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카이 키워드 [필요 없어]


눈을 뜨자 집은 조용했다. 잠들기 전 새벽까지 마스터는 두근거림에 알림없는 휴대폰을 놓지 못하고 앨범을 돌려보았다. 이쁘지. 정말 이쁘지? 수백번은 물었을 질문에 나는 응, 6월의 신부님은 아름답네요. 하고 마음에도 없는 대답을 했다. 마스터가 사랑하는 그녀는 아름답지는 않지만, 아름다웠다. 사진속의 마스터와 그녀는 둘로 완벽한 하나가 되어 내가 끼어들 장소 같은건 없다. 마스터는 얄팍하게 잠시나마 눈을 붙이기 전까지 정말 결혼식에 오지 않겠냐고 물었다. 나는 겁이 나 먼저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기로 한다. 


"제가 가서 뭘하나요. 제가 필요하지 않는 곳인데."

어깨동무하는 손을 떼내려다, 이것도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는 불확실한 예감에 어깨를 누르는 무게를 내버려 둔다. 머릿속에서 바라지 않는 장면이 줄곧 떠올라, 눈을 감고 귀를 막은채 영원히 반복되는 듣지않은 마스터의 말 속에 새벽이 흘러가지 않기를 하잘없이 바라며 밝은 아침엔 '나의 것' 이라고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나만이 있을 뿐이다.


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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