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자 키워드 보지마


카이토는 저녁동안 줄곧 거울을 보고 있었다.
공장에서 찍어낸 기성품의 얼굴은 여느 각도로 돌려봐도 모니터 화면속의 카이토와 똑같은 모습이다. 형광등 불에 빛 바랜 머리색은 모니터에서 찬란히 빛나는 새파란 색이 아니라는 것 만이 사용된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기본적인 표정으로 웃었다가. 무표정을 지었다가. 찡그려본다. 기분이 좋지 않지만 웃는것이나, 기분이 좋아서 웃는것이나 지정된 것 이외의 근육은 움직이지 않는다. 눈 안의 마스터는 베란다 문을 연채로 담배를 세 대째 뿜어댄다. 뻑뻑 피어들어오는 담배연기에 카이토는 콜록대며 손에 든 거울로 얼굴을 가렸다. 

"아우, 담배는 좀 문 닫고 피세요."
"싫은데-."

일부러 바람에 후, 하고 연기를 실어보내고는 마스터는 킥킥웃었다. 거울은 봐서 뭐해. 
나른한 눈빛으로, 저것도 카이토에게는 구현하기 불가능한 표정이었다. 눈을 반쯤 감은채로 눈썹을 내리고 살짝 웃은 미소. 흉내를 내보려다 이내 그저 7번의 웃음을 짓는다.

"부럽네요."
"담배피는게?"

그것도, 이것도. 


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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