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카이 : 조금 헐렁한 셔츠]

카이토가 가져온 종이가방 안에는 똑같은 사이즈의 티셔츠가 두 개. 키도 몸무게도 똑같은 모델이니까. 입어보지 않겠냐고 물어오는 카이토에게 고개를 저었다. 기성복 사이즈에 맞추어진 몸이라 사온 셔츠는 입어보지 않아도 맞춘듯 길이며 품이며 불편하지 않을테니. 며칠 전 여름맞이로 새 옷을 사오겠다는 나에게 카이토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퉁명스럽게 주절거렸다.

"어짜피 무늬만 달라지는 옷. 디자인이랑 사이즈 똑같고. 나도 가끔은 헐렁한 셔츠 입어보고 싶어."
"왜 굳이 헐렁한걸요?"
"귀엽잖아."

진지한 표정으로 남자들은 헐렁한 셔츠입은 애인을 좋아한데. 카이토는 잡지에서 보았다며 특급 비밀이라도 말하듯 쉿. 하고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갔다. 아래에 아무것도 안입는게 포인트인데. 그건 변태같아. 얼굴을 맞대고 귓속말을 하는 카이토는 우리가 그 잡지를 함께 보았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나는 기분좋게 웃으며 옷이 포장된 비닐을 벗겨 카이토의 어깨에 대보았다. 두 사이즈나 커다란 걸 샀더니, 역시 어깨선부터가 남았다. 허리를 넘어 아래까지 떨어지는 셔츠를 보고 카이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의아하게 쳐다보자 나는 내것인 원래 사이즈의 셔츠를 꺼내 포장을 벗겼다.

"원하시던거 사왔어요. 입어보세요."
"어라. 어떻게, 아니.. 그보다!"
"아래는 안입는게 포인트였던가요."



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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