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카이유정>> 너무 상냥해 

문득 유정은 카이토가 남자의 성격을 기반으로 만든 안드로이드 인 것을 생각하면, 과도하게 상냥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것인지, 모든 카이토들은 자신의 오피스텔의 저것 처럼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모양으로 마스터들에게 헌신하는지.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마찬가지로 저도 다른 카이토를 본 적이 없어서요. 유정이 내일 입을 셔츠를 다리던 카이토가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그렇게 상냥한 편인가요. 퉁명스럽게 뱉었지만 내심 숨어있는 칭찬을 눈치 챈 카이토는 슬슬 웃으며 남은 다림질을 했다. 

“저라도 상냥하지 않으면 힘들겠죠.”
“마냥 칭찬은 아닌데.”

그렇게 헌신적으로 해주다 보면 자신이 없어지기 마련이야. 무릎 꿇은 발가락을 꼼지락대는 것을 쳐다보던 유정은 받은 셔츠를 옷걸이에 걸어두었다. 뜨끈한 스팀에서 은은한 유연제의 향이 난다. 생각해보니 이미 카이토에게 자신이란건 없는거나 마찬가지 였음을.

 


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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