 하고 메이코과장은 카이토과장을 올려다 보았다. 왠지모르게 카이토과장은 그 눈빛을 쳐다볼수 없었다.

칭찬으로 붉어진 얼굴을 숨기기위해 그는 서둘러 식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 정말 축하드립니다. 오늘 정말 아름다우세요 .. 회사를 그만 두진 않으시죠? "

" 아유, 어떻게 회사를 그만두나요. 신혼여행 다녀와서 바로 복귀하겠습니다! "

" 다행이네요.. 그럼 저는 식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다시한번 진심으로 결혼 축하드립니다."

 

하는 말을 마지막으로 꾸벅 인사를 한후 식장을 향했다.

식장엔 이미 많은 사람이 자리에 앉아있었다.과장님은 붉어진 얼굴을 차가운 손으로 식히며 빈자리를 두리번거리며 찾았다. 신부측 자리의 맨 뒷줄, 가장자리에 부장님이 옆자리를 남겨놓은채 앉아있었다. 과장님은 조용히 그 옆으로 다가갔다. 부장님은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채 시끄러운 식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부장님, 안녕하십니까 " 하고 그의 귀에 대고 말하니, 부장님은 깜짝 놀라 과장님을 쳐다보곤
" 사람을 놀래키십니까 " 하고 고개를 숙여보였다.
슬그머니 옆자리에 앉은 과장님은 멍하니 앞의 화촉을 쳐다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식을 시작한다는 사회의 말이 들려왔고, 군중들은 조용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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