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는 왜붙인거지..? 진심 벨소설이네요 이거 


The Office! 06

- 카이토 과장님의 우울 -

 

 

멍한 공백의 시간이 지났다.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았을때는 회의가 끝난지 삼십분이 지나있었다. 가쿠포팀장이 한 말들이 회의실에 메아리쳐 귓가에 윙윙댓다. 그의 당당하고 거만한 명령조의 음성은 뭔가 위압감이 느껴져 한순간 그것에 홀렸는지 ' 가야하나? '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요즘엔 어린나이에 승진을 빨리하는게 유행인가, 가쿠포팀장또한 자신보다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직책은 크립톤의 부장과 같은위치였다. 분명히 나를 자신보다 아래로 보고있었다. 겸손한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자신의 전성기와는 다르게 자신감과 자기 어필이 중요한 세대라던가, 꼬장해질나이는 아닌데 요즘 젊은 세대란 참... 정도로 생각하기엔 너무도 엄청난 일이라 냉정하게 생각해보았다.

그래, 가쿠포팀장이 말한데로 나는 크립톤에서 꽤 괜찮은 위치에 있어. 비록 후지오카부장님이 맨날 내 보고서를 빽시키시긴 해도, 집어 던지시진 않잖아? 아, 한번 인가 있었나.. 두번이구나, 아니 세번. 아무튼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애시당초에 말이 안되는 제안이잖아?누가 구둣발로 남의집에 성큼성큼들어와서 멀쩡한 대들보..까진 아니더라도 멀쩡한 집안살림 떼다간다는게 어느나라 논리야 도데체. 도둑도 이런도둑이 없고 납치가 없지. 정식요청을 해온다고 해도 지금 갈까말까...아니 안갈꺼지만.

고작 이정도 제안에 왜이렇게 자신있어 하는거지.. 뒤에 빽이라도있나? 인터넷이랑 계약안하고 시말서 서른장정도 쓰지뭐... 서른장과 부장님의 잔소리 세시간. 이번엔 진짜 유능한 과장님의 모습을 보여주려고했는데 정말 운도 더럽게 없는건 내인생의 컨셉인가보다.

아까 덜컹하고 떨어진 심장에 비하면 그다지 큰일도 아니였다. 괜히 쫄아가지고서는.

 

다음번에 만나면 똑똑하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절대로 그럴생각 없다고! 내가 크립톤에서만 몇년을 있었는데, 영업1부를 얼마나 열심히 키워왔는데 말이지- 하고 스스로를 짐짓 돈독히 여기며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것이였다.

가쿠포 팀장에게 들었던 모든말에 반박할수 있을것 같았다. 이 한마디를 제외하고는.

 

" 인정받을수 있습니다. "

 

인정, 인정이라.. 지금 내가 인정받고 있었나?

서류를 챙겨 회의실을 나오면서 그런 의문에 사로잡혔다. 사무실 사람들은 날 인정하고 있었나? 부장님은 나를 자신의 직속으로 인정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대답을 위한 모든 요소들이 ' 아니다 ' 를 가리켰다. 돌아보고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랬다.

대리보다 못한 보고서를 써오는 과장따위 누구도 인정하고 싶지 않을것이다. 자신이 연차제인 크립톤이 아닌 능력제인 인터넷으로 간다면 절대로 과장자리에 있을수 없을것 같았다. 능력이 없는건 아니였다. 머리가 좋은편이 아닌걸 알았기에 학창시절에도, 대학교때도, 크립톤의 입사시험때도 열심히 공부했고, 요즘도 손을 놓고 있진 않았다. 자신의 노력으로 끌어올린 능력에 비해 주윗사람들이 너무 뛰어나다던가. 능력에 비해 요령과 사회활동이 너무 낙제점이였다. 입사 3년차까진 그럭저럭 인정받고 칭찬받는 일도 더러 있었다. 이젠 잘 기억도 안나는 사람만 좋던 옛날 부장님은 불룩한 배를 쓰다듬으며 " 카이토대리, 잘했어요 " 라고 말했던가 ..

아무리 아무리 열심히 써가고 노력을 해도 후지오카부장님은 최소 세번은 다시, 다시를 반복했다. 기획안도, 결산보고서도 심지어 회의록까지 검사맡고 다시 써가야 하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안받는다면 거짓말이였다. 도데체 왜이렇게 까다롭고 완벽주의자이신건지.

 

사무실로 들어가니 먼저 일이 있다고 나갔던 대리님이 책상에서 고개를 쏙 내밀고  " 과장님, 왜이렇게 늦으셨어요? " 하고 회의록 쓰게 서류주세요. 하고 손을 내밀었다. 그에게 서류를 주고 타이핑 한 후 보내달라고 이야기했다. 

자리에 돌아가려는데 부장님이 고개를 까딱까딱 하고 와보라는 시늉을 했다. 인터넷과의 협력이 많이 신경이 쓰이셨는지 보고서를 기다리기엔 너무 조급했나보다. 역시 협력 안될거라고 하면 화내시려나. 불같이 화를 내는 부장님을 생각하니 오싹해졌다. 엄청나게 화내시는 부장님을 볼바에야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는편이 나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 네, 부르셨습니까? " 하고 옆에 서서 말을 해도 부장님은 지금 보는 서류에서 눈을 떼시지 않았다. 슬쩍 보니 인터넷컴퍼니 관련 서류였다. 옆에 쌓여있는 서류더미들도 협력관련 문서들이였다. 아무래도 윗선들에게서 이 협력을 꼭 성사시키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은것 같았다. 그러니까 방석도 사주고 회의 열심히 하라고 화이팅도 해주셨겠지. 이런상태에서 죄송하지만 협력은 파기된것같습니다 라고 죽어도 말못해.

 

" 오늘 회의 괜찮으셨습니까 ? "

 

서류를 보시느라 바쁜 눈빛이지만 잠시 마주친 눈에는 기대감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 안 괜찮았으면 죽습니다 ' 하는 무언의 압박이 스멀스멀 피어나왔다.

가쿠포팀장의 제안은 생각보다 단순한게 아니였다. 그는 이것까지 모두 예상하고 그런 패를 내놓은것일까.

진실을 말하기엔 그 눈이 너무 밟혀서 도저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 네? 네에... 괜찮았습니다 ... 다음미팅도 잡았습니다, 또 .. "

 

또? 하고 되돌아보는 부장님은 엷은 미소를 띠고있었다. 나를 향한 웃음은 아니더라도 일단 보는건 나니까.

나는 그 웃음을 계속 보고싶은 욕심에, 더 짙어지게 할 욕심에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 인터넷컴퍼니에서 아주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제안했던 조건들을 조금 낮춰서도 협력이 가능할것 같습니다. "

 

" 흠, 그래요? 수고하셨습니다. 어느정도 낮출수 있는지 보고서에 적어주세요. 다음미팅은 언제로 잡으셨습니까? "

 

" 아...목요일 저녁약속입니다. "

 

더이상 눈을 마주칠수가 없었다. 고작 사흘정도밖에 갈수 없는 임시방편을 만들어낸것이다. 말을 뱉어내자마자 후회했다. 사실대로 말씀드려야해. 그래야 하는데.

갈등에 빠진 내게 부장님은 다가왔다. 손을 가리고 귓속말을 하려시길래 흠칫 놀라며 눈을 감았다. '다 알고 있습니다. 거짓말 하지 마십시오' 이런 말이 나오는 날엔 놀래서 다리에 힘은 풀리겠지만 한편으론 눈치 채 줬으면 좋을것 같았다. 찰나의 시간에 여러가지 선택지가 지나가더니, 궁금함과 두려움이 뒤섞여서 긴장을 만들어냈다.

 

' 허리쪽은 괜찮으십니까? 회의에 지장을 줄 정도였습니까? '

 

주변을 살피며 누가 듣는사람이 없나 체크하는 그 세심함은 내 거짓말을 밝히기엔 조금 부족했다. 나는 다시 부장님의 귀에 손을 가져다대고 ' 아닙니다. 주신 방석덕에 편안하게 회의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하고 고개를 숙인뒤 괜찮다는 의미로 살짝 웃었다. 그제야 부장님은 끄덕끄덕하며 자리에 돌아가보세요. 하고 다시 서류에 눈을 돌리셨다.

자리에 돌아온 나는 회의실에 있던때보다 더 큰 갈등에 휩싸였다.

 

 

 

 

 

 

***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가장 최우선인 회의보고서부터 허위로 써내야 할 판이였다. 대리님이 넘겨준 자료를 받아 모두 낮은선으로 고쳤다. 깜빡이는 워드의 커서가 나를 경멸하는것 같았다.이건아닌데.. 당장 더 힘들어지기전에 사실대로 말하자, 그래야하는데. 이걸받으면 부장님 웃어줄까? 이정도면 큰 공로인것같은데, 전의 부장님이 그랬던것처럼 칭찬해주시지 않을까-하고 못된생각이 계속 들었다. 한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그런것에 집착하는게 정말 바보같았고 어떤 감정에서 그것을 원하는지도 잘 분간이 되지도 않았다. 가쿠포팀장이 말한 인정인지, 내가 그렇게 무력한 사람이 아니란걸 보여주기 위한 자기만족인지, 부장님의 관심을 가지고싶은건지 아무튼 이름모를 그 감정은 나를 지배하여 회의보고서를 엄청난 것으로 만들어낸것이다. 이정도로 적고 나니 이젠 뒷일은 에라 모르겠다 막나가보자는 식이다. 칭찬한번 받고 인터넷으로 팔려가서 진짜 거래나 성사시킬까. 칭찬한번 듣겠다고 회사생활 접는 회사원은 처음일것이다. 그러다보니 이틀새에 불안한게 늘어났다. 저 보고서를 사실로 만들려면 진짜로 인터넷으로 가야할 판국이였다. 보고서를 완성한지는 오래 되었지만 도저히 부장님께 낼수가 없었다. 가져다 드리는 순간 사실이 되는거니까. 그렇게 되면 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인터넷이냐, 허위보고서를쓴 멍청이가 되어 회사를 나가느냐였다. 어느쪽도 달갑진 않았지만 회사를 버리고 인터넷으로 가는쪽이 더 -

 

[ 카이토 과장님, 회의보고서 오늘오전12시까지 내주세요. 오늘 저녁이 미팅인걸로 압니다. ]

 

회사내에서 쓰는 메신저로 부장님께 이런 쪽지가 날아왔다. 답장을 하려고 켰지만 쓸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어서 또 부장님께 쪽지가 왔다.

 

[ 아니, 잘쓰든 못쓰든 상관치 않을테니 들고오세요. 지금당장 ]

 

분명히 칸막이 너머의 부장님은 나를 노려보고 있을것 같았다. 보통이라면 어제정도에 제출하고 오더를 받았어야 한다. 어제부터 부장님의 눈길을 슬슬피해만 다니다가 도망치듯 퇴근했고, 오늘도 계속 나를 주시하는 눈빛을 아닌척 하다가 결국 이렇게 된것이다.

나는 이틀전에 완성해놓은 보고서를 들고 슬금슬금 부장님책상으로 걸어갔다.

 

" 무슨 보고서를 손으로 쓰십니까? 독수리타자로 치십니까? "

 

" 죄송합니다 .. "

 

빼앗아가듯이 휙 보고서를 가져가서 매의 눈으로 훑어보는 부장님의 미간이 펴졌다. 내가 거짓으로 작성한 보고서에는 인터넷은 식은죽 먹기로 넘어올것 같습니다. 그것도 낮은조건에서요! 하는 희망적인 메세지가 담겨 있었을테니까.

마음속이 차가워졌다.

먹먹해진 내 표정과 다르게 부장님의 얼굴은 오랫만에 활짝 피어 나를 사랑스럽다는 눈길로 쳐다보았다. 그런건 처음이였다.

 

" 과장님,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보고서도 흠잡을데가 없네요. 오늘 회의 잘 하시길 바랍니다. "

 

이제까지의 반응중에 최고로 긍정적이였다. 이전에 저런 말을 들었다면 정말 기뻐서 하늘로 날아갈듯한 기분이였을텐데.

속임수로 듣는 칭찬은 가슴만 쿡쿡쑤시는 아픈것이였다.

 

" 네 ... 감사합니다 "

 

힘없는 내 말투에 부장님은 내 손을 덥썩 잡으셨다. 긴장을 하거나 하면 손이 차가워지는 내 몸의 특성을 알고있는 부장님은 내가 오늘저녁의 미팅때문에 긴장하고있다고 생각하신것 같다. 이건 죄의식이였는데.

 

" 또 긴장하신겁니까? 표정이 안좋으신데요. 아직도 몸이 안좋으십니까 ? "

 

" 아, 아닙니다. 그냥, 좀 .. 어 ... 아닙니다. "

 

" 오늘 미팅 괜찮으시겠습니까? 저녁약속이면 술도 드시지 않습니까? "

 

" 술...은 안마시고 싶지만 분위기상 마실것 같습니다만.. "

 

" 그럼 저도 가겠습니다. 과장님이 술 드시고 어떤짓을 할지... 중요한 미팅인데. "

 

" 안돼! "

 

부장님의 말을 듣자마자 소스라치게 소리쳤다. 부장님이 오셔서 가쿠포팀장님을 만나고, 만나는것부터가 큰 문제고 두사람이 대화하다가 핀트가 달라졌단걸 느끼는 순간 나는 씻을수없는 배신감을 부장님께 안기게 되는것이다.

그런건 인터넷으로 팔려가든 어쩌든 회사를 그만두는것 이상으로 싫었다. 그동안 노력하고 혼나고 여러일을 겪으며 얻어온 신뢰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 사직서를 쓰더라도 건강문제정도로 사유를 적으려 했다.

소리치는 내모습에 부장님은 어벙벙하게 눈만 껌뻑이셨다. 너무 놀라다보니 반말까지 한 터라 사무실 사람들 모두 우리책상을 주시했다.

 

" ...요.... 아니.... 저, 부장님, 그게 ..반말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건 제가 맡은 안건이니까... 제가 스스로 하고싶습니다.. 술 안마실테니까요. 한잔도 안마실께요. 그리..고 부장님이 오시면 인터넷쪽에서도 어....부..부담감 느낄수도 있고.. "

무슨소릴 했는지 모르겠다. 이리저리 둘러대며 그냥 헤헷하고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줄였다.

그건 그렇네요, 하고 미묘한 표정의 부장님이 간단히 대답했다. 나도 미묘한 표정으로 그렇죠 하고 발가락을 꼼지락댔다.

 

" 그럼 .. 믿겠습니다. 미팅 잘하고 오세요, 절대 술 마시면 안됩니다 "

 

" 네에 "

 

마음이 무겁다 못해 그걸 꺼내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면 쿵하는 둔탁한 소리를 낼것만 같았다.

나는 그 소리를 부장님이 들어줬으면하고 말도안돼는 생각을 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

 

 

 

 

 

 

" 사직서는 내고 오셨습니까? "

 

" 아직 쓰지 않았습니다. "

 

호오, 하고 일식집에서 다시만난 가쿠포팀장은 더욱더 예의라곤 찾아볼수 없는 거만을 넘어선 오만한 표정으로 나를 반겼다. 저번 회의에 함께왔던 구미양을 데려오지 않은 상태라 자신의 마음을 더 노골적으로 나타내는것 같았다. 함께 오겠다는 대리님을 떼다놓고 온 나도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약속장소도 통보하듯이 문자하나 날리는 바람에 찾는데 애를 먹었고, 헐레벌떡 일식집을 들어서니 여유만만한 모습으로 이미 룸안에 앉아있었다. 밑반찬도 나와있는걸 보면 미리 주문을 해놓은 모양이였다. 바깥에서 만나는 것이라 양복을 입지도 않은 검은 바지에 셔츠를 입은 모습이 혼자서만 편한 느낌이라 분했다. 내가 고개를 숙이는데도 인사를 받는답시고 손을 흔드는데 이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일까 싶었다. 따라주는 물을 마시고 예의 불쾌한 표정으로 계속 가쿠포 팀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더 기분나빠지게 웃는 얼굴이여서 불쾌하다못해 짜증이 났다.

 

" 어떻게, 결정은 내리셨습니까? "

 

" ........ "

 

" 사직서를 쓰지 않으셨다니, 계속 크립톤에서 다닐 생각이십니까? "

 

" ...... "

 

" 묵비권을 행사하신다고 달라지는건 없습니다. "

 

" ........ "

 

아무말없이 노려보는 내 얼굴에도 연연치 않고 어깨를 으쓱하던 가쿠포팀장은 때마침 미닫이 문이 열리고 시켜놓았던 회접시를 종업원이 가지고 오자 " 사케한병주십시오 " 하고 주문을 했다. 내 간장종지에 간장을 부어주며 친절한듯 " 맛있는걸로 시켰습니다. 드셔보세요" 하고 생글생글 웃었다. 내가 미동도 않자 안드십니까? 먼저 들겠습니다. 하고 식사를 시작했다.

 

" 드실땐 별 말 안할테니 드세요. 저혼자 이거 다 못먹습니다. 남기면 아깝잖아요? "

 

" 정말로 .. "

 

" 음? "

 

"정말로 제가 인터넷으로 가야만 협력 할겁니까? 인터넷의 사장님은 이 거래 알고계십니까? 이건 엄연한 부당거래입니다. 인력은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재산이지요. 저같은 중요인력을 마음대로 빼서 인터넷에 넣는다고 칩시다. 인터넷내부에서는 그걸 어떻게 생각할까요?"

 

나는 매우 이성적으로 말했으나, 가쿠포팀장의 표정이 조소로 가득찼다. 먹고있던 젓가락을 탁 내려놓은후 기분나쁜 웃음소리를 냈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여전히 가만히 앉아서 가쿠포팀장을 바라만 보았다.

 

" 하하... 인터넷의 사장님이라, 네 알고계십니다. 이 거래내용. 사실 먼저 제안한것도 사장님이신걸요 "

 

" 네? 알고 계시는데 하라고 하셨다구요? "

 

인터넷의 사장님은 혹시 비양심도둑이신가? 이런 말도안돼는 계획을 제안하고 시키다니, 소문으로는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전략, 라이벌을 무너뜨리는 전략으로 인정받고 있는 똑똑한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이걸 알고도 시켰단것은 말이 안된다. 인터넷컴퍼니의 위신을 깎아먹는 이런 짓을 하다니.. 머릿속에 혼선이 일어나 혼란스러웠다. 어....? 그럴리가 없는데 ... 하는 내 중얼거림을 들은 가쿠포팀장은

 

" 아하하핫, 아.. 과장님 정말 웃기고 귀여우신 분이십니다. 정말 인터넷에 데려가고싶네요. " 하고 능글맞게 웃었다.

 

" 되도록이면 가지 않는편을 택할겁니다만, 사실 제가 간다고 해서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할겁니다. 저는 회사기밀을 많이 알고있지도 않고, 아시다시피 영업1부의 총괄은 부장님이십니다. 저는 중간과정만 알고있을 뿐이지요. "

 

기모노를 입은 여자직원이 나무쟁반에 사케한병과 두개의 잔을 들고 들어왔다. 이곳에 놔주세요, 하고 가쿠포팀장은 밑반찬 그릇 몇개를 들어내 옆으로 치웠다. 잔을 채워 나에게 주는 그에게 " 죄송합니다, 술을 하지 못합니다. " 하고 정중하게 말했다. 도데체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기분나쁜웃음만 짓는 그는 " 그럴것 같았습니다. 아- 정말 보기드물게 귀여우시네요. " 하고 귀엽다, 귀엽다를 연달아 말했다. 나이 많은 분께 귀엽다고 하는건 예의가 아니지만요. 를 덧붙이는게 더 얄미웠다. 한참을 자기풀에 웃던 그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왠지 긴장이 되어 무릎을 꿇은 발에 쥐가 날것만 같았다.

 

" 저한테 과장님이 좋아하실만한 정보가 있는데, 과장님이 크립톤을 떠나지 않고도 계약해드릴 방법이 있습니다. "

 

그런정보가! 있었으면 옛날에 말하시지.

 

" 뭡니까? "

 

" 술 한잔만 드시면 말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나는 얼른 사케병을 들어 가쿠포팀장의 술잔에다 술을 부은뒤 살짝 부듸치고는 홀짝 들이켰다. 사케는 약한술이니까 한잔정돈 괜찮을꺼야, 정신차려서 크립톤을 떠나지않고 계약하는방법을 쓰자. 정신차리자. 정신...

눈을 깜빡여서 정신을 집중하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사케가 아니라 중국술이라고 해도 믿을정도의 취기가 올라왔다. 이건 내가 아무리 술을 못마신다고 해도 이상했다. 후끈 달아오른 얼굴이 얼얼하게 느껴졌다.

 

" 건배도 안끝났는데 드십니까, 이렇게 빨리 취하시면 곤란한데 ... 너무 센걸 부탁했나요 "

 

" 방...법 알려주세요 ... "

 

취하지 않으려고 물컵을 찾았으나 이미 시야가 빙글빙글 돌았다. 눈이 감기고 팔이 의지할곳을 찾아 테이블위로 올라갔다.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가쿠포팀장은 여전히 웃는얼굴 이였다. 지금의 취기라면 한대 때려줄수도 있을텐데.

 

" 아까 인터넷의 사장님 찾으셨죠? "

 

" 아..안차잣는데 .. " 쓰읍하고 숨을 삼키고 말해도 발음이 줄줄 샜다. 정말 이래선 안된다고, 위급하다는 신호를 몸이 보냈다. 이건 소주정도의 도수도 아니였다. 난생 처음마시는 높은도수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다음말을 듣고 한순간 술이 깬듯한 착각이 들었다.

 

 

" 여기있네요, 제가 바로 인터넷의 사장. 카무이 가쿠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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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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