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는 또 뭔데...


The Office! 7.5

 

 

 

 

몸이 물먹은 솜마냥 무겁다. 손가락에 누군가가 추라도 달아놓은듯이 나에게만 우주의 중력장이 작용하는것 같다. 이느낌은 그래, 어렸을때 책에서 본 심해저에 산다는 물고기들이 겪는 일상의 수압일것이다. 그런데 나는 대기압의 세계의 사람이니까 지금의 이느낌은 너무하다. 귀에서는 왱왱하는 우주의 소리가 들렸다. 쿠궁쿠궁하는 기차소리가 심장에서 쿵쿵울리고 그 기차가 내 몸위로 지나가는것 같았다. 가위에 눌리는건 오랫만이였다. 어렸을때나 꾸던 악몽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불호령같은 낙인마냥 들리는 악마의 속삭임이 늪처럼 진득하게 달라붙는다.

 

-꺼지세요, 당신은 필요없습니다.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처럼 말의 무게가 콰당탕탕하고 나를 짓눌렀다. 내 삶의 의미, 이유, 그리고 그사람.

잔인한 말의 칼날이 무고한 죄인을 향했다.

 

 

 

 

*

 

 

 

 

" 과로시네요, 연말이라 일을 열심히 하셨나보네요. 같은회사 동료분이신것같은데 .. "

 

" 아... 과로외에는 다른 아픈점은 없습니까? "

 

" 영양실조가 조금 있으세요. 기러기아빠신가요? "

 

아뇨, 하고 쳐다보는 과장님의 손에 뼈마디가 허옅게 드러나보였다. 늘어진 과장님을 업고 헐레벌떡 들어간 응급실은 고맙게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드라마의 한장면마냥 콰당탕 문을 박차고 들어가 다가오는 간호사와 함께 그를 눕혔다. 코를 찌르는 술냄새에 으악하고 간호사는 질색을 했다. 취객을 데려오는곳이 아니에요 응급실은! 하고 따지는 말에 진찰만 한번 해봐달라고 사정을 했다. 평소답지 않게 조급하고 호들갑을 떠는것에 조금 창피했지만 지금상황에서 아무렴 그게 문젠가 싶었다. 잠에든건지 기절한건지 의식의 밑바닥을 헤메는 과장님은 보는사람도 불편한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세상 그런표정을 짓는 사람이 아니였는데, 하고 불안감이 엄습했다. 사람이 너무 충격받으면 실어증에 걸린다던가, 기억을 잃는다던가 하는 TV프로를 얼마전에 본 참이라 말도안되는 불안은 더욱 커졌다. 안절부절하는 나와달리 침착함을 넘어 무기력해보이는 간호사는 능숙하게 체온, 혈압을 재기 시작했다. 호흡은 제대로 하시는거보니까 기절하신건 아니시구요, 하고 기절한건 아닙니까? 하는 나의 질문에 대답했다. 분명히 예민하시니까 반응하실꺼라고 생각했는데 귀에다가 체온계를 넣는대도 꿈쩍하지도 않으셨다. 과장님의 소매를 걷던 간호사가 어머머-하고 안타까운 탄성을 질렀다.

 

" 엄청마르셨네요, 혈관이 잘 보여서 좋긴한데... 체온 조금 낮으시네요, 혈압도 조금 낮으시고. 근데 정상범위내에요. 영양제 놔 드릴테니까 받으시고, 그쪽분이 보호자신거죠? 이리와서 저기 차트칸좀 채워주세요. 나이랑 이름, 약먹으시는거 아시면 적어주시구요. "

 

- 37, KAITO...

약먹는건 아마 없으시겠지? 밥을 몇십번을 같이먹었는데 약을 숨어서 먹을리도 없을테니까. 성도 모르고 이런것도 모르고.

뭔가 자신감이 떨어진다. 그라면 숨어서 약을 먹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무서울테니까.

지금의 이 사단도 과장님이 나를 조금만 더 편하게 생각하고 말을 터놓을수 있었던 상사였다면 생기지 않았을것이다. 그거 하나 말한다고 내가 과장님을 잡아먹을것도 아니고 도데체 뭐가 그렇게 무서우셨을까? 아까 화를 참지못하고 소리쳤을때 표정이란... 그렇게 쉽게 소리치지말걸. 결국 믿는다 믿는다해도 나는 끝까지는 그를 믿지못한것이다.

간단히 생각해서 과장님이 이런 큰일을 벌일정도로 간이 크지가 않으신데, 뭘 의심하고 불신한건지 바보같이.

 

똑똑한방울씩 떨어지는 노란색 영양제가 관을 타고 들어갔다. 링거를 놓는다고 펼쳐놓은 팔소매로 흐트러진 옷을 말아 올렸다. 색색하는 숨소리가 조금씩 안정되는것같아서 내마음도 조금 놓였다. 표정은 여전히 찡그린채였다. 볼품없이 마른 카이토과장님은 영양실조가 오실때까지 뭘하셨길래. 같이 밥을 먹을때도 먹는것보다 남기는게 많은 그는 속병이 있다고 난감한 웃음을 지을때가 많았다. 이시대의 회사원이라면 한두개쯤 가지고 있을 속병일테지만 과장님은 남들보다 조금 더 애처롭게 속병을 데리고 사는것같았다. 커피를 마시지않는것도 매운음식을 잘 먹지않는것도 다 그때문일것이다. 속이 아프다며 점심을 거르는일도 자주있는 일이였으니까 약을 챙겨먹을만큼 자신을 챙기는 것도 아닌 멍청한 사람. 정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답답해지는 사람이다. 융통성이라고는 다 팔아먹으셨나.

시계는 열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간이의자에 앉아 계속 과장님에대한 생각을 했다. 어떻게 사과를 해야 진심으로 받아들이실까.

간호사는 간간히 와서 과장님이 정신을 차렸는지 확인하고, 나로선 알수없는 몇몇 주사를 놓았다.

차트를 정리하는등 한창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그날의 일과를 다 마친듯한 간호사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 계속 계실꺼에요? 이제 보호자분이 하실 일 없는데, 가셔도 괜찮아요. 그냥 피곤해서 잠든것같으니까요 "

 

" 아닙니다. 어짜피 늦었으니까요. 깨어나는것 보고 같이가겠습니다. "

 

" 네에... 그런데 실례지만 무슨관곈지 물어봐도 되나요? 아닌게 아니라 처음에 응급실 문 박차고 들어오실때 깜짝 놀랐다니까요,

전 처음에 등에 업히신분이 여자친구나 되는 분이신줄 알았는데 ... 후훗 "

 

" 제 부하직원입니다만... 술자리도중에 갑자기 쓰러져서..네. "

 

" 호오.. 친절한 보스를 둔 카이토씨는 좋으시겠네요, 그리고 회사에서 밥좀 잘 챙겨먹이세요. 어떻게 요즘세상에 단백질영양실조가 뭐에요! 사회생활하시는 분들이 말야. "

 

이래서 남자들은 안돼요, 고기만보면 다 단백질인줄 아시죠? 하고  단백질이 많이 들어간 식품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보다 나이도 어려보이는 간호사에게 잔소리를 들을만큼 잘 못한게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또한 과장님의 상태에 많이 놀란눈치로 보이고, 지금의 응급실에는 심심해보이는 그녀와 나 밖에 없으므로 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의 세마디를 계속 돌려가며 그녀의 말에 응대해 주었다. 환자가 없는 그날 밤의 영양학 강의는 영양제를 하나 더 끼워넣는 것으로 연장되었다. 아무래도 오늘밤엔 일어나기 그른것같아요, 만성피로도 있으신분같은데- 하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링거를 바꿔끼워넣었다. 그리고 동틀새벽이 다 되어서야 파르르하고 희미하게 손이 움직이며 까랑까랑한 간호사의 목소리 사이로 신음소리가 배어나왔다. " 아... " 하는 고통에 찬, 너무도 힘없는 목소리였다.

기계적으로 응대하고 있던 나와 콩의 단백질에대해 한창 설명하고있던 간호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침상을 바라보았다.

 

" 과장님!! "

 

" 환자분 정신이 드시나요? "

 

술집에서의부터 기억이 없으실 과장님은 여기가 어디 ... 로 시작하고 나를보며 앗. 하고 끝맺었다. 상황파악이 느리신 분은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간호사는 분주하게 다시 체온을 잴 준비를 하고 나를 잠시 내보냈다. 상의를 벗고 검사할게 있다는게 이유였다.

 

" 제가 말씀드린 식품들있죠? 그런것들이나 사오세요, 앞에 편의점 있어요. 그럼 커튼칩니다 " 하고 싱글싱글한 웃음을 띠며 옆의 커튼을 잡아당겼다. 뭔가 진 느낌이 들어 비싯한 표정으로 자켓을 챙겨들었다. 상의를 벗고하는 검사라니 그런게 뭐란말이야?

 

 

 

 

 

 

 

 

*

 

 

 

 

 

 

 

" 죄.. 죄송합니다 부장님 .... "

 

" 죄송합니다란 말좀 그만하세요. 그리고 "

 

죄송하시면 이걸 다 드시면 됩니다. 하고 병원앞 편의점을 쓸어온 봉지를 침대맡에 우르르 쏟아냈다. 편의점에서 돌아왔을때엔 링거액이 노랑색에서 하나더 추가된 투명한 것도 생겨있었다. 환자침대를 조금올려 반쯤 누워있던 과장님이 쏟아지는 두유, 김밥, 샌드위치, 빵, 데워서 손에 든 레트로트 전복죽등을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싱싱코너라며 냉장고 안에있던 과일들도 다 쓸어담아왔고, 혹시 소화에 문제가 될까싶어 데워올수 있는건 모두 데워온 참이였다.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건 그 편의점에 전자렌지가 하나밖에 없었기에 한번에 데울수 있는양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였다. 걸어가 환자용침대에 달린 식탁을 올려놓고 봉지안에서 두유와 소화가 잘될법한 죽부터 꺼내올렸다.

 

" 잘사오셨네요, 몸에 별 문제는 없으세요. 잘먹고 잘쉬시면 금방 회복하실것같으세요. 저 투명한거 다 맞으시면 저한테 말씀하시고

가시면 되요. 카이토씨 아시겠죠? 잘! 먹고 잘! 쉬셔야해요. 특히 수면부족이 심하신것같은데 저 보스님께 휴가라도 달라고 하세요. 안그러면 또 실려오실껄요? "

 

" 네에.. 저, 치료비는.. "

 

" 제가 계산했습니다. 간호사분 감사합니다. "

 

휴가라도 달라고하세요- 하며 나를 지긋이 쳐다보는 간호사는 반협박을 해왔다. 사실 과장님께는 유급휴가도 남은게 있으니까 그걸 써도 상관은 없겠지만, 이런 사고를 친 마당에 절대로 그 자신이 쓰려고 하지 않을것이다. 그리고 쓰면 사람들 말도 조금 이상하게 돌것같고, 중요한 거래 망쳐놓고 잠수탔다던가. 그런 악질의 말들이 잘 도는 세계니까 말이다. 안타깝지만 시말서 정도는 써주고 휴가를 가주는게 후폭풍을 위해서도 좋은것같지만-

 

" 우선 이거나 좀 드세요. 다 먹기전까지는 아무데도 못가십니다. "

 

" 어...너무많은데요 ..일단저... 내일 출근은, 아니 오늘인가. 아니 그전에 마지막에 어떻게 되었..습니까? 가쿠포사장님은..."

 

" 아- 하세요. "

 

오옷, 하고 얼떨결에 죽을 받아먹은 과장님은 우물대면서 손짓을 해댔다. 삼키고 말을 하려고 입을 열면 내가 다시 죽을 주었기때문에 말을 할수 없는 상태였다. 그냥 드시기나하세요. 꼭꼭씹으세요. 하고 엄마같은 잔소리를 하며 한입한입 먹이는데 오물오물먹는게 어렸을때 동물원에 가면 토끼에게 상추를 먹였을때의 향수가 느껴졌다. 속이 쓰리진 않으십니까? 하는 물음에 커다랗게 도리질하는게 어느정도 기운을 차린것 같았다. 죽을 다 먹이고 이제는 병 두유를 뜯어 빨대를 꽂아주었다.

 

" 쭉 빨아마시세요. 따뜻한거니까 속 뜨끈해지고 좋을겁니다. "

 

" 배부른데요 .. "

 

" 안됩니다. 마시세요."

 

으응..하고 늘 보여주는 난처한 표정을 지은 과장님 손에 병두유를 쥐어주었다. 계속 실내에 있었던 내손이 따뜻한게 미안할 정도로 여전히 손은 차가운 상태였다. 죽이 그렇게 많은양도 아니고 사실 나같으면 저거 세개도 먹고 남았을텐데 하나도 겨우겨우 다 먹고 배가부르다니 이건 자기가 이십대 다이어트하는 여자들도 아니면서 서른일곱의 중년기 몸에 실례되는 칼로리수치다. 이러니 영양실조가 오고도 남지 싶었다. 두유를 손에 만지작만지작하고만 있는 과장님께 손짓으로 마시라는 표시를 했다. 그제서야 빨대를 입으로 가져가 조금씩 빨아먹으시자 나는 서둘러 데워온 빵, 삼각김밥같은 탄수화물군을 꺼냈다. 끝없이 나오는 음식들에 질린표정의 카이토과장님이

 

" 아직도 이렇게 많습니까? 저는 이렇게 많이먹지 못하는데요.. 부장님도 좀 드시죠.. "

 

" 이건 전부다 과장님껍니다. 그리고 이건 제것 "

 

하고 아메리카노를 탄 커피컵을 흔들었다. 빵봉지세개를 보여주며 어느것부터 드실래요? 하고 선택권을 주자 두유를 먹는 과장님은 웃을따름이였다. 지나가는길에 힐끔힐끔 우리를 보는 간호사도 후훗하고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걸어갔다. 선택하지 않으면 제맘대로 드리겠습니다. 하고 초코빵의 봉지를 주욱 뜯어 반쯤떼내어 과장님의 손에 쥐어다 드렸다. 안에 들은 초코크림이 녹아 손에 묻어나길래 혀로 빨아먹었다. 싸구려지만 달달한게 괜찮은 맛이였다.

 

" 감사합니다 .. 잘먹겠습니다. "

 

" 깨작깨작 드시지말고 좀 팍팍좀 씹어먹으세요, 아니 영양실조가 말이 되는소립니까? "

 

" 죄송합니다 .. "

 

" 죄송하자고 한말이아닙니다. 과장님이 왜 저한테 죄송해야합니까? 지금 죄송한건...  "

 

빵 녹습니다. 일단 드세요, 하고 말을 돌렸다. 과장님께 시도때도없이 듣는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하는말을 내가 하려니 왜이리 어려운지 귀가 빨개지고 입이 굳는 느낌이였다. 손에서 녹은 초코크림을 입에까지 묻힌것도 모른채 과장님은 아우 달다.. 하고 우물대며 말했다. 빵을 한입에 넣어 삼키고는

 

" 다 먹었습니다, 그럼 이제 한마디 하게 해주세요. 조금만 쉬고 먹어요.. 배터지겠습니다 진짜로요. "

 

" 고작 이정도먹었다고 배가 터지진않습니다. 그리고 아까 술집에서는 과장님이 쓰러지신뒤 제가 바로 업고 병원에 온것밖에 없습니다. 인터넷과의 거래는 파기된거구요. 이점은 제가 책임질테니 과장님께선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시말서나 몇개 쓸 준비를 하시면 ... "

 

" 어째서요? 왜 부장님이 제가 망친일을 책임지십니까. 제가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니 제가 책임... "

 

" 제가 아까 술집에서도 말했다시피 과장님은 절대 부족하지 않습니다. 부족한건 제 믿음이였죠. 죄송합니다. 과장님은 끝까지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하셨는데,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한가봅니다. "

 

고개를 숙인 내모습에 과장님은 퍽 놀란눈치로 어버버대며 아니에요, 아닙니다! 하고 자기도 고개를 얼른 숙였다. 내가 고개를 들자 따라들고서는 당황한 눈치로 다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 모습이 참 예쁘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 입술에 묻어있던 초코크림을 손으로 닦아주었다. 순식간에 새빨개진 과장님의 얼굴이 잘 익은 체리같았다. 역시 다네요, 하고 크림을 먹으며 말했다. 내일 출근만 하지 않았더라면, 과장님이 링겔만 하고있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영양실조라는 사람을 빨아먹을순 없지.

 

 

" 자, 다음은 빵? 밥은 어떠십니까? "

 

" 그..그만먹으면 안될까요 .. 저진짜 배부른데요, 조금만 더먹으면 토할수도 있을정돕니다. "

 

" 토하시면 안되고, 그럼 밥을 먹어볼까요? "

 

 

 

 

 

 

*

 

 

 

 

마지막 바나나를 까서 먹인후에야 나는 남은 아메리카노를 후룩 마실 여유가 생겼다. 먹지않겠다. 더이상은 안들어간다는걸 어르고 달래가며 꾸역꾸역 먹이니 평평하다못해 쑥 들어가있던 과장님의 배가 조금 불룩해진게 보여서 흐뭇했다. 그렇게 먹고나니 잠이 쏟아지는건 당연지사로 음식을다 먹인지 삼십분도 안되어서 새근새근 곯아떨어지셨다. 평온한 표정으로 주무시는걸 보니 나도 마음이 놓여서 잠이 쏟아졌다. 환자침대에 얼굴을 늬이고 차가운 과장님의 손을잡아 내손밑으로 겹쳐넣었다. 내일 출근시간까지 일어날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이미 내일 아침출근은 불투명해 보였다. 상황을 설명하려면 시말서가 몇십장은 필요할것 같았다. 입사이후 최대 사고가 이렇게 펼쳐지는구나. 오랫만에 한소리 듣겠구나 싶다.

 

그래도 과장님을 잃지않아서 다행이다.

 

" 속좀 그만 썩이세요. 못살겠네 정말 "

 

틱틱하고 손가락으로 볼을 찌르자 아까와는 다르게 찡그리는 과장님이 귀여워서 몇번이고 볼을 꼬집고 찔러댔다. 한숨 자고 일어나서 이 사태를 해결할때가 되면 더 괴롭히고 싶어지겠지. 앞으로 프로젝트맡길때는 내가 하나하나 다 검사해야겠다, 곧 올 인턴들도 맡으셔야할텐데.. 휴가는 꿈도 못꾸도록 열심히 일을 시켜야겠다. 밥먹는것도 이제 신경좀 써야지- 하며 차가운 손을 배게삼아 잠에 들었다.

시즌을 맞은 겨울의 첫눈이 주변의 소리를 다 잡아먹는 조용한 새벽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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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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