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유카 [고백을 거절 할 때]


신발을 벗는 유정은 바닥에 커다란 장미 꽃다발을 내려놓았다.
장미가 한송이에 얼마라고 한다면, 이 1000송이의 장미에는 꽤나 돈이 들었을것이다. 그 금전의 표현이 그녀의 가장 큰 가치표현일 것이라고 유정은 생각했다. 함께 받은 차 열쇠는 손에 쥐어주고, 억지로 구겨받은 장미꽃다발을 조수석에 던져넣고 운전 해오는 길은 머리아픈 장미향이 코를 찔러댄다다.

"보통 남자 쪽이 주는거 아닌가요. 그것도 엄청난 확신이 있을때만."


그래서 그런 날 선 말을 던져버리고, 그녀의 일그러진 표정을 곱씹었다.
지금의 유정보다 높은 지위니 수입정도가 괜찮거니 하여 불확실한 고백에도 이정도 투자를 하는건가. 그렇다면 값싸고도 값싼 여자가 분명하다. 최근 몇 년 간의 고백중 가장 기분나쁜 종류의 것이었다. 오만하고, 역겨웠다.
받은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져 버릴까 하다, 코를 찌르는 차마 생생한 붉은빛이 선명하게 풀내음이 나는 것을 버릴수가 없었다. 신발소리에 뛰쳐나온 카이토는 꽃다발을 쳐다보았다. 혹시나, 하는 즐거운 짐작으로 입꼬리가 올라가있었다.


"이게 뭐에요?"
"몰라서 묻는건 아닐꺼고. 너해."


발로 톡, 포장지를 넘겨차자 꽃 잎 몇몇개가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다. 이리 하잘것 없는 움직임에도 떨어지는 꽃을, 어찌 사랑의 상징물로 만든것일까. 고까운 시선을 카이토에게로 가져갔다. 파란 매니큐어가 발린 손가락으로 붉은 꽃잎을 주워담은 장미다발을 황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색 대비가 좋네."
"예쁘다. 색도 향도 참 짙어요."
"의미 없는 색이고 향이지."


유리 물병을 가져다가 풀어헤친 장미를 꽂아두었다. 1000송이 전부를 넣기에는 온 집이 장미향으로 가득 찰까봐서, 네 다섯 송이만 넣어두었어도 며칠동안 집에는 진득한 향기가 끈덕지게 맴돌았다. 향기가 느껴질때마다 유정은 카이토를 불러 가까이 두었다. 카이토에게서는 아무 향기도 나지않는다. 장미를 만진 카이토의 손은 그대로 그 물이 들어있었다.


"손에 붉은 물 들었다. 이리줘봐."
"씻으면 지워질거에요. 화장실-"
"이리줘."


손목을 잡아 끈 유정은 붉은 기가 도는 손가락을 핥았다. 입 안에 그녀의 더러운 향수냄새 같은게 감도는것 같았다.



Posted by michu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