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이 R-19라 티스토리에 올릴 수가 없습니다...


The office! 04

 

 

 

따스하게 창문으로 떨어지는 햇살을 온 허리로 받으며 카이토과장은 힘겹게 눈을 떴다. 그리고 엄청난 허리통증과 함께 참을수없는 안쪽의 뜨거운 열. 서른인생을 살면서 한번도 느껴보지못했던 새로운고통이였다. 심장박동과 함께 욱신거림이 두근두근하며 어제의 격렬한 정사를 떠올리게했다. 부끄럽다못해 참담하기까지한 어제의 미친짓이 모두 머리에 스쳤다.

외롭지않아요..라니, 미쳤다, 나 정말 미친걸까? 뇌속의 어딘가 병이생겼나? 하고싶으면 평소같이 AV나 하나 챙겨보고 자위나 할것이지, 도데체 누구한테 매달린거야 ... 아무리 몇년간 금욕으로 욕구불만 상태였다고 해도. 이건아냐. 그리고 아파. 후지오카부장님 .. 건강한 남자였구나. 타임머신이 있다면 어제로 돌아가고 싶은마음이 절실했다. 부끄럽고 남사스러워서 배게에서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신의 허벅지 안쪽에는 붉은 흔적이 이곳저곳에 남아있었다. 이불에 닿은 쇄골부분엔 이빨로 깨문흔적이 있었다. 이건 기억이 나질 않는걸 보니 마지막엔 쓰러지듯 잠에 든것같았다. 평소에 쌓아놓은 스트레스가 이런식으로 폭발할줄은 몰랐다. 어제의 자신은 뭔가 조절하는 나사가 풀린 고장난 구식 로봇이거나 고삐가 풀린 망아지와 같았다. 자신답지 않은 어제의 모습이 똑똑히 뇌속에 새겨졌다. 차라리 술기운에 기억이라도 안났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리고 부장님은 어째서 나랑 섹스해준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한거라곤 이름 한번 부른것, 외롭다고 슬픈표정 한번지은것 밖에 없었다.

그정도에 폭발할정도로 섹스한지가 오래되셨구나.. 잘생겼다고 다 그런건 아니네.

사실은 부장님같은 미남에 유능한 사람은 주일마다 여자들을 끼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줄 알았다.

결국 후지오카부장님도 솔로니까 욕구불만였을꺼고, 나도 스트레스때문에 그랬던거니까. 어제는 장난기 많은 악마의 장난, 무언가의 이상한 키워드가 들어맞은것 일뿐이야.

사고였어. 혈기왕성한 서른살의 사고. 뭐 살다보면 이런 본의아닌 사고도 있고 그런거지.

앞으로 회사생활 제대로 할려면 사과하자, 평소엔 이성적인 분이니까 받아주실꺼야.

 

그만의 논리체계를 통과한 어제의 사건은 ' 실수 ' 로 규정지어졌다. 카이토과장은 침대 옆 바닥에 널부러진 자신의 속옷을 주워입었다. 속옷은 무언가 축축한게 묻어있어 설마..?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살짝 만져 냄새를 맡아보니 그저 땀일뿐이라 안심하고 바로 옆에 뒤집어진채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어제 입었던 와이셔츠를 주워입었다. 그정도의 움직임에도 허리와 안쪽에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흐으, 하는 신음소리를 내며 허리를 잡고 침대옆에 있었던 자국이 보이는 부장님을 찾아 거실로 나갔다.

아니, 나가기 위해 살짝 한 다리를 내딛는순간 후들하고 허벅지에 힘이 풀렸다. 헉 하고 털썩 주저앉자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는 맨바닥에 그대로 부듸친 안쪽에 찌르르하고 고통이 밀려왔다. 서둘러 손으로 막아보려 했지만 어떠한 접촉도 화끈거림만 부추길뿐이였다.

 

" 앗... 으 .. 흐으 이거 어쩌지 .. "

 

그대로 바닥에 앉아 이미 월요일이 되버린 시계를 원망했다. 회사에 갈 몸상태가 아닌걸 누구한테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제가 어제 심하게 정사를 했더니 뒤쪽이 아파서..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자.

하룻밤의 일탈이라기엔 너무 큰 일을 저질러버린것 같았다. 어떻게 수습해야하는지 머리가 지끈지끈아파왔다.

 

" 일어나셨습니까? "

 

아무렇지않게 집안에 하나밖에 없는 머그컵에 모닝커피를 마시고있는 후지오카부장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깔끔한 모양새라지만 어디서 찾았는지 옷장에 들어있었을 자신의 티셔츠와 츄리닝바지를 입고있었다. 물론 사이즈는 그의 것보다 훨씬 작은것이였으므로 딱 달라붙은게 우스운 모양새였다. 어제의 머리와 다른걸 보니 샤워를 한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자신도 샤워를 한것 같았다. 어제 그렇게 땀을 많이 흘렸는데도 몸엔 뽀송뽀송한 단내가 났다.

도데체 어디서 부터 물어봐야 하는걸까?

머리가 복잡해졌다. 후지오카부장은 바닥에 주저앉은 과장님을 앞으로 안아 다시 침대에 앉혀주었다. 예민하고 연해진 몸은 남의 손길이 닿자 질끈 하고 눈을 감아 그 더러운 느낌을 참아야만 했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 풀썩 주저앉아 마저남은 블랙커피를 마신후 한잔 드릴까요? 하고 잔을 흔들어보았다. 쓰진 않지만 들여놓았던 커피포트에서 원두커피를 우려낸 모양이였다.

바지를 입지못해 드러난 허벅지를 대충 배게로 가리고 부장님의 눈치를 살폈다.

 

" 저, 부장님, 어제는 .. 제가 실수를 많이했습니다. 사고였으니 염치불구하지만 용서하고 잊어주시길 바랍니다 .. " 

 

보고서를 결제하러 갈때보다 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고개를 떨군채 배게끝을 만지작거렸다. 자신때문에 아직도 출근 못하신 부장님은 평소의 얼굴이지만 분명히 화가 많이 났을꺼라 생각했다.

 

" 실수는 많이 하셨고, 용서도 할수있지만 잊지는 못하겠네요. "

 

" 여..역시 그렇죠? 하핫 죄송합니다 .. "

 

수치스러웠다. 어디까지 떨어지는것인지 모를 내 자존심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유리컵과 같이. 또 눈치없이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쉴수 밖에 없었다. 상사와의 이런 트러블을 만든 자신에게 남은일이라곤 권고사직을 해달라고 부탁한후에 건강사정으로 회사를 나간다고 주위에 말한뒤에 재취업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경솔한 자신을 백번이고 천번이고 탓하며 눈앞이 깜깜해졌다.

 

자신을 보지않는 고개숙인 카이토과장의 얼굴을 쳐다보며

" 어떻게 잊습니까, 그렇게 멋진 밤을 " 하는 후지오카부장은 처음보는 따뜻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과장님다운 반응이라 웃음이 났다. 많이 놀라신것 같은데 어떻게 달래드려야할까, 하고 좀처럼 하지 않는 속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 네? "

 

" 최근 삼년동안 일 외의 것을 첫번째로 둔적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에 일에서의 성취감 말고는 절 완전히 만족시킬수 있었던게 없었습니다 .. 물론 여자와의 일도 포함해서요,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나가떨어지는건 여자쪽이였으니까요. 제가 말하는 만족감이란건 체력적인 소모에서 오는게 아니란건 아시겠죠? 성적인 만족감을 말하는겁니다..

 

 어제가 처음입니다. 완전한 만족감을 가진게 .. 정말 감사합니다 카이토과장님. "

 

상상도 하지 못한말에 눈물이 쏙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부장님의 눈이 무지하게 따스했다. 저런 눈빛또한 처음이고 과분해서 똑바로 쳐다볼수가 없었다. 고개를 들어 밝은 얼굴을보니 어제의 관계가 퍽이나 만족스러우셨던것 같다.

 

" 아이고 .. 무..무슨말씀을, 아니 이런게 아닌가 .... 음... "

 

" 회사가실 몸상태가 아니시죠? 죄송합니다, 저도 처음인지라 힘 조절이 어려웠던것 같습니다. 저도 일어나니 ... "

 

피곤하네요, 하고 귀엽게 어깨를 톡톡두르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서른살이였다. 이런 푸릇푸릇함을 평소에 어떻게 숨기고 있었을까 싶을정도로 긴장감이 풀린 모습이였다.

헤에, 어제 정말 재미좀 보셨나봅니다. 후지오카부장님. 하고 생긋 웃었다. 자신의 웃음에 " 한숨 놨습니다, 과장님이 충격받으실까봐 아침에 혼자 일어나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 하고 주절주절 자신의 시나리오를 이야기 해주었다. 충격에 회사를 그만두시면 어떡하나, 하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니까요, 그나저나 어떻게 .. 걸으시지도 못하시는데 제가 밥을 좀 해드리겠습니다. 약은 이미 주무실때 발라놓았으니 걱정하지마시고 오늘은 그냥 침대에 있으세요. 제가 과장님 재택근무 하신다고 회사에 이미 말 해 두었습니다. 아, 물론 저도요.

 

" 감사합니다 .. "

 

모르겠다 이젠 나도, '관계' 든 '성별'이든 '상사와 부하직원' 전부다 모르겠다.

두려움을 치워버리고 그저 하얀 이불속에서 체온을 가진 누군가와 있다는게 너무 벅차게 행복했다.

 

 

 

 

 

*

 

 

 

 

 

그러나 첫 경험의 고통은 하루만에 사라지는게 아니였다. 하루종일 침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카이토과장은 딱딱한 의자에 앉으면 고통을 호소했다. 하루는 재택근무를 했다고 쳐도 다음날엔 출근을 할 수밖에 없었다. " 참아보겠습니다! " 하고 다짐하는 과장님께 후지오카부장은 푹신한 방석을 안겨주고는 " 이거밖엔 방법이 없네요, 제가 내일아침 일곱시에 차로 데리러 올테니까 그냥 준비만 하시고 집에 있으세요. 양복은 다림질해서 걸어두었습니다. " 하고 옷걸이에 걸린 빳빳한 회색양복을 침대옆의 귀퉁이에다가 걸어주었다. 트레이드 마크인 멜빵또한 가지런히 걸려있었다.

그의 손이 닿은 오피스텔은 기적이라도 일어난듯이 깨끗해지고 깔끔해졌다. 집앞의 마트에 다녀와 먹을것도 채워놓고, 간단한 국과 반찬을 들여놓은 후에야 부장님은 안심하고 집을 나설수 있었다. 냉장고에 들여놓은 반찬을 설명하며 꺼내드시고, 국은 데워드시면 되실겁니다. 드시고 꼭 뚜껑닫은뒤에 데워놓으세요. 하고 주의를 주었다.

 

" 감사합니다, 오늘 간호해주시고 .. 집안더러운데 청소도해주시고, 아유.. 민폐가 많습니다. "

" 저때문에 이렇게 되신걸요. 아침에 전화 한번 하겠습니다. "

" 네 .. 내일은 인터넷상사와의 미팅이 있는 중요한날인데, 아파 죽어도 회사에서 죽어야죠. 항상 말씀하셨잖습니까.. 헤헷 "

 

아시면 앞으론 일좀 잘 부탁드립니다, 과장님- 하고 머리를 헝클였다. 기분좋은 간지러움에 으헤헷하는 바보같은 웃음이 나왔다.

정말 미안하지만 정말 귀엽네요 과장님, 하는말이 목구멍까지 기어나왔다.

 

" 그럼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 하고 양복자켓을 손에 든 부장님이 정중하게 인사를 한후 오피스텔을 나섰다.

 

 

 

 

*

 

 

 

행복한 기분으로 다음날의 아침을 시작한 카이토과장은 더이상 부장님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극성맞을 정도로 지극적인 간호로 어제보단 한결 나은 몸상태로 스스로 일어나 샤워를 하고 조심스럽게 침대에 앉아 옷을 입었다. 깔끔하게 다림질된 옷을 입으니 기분이 한층 좋아졌다. 여섯시 사십분부터 준비를 모두 끝내고 가방과 어제 받은 쿠션을 넣은 쇼핑백을 들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거실바닥을 살짝살짝 발꿈치로 걸었다. 왠지 인터넷 상사와의 미팅이 잘 끝나고 거래가 성사할것만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이 거래만 성공한다면, 이전까지의 실수를 만회할수 있는 좋은기회가 될게 분명했다. 다음달에 들어오는 인턴들과 함께 진행할 프로젝트를 인터넷 상사와의 거래로 할 계획을 세워두었던지라, 오늘의 미팅은 카이토과장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사무실에 들어가 먼저 푹신한 방석을 의자에 놓자 동료직원들이 " 과장님, 혹시 치질걸리셨어요? 푸핫, " 하고 농담을 했다. 평소처럼 흐흣 하고 그 말을 받은후에 열한시로 계획된 미팅준비를 했다. 방석이 정말 푹신해서 집중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았다.

보고서와 제안서를 다시한번 꼼꼼히 훑어보자 잠시후에 도착하겠다는 인터넷상사로부터의 문자가 왔다.

비장한 얼굴로 문서를 챙겨들고 자신의 방석을 그 위에 올린후 회의실로 향했다. 눈을 마주친 부장님은 잘 하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고, 카이토과장은 작은목소리로 화이팅! 한후 부하직원 하나를 데리고 문을 나섰다.

 

장난기 많은 부하직원은 " 과장님 어제 치질수술 하셨죠? " 하고 긴장감을 풀어주려는 농담을 던지며 과장님을 졸졸 따라갔다.

나름대로 영업부중의 핵심축에 속하는 영업1부에겐 회의실이 따로있었다. [5층에 엘리베이터를 타고오시면 바로 보이는 영업1부 회의실로 오시길 바랍니다. 잠시후에 뵙겠습니다] 하는 문자를 보낸후에 통유리로 된 깔끔한 회의실에 자신의 자리에 방석을 깔고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했다. 인터넷 상사와의 거래는 이번이 처음이였기에 더욱 중요했다. 이번에 안면을 터놓은 상대와 쭉 거래를 할꺼니까, 최대한 좋은인상을 보여야할것이였다. 물론 그건 인터넷상사도 마찬가지 일테니 가장 유능하고 거래에 능한 영업팀을 보냈을것이다.

과장님은 마음을 가다듬고 시계가 열한시가 되는것을 쳐다보았다.

'긴것 > The Office!(수정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Office! 06  (0) 2014.09.21
The office! 05  (0) 2014.09.21
The Office! 02  (0) 2014.09.16
The Office! 01  (0) 2014.09.16
The office! 00  (0) 2014.09.14
Posted by michu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