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브카이 키워드 < 아무데도 가지마>
그의 손에 이끌려 어딘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방, 방일까 조차 의심스러운 곳에 들어온 지 삼 일째가 지나가고 있었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자그마한 창문이 비정상적으로 나있었다. 그의 집에 가자고 한걸 보면 이 곳은 그 남자의 집일 텐데. 어쩐지 아무런 가구도 없는 방이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삼일 동안 카이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죄를 반복했다. 늘 했던 것처럼 벽에 머리를 부듸치자 한 참 뒤에 돌아온 희미한 시선 속의 그는 고개를 저으며 피가 말라붙은 이마를 소독하고, 따끔거려 움찔거리는 카이토를 보고 살짝 웃었다. 빳빳한 붕대를 감자 머리가 욱신거렸다. 그의 손은 벌레가 기어가듯 혐오스러웠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미약하게 발버둥치며 우는 것 뿐이란 것을 카이토는 인정하기로 했다.
“계속 침이 흐르네...진짜 다 망가진 거 아닌가?”
“아우우...으..”
머릿속에서는 온갖 저주의 말이 떠오르는데, 입을 열자 나오는 건 어린아이 같은 옹알이가 전부였다. 하고 싶은 말이 중첩되고 중첩되어 머릿속이 거멓게 흐려졌다가. 그가 얼굴이라도 만질라 싶으면 새하얗게 갠다. 눈동자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해서 그는 카이토가 망가진 모니터를 송출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턱받이라도 해줘야 하나...여기봐. 좀 닦자.”
“으...”
입에 가져간 손가락을 물자 그는 반사적으로 목 뒤를 찰싹 때렸다. 손가락에는 잇자국이 선명했다. 침이 흥건하게 더럽혀진 손가락으로 카이토의 입 안을 헤집자 발버둥은 더욱 심해졌다. 바지를 입지 않은 아래쪽에서 물이 새어나왔다. 목구멍을 건드리자 카이토는 켁켁거리며 기침을 했다. 옷을 갈아입지 못해서 엉망진창에, 얼굴은 닦지 못한 눈물과 긁고 부듸쳐서 붉고 파란 멍이 피부색보다 더 많이 보일 지경이었다. 혀를 내밀자 질척이는 바닥에 침이 뚝뚝 떨어졌다. 티셔츠에 손을 닦자 카이토는 여전한 경계태세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 눈빛을 카이토의 마스터라는 자가 보았더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즐거워하지 않았을까.
“가만히 있어. 이거 진짜 처음부터 다시 교육해야겠네..못된 강아지는 벌을 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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