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자 키워드 일상속의 행복


창문을 열자 서늘한 여름바람이 스쳤다. 해가 길어지고 있었다.
길어지는 해 만큼이나 느릿한 저녁시간과 이어지는 디저트시간은 끝날듯 끝나지 않는다. 밥을 먹고나면 맥주 한잔 할까, 하고 간편한 반바지를 입은 마스터는 편안한 얼굴로 냉장고를 뒤적인다. 그것마저 섹시하게 느껴진다고 하면 프로그램상 오류인걸까. 

"짠, 네것도 들고왔지."
"에헤헤..감사합니다."

손에는 맥주한캔, 아이스크림 하나. 볼에 가져다대며 살짝 웃는다. 천천히 눈속에 담기는 미소를 놓치고 싶지않아 카이토는 눈을 크게 떴다. 순간의 바람, 차가운 아이스크림과 따뜻한 웃음의 찰나를 기록했다. 이 순간이 내일도 다가 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했다. 멀뚱히 자신을 바라보는 카이토의 손을 툭, 쳐내 주의를 환기시켰다. 배터리가 다 된건 아닐텐데. 

"뭘 그렇게봐, 너무 예뻐서 그래?"
"그럴리가요.."
"그런데 왜 얼굴은 빨개지고 그래. 술은 내가 마셨는데!"

응, 응? 하고 보채듯 묻자 대답대신 돌아오는건 바닐라맛의 입술이었다. 

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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