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누가 흑역사를 잘하는지 대회하면 제가 1등


The Office! 01

서늘한 가을바람이 사무실의 창문을 비집고 들어왔다. 바람소리를타고 키보드치는 소리, 간간히 들리는 마우스 누르는소리만이 한동안 계속 되었다. 가슴에 '보고서 제대로 써오세요'를 깊이 새긴 카이토 과장은 음울음울한 부끄러움의 바다속에서 바닥까지 떨어진 자존심이 구겨지는 소리를 들었다. 부하직원들도 다 보는곳에서 그런일이라니.. 너무해요, 라고 말해야할까. 남자답게 화를 낼수도 없는 처지인게, 부장님이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오죽 답답했으면 그러셨을까. 하고, 기본적으로 자신보다 남을 위하는게 우선으로 작용하는 과장님의 생각구조는 다른 평범한 사람이였다면 화를 백번은 내고 부장의 멱살을 잡을 상황을 그럴수도 있는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기분이 좋을리가 없었으므로 풀이 죽은얼굴로 퇴짜맞은 보고서를 이리저리 작업했다.

 

' 얼른 집에가서 이 매직낙서 지우고싶다 .... 집에가서 잔업 해온다고 하면 화내실까? ' 하는 과장님의 타자치는 손길이 빨라졌다.

집중하기위해 입술을 깨문 그의 표정은 미묘하게 귀여운것이였다.

이윽고 사원들이 분주하게 짐을 챙기는 소리가 바스락 바스락 들리고, 시간에 맞춰 " 내일 뵙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하고 흥겨운 발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서는 몇몇의 직원이 생겨났다. 십분, 이십분이 지나면서 다른 직원들도 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향했고, 시계가 일곱시를 가리켜 해가져서 어둑어둑 해질무렵엔 여전히 보고서를 고치는 과장님과 무심한 눈길로 자리에서 서류를 살피는 부장님 단 둘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과장님은 흐음- 하고 무언가 고민하는듯한 소리를 냈다. 이정도면 통과시켜 주시려나, 얼른 집에가서 이 가슴팍에 쓰인 매직 지우고싶은데..

그나저나 이거 뭘로 지워야 하는거지? 몸에 아세톤을 끼얹을수도없고, 뜨거운 물에 푹 불려서 이태리타올로 빡빡 밀면 지워질까.

보여드릴까? 또 화내시면 어떡하지, 지금보고있는 서류 다보시면 말을 꺼내자- 한게 벌써 다섯서류째다.

힐끔힐끔 자기쪽을 바라보는 불안한 눈빛을 모를리가 없는 부장이 결국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부장은 둔한 과장님이 눈치채지 못할정도로만 그의 배부분을 쳐다보고있었다. 혹시나 아까 썼던 낙서가 셔츠사이로 보일까 싶어 힐끗거렸지만 커다란 셔츠만 입고있었다면 충분히 비쳐보이거나 했을텐데, 멜빵이라는 방해물이 그것을 방해했다. 에잇, 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과장님께 말을 걸었다.

 

" 할말 있으십니까 과장님 "

" 아, 저기. 아까 오더하신 문서 고쳤습니다. "

" 그것 참 다행이네요, 보내시고 가시죠. "

 

그말에 휴우하고 자그만 안도의 한숨을 내쉰 과장님이 양복자켓을 챙겨들고 휘리릭 주워입었다. 삼사년쯤 입은 낡은 양복자켓은 보풀제거기가 절실했다. 결벽증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깔끔한 것에대해 집착이 있는 부장님눈엔 ' 저 옷을 도데체 왜 입고다니실까, 월급을 안받는것도 아니고..'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역시 양복자켓과 함께 늙은 가죽으로된 서류가방을 들고 과장님은 하루중 가장 명랑한 웃음을 보였다.

 

" 감사합니다. 부장님은 안가시나요? "

" 저는 조금 할일이 남아있어서, 먼저 들어가세요. 수고 많았습니다." 하고 부장은  책상에 앉은채로 고개를 예의상 까딱 숙였다.

 

" 네, 그럼 내일 뵙도록 하죠."  크게 구십도로 부장에게 인사를 하고 생긋 웃으며 문을 나섰다. 퇴근은 회사생활의 꽃이라 했던가, 신이 나는지 흥겨운 선율의 콧노래를 부르며 복도를 지나서, 회사를 칠년째 다니다보니 이젠 친구할 정도가 된 로비의 경비원께 인사를 드리고 정문을 나왔다.

아직 운전면허도 없고 차도 없는 과장은 통근지하철의 사람이 많지 않기를 빌며 집으로 향했다.

 

 

 

 

*

 

 

 

 

 

그는 낡은 서류가방에서 열쇠를 뒤적거려 문을 열었다. 금속의 찰칵하는 쇠음이 울리며 냉랭한 그의 오피스텔이 반나절만에 돌아온 주인을 맞았다. 아무도 없지만 씩씩하게 " 다녀왔습니다 " 라고 경쾌하게 말하고  그리고 평소처럼 아무렇게나 옷을 벗어 뒤집은채로 두고 서류가방을 바닥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그의 집에 정리된곳이라고는 음악 CD를 모아놓은 유리장식장 단 한곳이였는데, 이곳마저 장식장의 가동범위 외에는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보풀제거기란 그의 집과같은 환경에서는 거의 사치에 해당했다. 혼자산지가 여러해가 넘어가고, 취직 이후에는 누가 집에 찾아올 필요도 없었다. 매일을 고단하게 보내는 그는 지금의 오피스텔에 만족하며 살고있다. 회사일 외의 다른것을 생각하기에는 아직 여유가 없었다. 어쩔수 없지. 피곤하니 샤워나 하자- 샤워를 하기위해 홀딱 벗고 욕실에 들어간 카이토 과장이 소리쳤다.

 

" 아악!! 이거 와이셔츠에 묻어서 번졌잖아?! "

 

살에 적힌 매직은 잘 마르지 않았었나보다.몸 은 몸대로 더럽혀지고 와이셔츠는 와이셔츠대로 더렵혀졌다.  아.. 부장님은 1타2피를 성공하셨군요 .. 샤워기에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추적추적 맞으면서 배에 새겨진 부끄러운 글자를 어떻게 지워볼까 고민했다. 도장처럼 찍혀나온 와이셔츠의 매직도 지워야하니 이중일이 생겨버렸다. 카이토과장은 하루의 피곤함을 집약한 한숨을 크게 내쉬고, 욕조에 있던 커다란 대야를 꺼내 뜨거운물을 받기 시작했다. 락스를 조금풀고 와이셔츠를 넣어 일단 일차방도를 구해놓고, 느릿느릿하게 몸을 씻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는것은 노래부르는것 다음으로 그가 좋아하는 일이였다. 그러니까 그가 가장 좋아하는일은 뜨거운물에서 목욕을 하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였다. 화장실의 음향효과까지 더하여 더욱 노래가 잘되는 느낌이 들기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은 목에 검은 글자라도 박힌듯이 노래가 나오지않아 간간히 슬픈음의 허밍만을 넣을뿐 별다른 노래를 부르고 싶지 않았다.

머리를 감고 몸에 비누칠 까지 끝냈지만 가슴팍 아래의 선명한 글자들은 오히려 더 색이 짙어진것같았다.

그는 머리에 수건을 얹은채로 욕실바닥에 주저앉아 대야와 그 옆에있는 빨래판을 가져왔다. 빨래판에 와이셔츠의 검게 염색된부분을 박박 문질러 보았지만 껌딱지 처럼 달라붙은것도 아니고 아예 스며들어 전혀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계속해서 와이셔츠를 문지르고, 락스물에 담그고, 문지르고를 반복했다. 여러번 반복하니 조금씩 색이 옅어지긴 했지만, 셔츠를 들어 확인하니 글자가 뒤집어진채로 비쳐보였다. 으으- 하고 싫은소리를 내며 와이셔츠를 다라이에 던져버렸다.

 

" 아, 정말 ... 이 와이셔츠는 집에서나 입어야겠다. 이렇게 되면 몸에있는건 더 안지워질것같은데 ... 하아 "

 

으쌰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수건옆에 걸린 이태리 타올을 꺼냈다. 몸에 있는것부터라도 지우겠다는 생각으로 비누칠을 해 뱃가죽을 마구 문질렀다.

마찰감이 심해져 점점 피부가 빨갛게 되고 통증이 밀려왔지만 유성매직은 하얀 피부에 깃들어 꼼짝을 하질 않았다. 결국 이태리타올의 흔적이 더해진체 빨갛게 부어오른 배를 부여잡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배에서 통증이 아려왔다. 따끔따끔해서 더이상은 이태리타올은 못쓰겠다.

그럼 내일도 이 글자를 배에다 적은채 회사를 가야한단 말인데, 그건 정말 싫었다.

 

과장님은 좀더 근원적인 질문을 하였다.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지? 자기는 영업1부의 최고 연장자이고, 직책도 위에서 두번째인 과장인데. 어째서 매일 부장님께는 혼이나 나고, 부하직원들에게는 웃음거리가 되어야 하는걸까. 내가 뭘 잘못했다고,

오늘 한 그 어플인지 뭔지도 사실은 직원들이 짜고 한것은 아닐까... 일을 못해서 다들 화가났나,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과장님의 눈에 그렁그렁하게 눈물이 맺혔다.

 

" 흑...내가 뭘잘못했다고 .... 흐엉... 따가워어, 이거 왜 안지는거야... 부장님 미워...흑.....내일 회사 어떻게 가.... 흐잉"

 

울먹울먹 하던것이 배의 따가움과 합쳐져 울음으로 변했다. 최근이년동안의 회사생활은 그에게 있어서 힘든것이였다.

새로온 부장이 자신의 모든일에 태클을 걸때부터였다. 부장님과 함께있을때에 과장님은 항상 자신이 부장님의 손바닥 위에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렇게 내가 싫으셨으면 그냥 불러서 말을하시지.

어째서 이렇게 못살게 구는걸까 ...

 

흑흑하고 나오는 콧물을 들이마시면서 물소리와 함께 눈물을 쏟아냈다. 욕실에 쪼그려앉아 우는 자신이 더 처량해서 과장님은 더욱 눈물이 났다.

한번 나오기 시작한눈물은 육개월전의 서러운 일까지 땔깜으로 하여 끝없이 차올라 흘러내렸다.

혼자 살아서 다행이야, 이런 추한 꼴 남한테 보일필요가 없으니까..

 

 

 

 

*

 

 

 

 

" 조..좋은아침 입니다.. "

아무리봐도 좋은아침같지 않은 잠긴 목소리를 한 과장님이 부서의 문을 열었다. 어제의 서러운 통곡의 눈물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퉁퉁부은 얼굴을 한 그는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갔으나 누가보기에도 ' 나 어제 서러워서 울었습니다 ' 하는 표시가 나타났다.

사원들은 채팅창을 열어 " 과장님 우셨다... 심하게 우셨는데? " " 어제 부장님일때문에 그런가? 아니면 우리가 가고난뒤에 또 혼나셨나? " 하는 추측성 발언을 내놓았다.

과장님은 축 처진 어깨에 위태롭게 매달린 서류가방을 책상 밑으로 내리고 컴퓨터를 켰다.

퉁퉁부은 눈에 빛이 들어오면서 눈이 시려 다시 눈물이 맺혔다. 군대에 다닐때도 눈물이 하도 많아서 하품한번 했는데 울었다고 얻어맞은 일이 있는 그의 화수분같은 눈물샘이 아침부터 따갑도록 마르지 않았다. 심지어 이태리타올로 빡빡밀어버린 배쪽은 낙서가 지워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빨간 발진이 생겨 아침에 옷을 갈아입을때 따가워서 죽는줄 알았다. 뭔가 심장박동에 맞춰서 두근두근하게 따가움을 전해오는게 며칠은 갈 기세였다.

 

왼손잡이인 과장님은 왼손은 마우스에, 오른손은 욱신거리는 배를 잡고 회의 건안을 살폈다.

이안건 .. 이건 부장님께 말씀을 드려야하는건데 ...

하고 앞앞자리의 부장의 책상을 살폈지만 부장님은 자리에 없었다. 아까 내가 출근할땐 계셨는데, 잠시 일이있어서 나갔나 보다.

잠시후 돌아온 부장이 손에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있었다.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는 부장님께

 

" 아, 부장님 오셨습니까.. 저번의 인터넷무역과의 회의안건에 대해서 말씀드릴께 있는데요. " 하고 쪽지를 보냈다.

" 저도 과장님께 할 말이 있습니다. 잠시 그 말씀은 뒤로 밀어두시고 나가시죠. " 하고 문쪽으로 손짓을 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기에 바깥에 까지가서 ... 하는 의문으로 따라나섰다. 부장님은 검은봉지를 들고 사원휴게실로 향했다.

 

출근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사원휴게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부장님은 중간의 동그란 테이블에 검은 봉지에서 꺼낸 연고를 꺼냈다.

앉으시죠- 하고 의자에 손을 내밀어 과장을 앉힌 부장님은 연고가 든 통에서 새살이 솔솔돋게 해준다는 광고문구로 유명한 작은 연고를 꺼냈다.

 

" 왜 부르신거죠? 전 아픈데 없는데요.. 연고는 왜 .. " 

 

의자에 정자세로 앉은 과장님이 의아한 눈으로 연고의 뚜껑을 돌리는 부장님께 말했다. 혹시 부장님이 오다가 다치셔서 나한테 연고를 발라달라고 하는걸까? 그런거면 미쿠씨가 있는데, 역시 내가 제일 만만해서 그런거겠지.

 

" 약 발라줄테니까 옷좀 들어보세요. "

" 네? "

" 배에 상처난거 다 알아요, 약발라 줄테니까 옷들어 보시라구요. "

" 안...안다쳤습니다. 배에 상처라뇨, "

" 그렇습니까? "

 

하고 부장은 큰손을 내밀어 과장님의 배를 스윽하고 만졌다. 남의 손길이 닿아 예민해진 발진이 통증을 보내왔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 흐익 , 아얏 .. "

" 이래놓고 안다치셨습니까, 며칠 지나면 물에 저절로 씻길거라 생각했는데 .. 과장님이 그렇게 싫어하셨는지는 몰랐습니다. 더이상 실랑이 하기 싫으니 제가 제손으로 벗겨서 약 바르기전에 어서 단추좀 풀어보세요. "

 

단호하고 단정하게 자신을 쳐다보며 벗기기전에 벗어보라는 협박을 받은 과장님은 이 실랑이에서 자신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바지안에 넣은 와이셔츠 자락을 빼내고 아랫단추를 네개정도 풀었다. 어제와는 다른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어제는 보는눈이 많아 부끄러웠다면, 오늘은 한사람의 눈빛이 짙은 농도로 다가왔으니 정도는 어제와 비슷했다.

 

양복 소매를 걷은 부장님은 연고에서 흰색투명한 연고를 듬뿍 짜서 과장님의 붉은 발진에 발랐다. 부장님의 손은 그의 차가운 성격만큼이나 차가울것 같았지만 반대로 무지 따뜻해서 과장님은 따가움에 움찔움찔 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말없이 한참이나 꼼꼼하게 과장님의 상처에 약을 바르던 부장님이 연고를 끝에서부터 밀어 마지막 남은것을 짜냈다.

감사인사를 드릴 타이밍을 기다리던 과장님이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 아유.. 감사합니다 이거, 주책맞게 이태리타올로 마구 문질렀더니 ... 덕분에 빨리 나을것 같습니다. " 헤헷하고 수더분하게 웃었다.

 약을 다 발랐는지 손가락에 남은 약을 테이블위에 놓여있던 휴지에다 슥슥닦은 부장님이 옷을 내리려던 부장님의 손을 톡쳐서 막았다.

" 아직 마르지 않았습니다. 잠시만 그러고 계세요 "

한통 전부다 쏟아붓다시피 했으니 떡처럼 찐득하게 붙어있었다. 부장님은 아무말없이 연고의 층에 뭐라도 달라붙어있는듯이 뚫어져라 상처를 쳐다보았다. 그것이 미안해 하고 있는것이라고 카이토 과장님은 생각했다. 역시 일에 까다로울 뿐이지 나쁜사람은 아냐. 저렇게 따뜻한 손길을 주는사람이 날 미워할리도 없을꺼야. 하고 어제의 오해를 불태웠다.

 

" 부장님 나중에 결혼하시면 아내분한테 사랑받겠어요, 손길이 아주 부드러우시네요. "

" 아, 저는 결혼할 생각이 아직 없습니다. "

" 그러신가요... 하긴 아직 어리시니까. 몇년만 지나 저처럼 되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흐흣 .. 이나이쯤 되면 결혼식도 많고,

아, 그러고보니 이번주 주말에 영업3부 메이코과장님 결혼식이군요. 청첩장돌린거 보셨습니까? "

" 네, 청첩장안에 든 메이코과장님 사진정말 예쁘시더군요 .. "

 

하는 회사안의 소소한 이야기를 몇분쯤 하다가 " 이제 옷 내리셔도 될것 같습니다. 돌아가죠. " 하는 부장님의 말에 총총거리며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삼십분 정도 지났을꺼라 생각했던 시간은 한시간이 훌쩍 넘어있었고, 그날의 일이 많단것을 기억해낸 과장님이 서둘러 자리로 돌아갔다.

배에 발라진 약때문에 찹찹하고 찐득해 유쾌하진 않았지만, 마음만은 전날보다 훨씬 가벼워졌다.

기분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과장님이여서 부하직원들은 ' 어떤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부장님이 과장님을 기쁘게 했다 ' 란것만은 알 수 있었다.

 

약이 효과가 좋은것인지, 몸이 자가치유를 빨리 한것인지 몰라도 삼일은 갈것같았던 발진은 감쪽같이 사라져 다시금 하이얀 상태로 돌아왔다.

저녁에 샤워를 하며 기분좋아진 과장님은 뜨거운 욕탕 안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들을 부르며 혼자만의 콘서트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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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

2010년도 글입니다.........할말이없슴...

고치려다가 읽을수가 없어서 걍올립니다 보고싶으셨다니 놀라워라

진짜 막장 오피스물....



 

 

 

 

나른한 오후의 사무실에 젊은 회사원들의 장난기가 가득찼다. 보카로상사라는 약간은 우스운 이름의 그 회사는 삼십년 전쯤에 작은 무역 상회로 시작했다가 현재는 영업팀만 3개가 생긴 중견회사로, 업무능력이 가장 좋은 순서라고 자신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영업1부에는 장난기 가득한 사원들의 표적이 되고야 마는 만년과장. 햇수로는 입사 칠년차로 꽤나 잔뼈 굵을 듯한 년수지만 업무능력은 삼년차에서 성장을 멈춰버린 카이토 과장님이 있다.

그는 높은곳에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도, 그 욕망을 받춰줄만한 능력도 부족한 그저 그런 사원이였지만 오후 네시의 나른한 사무실에서는 항상 그가 주목되곤 했다.

그시간 쯤에는 항상

 

" 카이토 과장님 "

 

하고 나즈막하니 앞앞 자리에 앉은 과장을 부르는 얼굴에 '화가 나지만 참고있습니다' 라고 써둔듯한 표정을 지은 영업1부의 부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원들의 뒷담화에서 빠지지 않는 영업1팀의 부장님은 외모, 키, 몸매, 능력까지 하나도 빠지지않는 엘리트로, 입사 3년만에 과장, 그리고 5년차인 현재는 한 부서를 이끄는 부장자리를 떡하니 꿰차고 앉았다. 낙하산으로 앉은것도 아니고 순전히 그의 노력과 능력으로 올라간 자리므로 사원들은 부러움이 섞인 볼멘소리를 하곤 했다. 어떤 프로젝트도 완벽하게 성공시키는 그의 하나밖에 없는 두통유발자는 책상에 처박고있던 고개를 번쩍 들어 그를 쳐다보고, 벌떡 일어나 그의 자리로 다가왔다.

 

 " 네? 네에 부장님 부르셨나요... 올려둔 보고서는 받으셨습니까? "

 

사무톤에 어울리지않는 아름다운 중저음이 가늘게 떨렸다. 항상 있던 일이지만 역시 혼나는건 익숙해 지지 않았다. 게다가 자기보다 나이도 어린 부장이라니! 게다가 왜이렇게 비쩍마르고 힘없는 자신과달리 자신감넘치고, 또 몸매도 남자답고.. 분명히 저 살짝 달라붙은 와이셔츠 안에는 식스팩들이 으쌰으쌰하고 있겠지? 하고 자신의 가는 손목에 힘겹게 매달린 큰 시계를 시간이 보이도록 돌렸다. 몇분 혼나는지 재야겠다 이번엔.

 

" 받았으니까 부르는거겠죠? 하 ..뭡니까 도데체? 제가 과장님께 어려운거 부탁드렸습니까? 3분기 결산한거 정리해서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회사 일이년다니시는것도 아니신분이 매번 왜이러십니까 도데체 어째서 이런걸 주시는겁니까 ... 저는 결재를 하고싶은거지 서류를 다시쓰고싶지 않습니다. 과장님도 부하직원들 시키신거 아닌가요? 제가 대리분들 바로 시켰을때는 좋은결과물 받은것으로 기억하는데, 어째서 과장님 손만 거치면 이런게 나옵니까? 뭘 손대셨어요? "

 

 

" 아니 조금 편하게 보시라고 프로그램으로 손봤을 뿐입니다만 ... 보시기 어려우신가요? " 하고 호소하는 말투의 과장의 눈에는 초롱초롱하게 물기가 젖어있었다. 서른 두살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동안의 그는 스스로를 아저씨처럼 보이기 위해 멜빵을 하고 다니는 과거패션을 주로 했지만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냥 귀여워라고 멜빵을 하셨나-하는 생각을 일으킬 뿐이였다.

 

" 어! 려운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모르겠습니다! 제가 퇴근하기전에 당장 다시 만들어주세요. 제발! "

 

더 혼내고 말하고 정말 아주 그러고 싶지만 시간이 없으니까요, 당장 자리에 돌아가서 이거 제가 이해할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주세요. 아시겠어요? 로 끝. 평소라면 이십분은 잡아먹었을텐데 오늘은 정말 시간이 없으니까 속전속결로 짧게 끝났다. 과장님이 혼나는 시간동안 나머지 직원들은 고개를 모니터에 처박고 사원채팅을 열어 야 오늘은 몇분이나 하려나? 를 시작으로 약간의 비웃음을 담은 대화를 했다. 그러나 나머지 사원들 모두 과장님의 능력이 낮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오늘 엄청나게 퇴짜를 받은 그 문서도 자신들이 먼저 확인했을때는 보통의 문서였다. 문제는 부장님의 눈에는 쓰레기로 보인다는 것이지, 너무 완벽주의자니까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것이겠지, 또

부장님의 업무에 대한 완벽성 추구는 항상 과장님을 야근으로 몰아넣는 주범이 되었다. 그러나 모든 회사원들이 공감하듯이 야근을 한다고 해서 문서가 갑자기 황금빛 찬란한 문서로 탈바꿈해 주는건 아니였다. 야근에 찌들어 안그래도 작은 체구가 쪼그라들것같은 과장님을 부장은 또 후라이팬에 볶듯 들들들볶아댔고, 결국엔 자신이 손을 대고나서야 만족을 할수있었다.

 

' 나같으면 부장이랑 한판 싸우고 회사 때려친다 ' 가 부하직원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였다.

그렇지만 '카이토과장님은 절대로 그러지 않을꺼야' 란것도 공통된 의견이다. 착하다 못해 순해 빠진인상의 그는 인상 그대로의 사람이니까,

이렇게 혼나고나면 풀이 죽어 울듯한 얼굴로 모니터를 십분쯤 그냥 쳐다보다가, 깊은 한숨을 쉬고는 다시 고쳐지지 않는 보고서를 이리저리 구색맞춰 낑낑대며 고쳤다.

왠지 과장님이 계속 풀이 죽어있으면 다른 사원들은 그것을 풀어주고 싶은 욕구에 휩싸였다. 그것은 모성본능과 비슷한 성질의 것 같았다. 파란빛의 머리가 덥수룩하게 부시시한 과장님은 혼자사는 티를 팍팍내고 다니는 불쌍한 사람인데다가 풀이 죽으면 초롱초롱하던 물빛색 눈이 그렁그렁하게 빛을 잃었다. 그리하여  항상 부서의 분위기 메이커를 하는 비서겸 잡무를 해주는 미쿠가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과장님께 코코아를 가져다주며

 

" 에이이 과장님! 힘내요 힘! 우리 맛있는거 사먹을까요? " 하고 생글생글 간식타임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항상의 영업1부 였으나, 오늘은 이 시나리오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미쿠가 과장님께 코코아를 갖다주기 전, 신문물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의 한 사원이 핸드폰에 재밌는 어플을 받았다며 모두를 불러모은 것이다.

처음엔 주위의 몇명만 관심을 보일 뿐이였지만 넉살 좋은 그중 하나가 " 과장님! 거기서 잉잉대지 마시고 이거 한번 해봐요 우리 " 하고 손짓했고, 부장또한 이러한것에 관심이 없는것은 아니였으므로 은근슬쩍 그들 뒤에 서서 곁눈질로 어떤 어플인지 살폈다.

 

" 이게 뭐에요? "

 

한 여직원이 스마트폰 화면속 동그란 다트판을 보고 물었다. 다트판을 터치하니 빈칸이 뜨면서 [벌칙입력] 란과 [사용자명]을 적는곳이 나타났다.

사원은 자랑스럽게 요즘엔 복불복도 다 스마트 하게 할수있는것이라며 신이나서 마구 입력하기 시작했다. ' 간식사기 ' ' 야근 하루 대신권 ' ' 회식쏘기 ' 등의 귀여운 것에서 부터 '남자일경우 상의탈의 여자는 섹시한 포즈" 와 같이 정말 저것만은 걸리면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것들또한 선택지에 있었다. 

 

" 이거 진짜 넣을꺼야? 대리님 몸 자신있나봐? " 하고 깔깔웃는 여직원들은 은근히 저 선택지가 몸좋은 부장님이 걸렸으면- 하고 생각했다.

무뚝뚝하고 여사원들에게 친근한 말 한마디 해주지 않는 부장이였지만 그런것또한 잘생긴 그에게는 매력으로 작용했다. 이기회에 눈호강이나 하자싶은 그녀들의 마음이 두근두근뛰었다.

그리고 뒷편에서 스마트폰이 뭔지, 어플이 뭔지도 헷갈리는 과장은 신기한 눈빛으로 까치발을 서서 화면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앞줄의 직원들이 마음대로 벌칙을 적고, 부서사람들의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흔들어 다트가 돌아가게 했을때 모두는 조용히 그 다트판이 멈추는것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사람들이 조용해지자 그제서야 과장님은 폰화면을 제대로 볼수있었고, 때 마침  '남자일경우 상의탈의 여자는 섹시한 포즈"가 서서히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 .. 과장님.. "

 

" 네? 누가걸렸나요? 헉..."

 

 

 

 

 

 

*

 

 

 

 

" 옷벗고 오겠습니다 ... "

 

 

회사 다닌지 칠년, 옷을 벗기기 전엔 절대 옷벗을 생각은 없다며 다짐했는데 문자 그대로의 상황이 펼쳐진것이다.

과장님은 화장실에서 와이셔츠를 벗으며 온갖 생각에 휩싸였다. 이럴줄 알았으면 평소에 운동이나 좀 해둘껄, 그럴 시간도 없지만. 일부러 와이셔츠 큰 사이즈로 입고다니는거 이제 끝이구나.. 그나저나 젖꼭지는 어떻게 해야하지? 방송같은데선 반창고로 가리던데. 그건 개그프로였나,

이걸 여직원들한테 보여줄수도 없고, 내나이가 서른둘인데 ... 이젠 결혼은 정말 물건너 갔겠다. 그냥 화장실로 달려오지말고 그자리에서 남자답게 휙 벗는게 좋았을까? 하지만 멜빵이 있으니까 그렇게도 못했을꺼야. 정말 .... 못났다, 나

 

화장실과 가장 가까운 쪽이라서 천만다행이야. 라고 생각하며 과장님은 벗어든 와이셔츠로 몸을 가려들고 쭈뼛쭈뼛 문을 열었다.

과장님이 없었던 십분동안 다른 룰렛을 돌려정해 놀이는 끝난상태였다. 모두 제자리에앉아 과장님이 들어오기만을 눈치껏, 업무를 하는 척 하며 문가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사원들의 카페채팅은 웃는이모티콘의 행진이였다. 부서에서 가장 나이많고, 가장 벗어서는 안되는분이 상의탈의라니!

부장님 조차도 일하는 중간중간 자신의 옆통로에서 언제 과장이 들어올까 내심 기다리는 눈치였다.

 

" 저 ... 이거 몇분동안 하고 있어야 하는거에요? "

 

하고 벌개진 얼굴의 카이토과장이 들어온순간 모두는 과장님의 허여멀건한 피부색에 놀라고, 커다란 와이셔츠안에 숨겨져있던 유실한 몸매가 너무나 여러보여서 쳐다보질 못했다. 차라리 배불뚝이 아저씨라면 하하하웃으며 놀려먹을텐데,  그리고 나름의 방책이라고 생각해간것이

 

" 과..과장님, 그 포스트잇은 뭡니까? "

 

어째서 이렇게 예의가 바른겁니까..하고 묻고싶을 정도로 예의바른 포스트잇 두장이 판판한 가슴 두곳에 붙여져있었다. 게다가 죽어도 빼먹지 않는 멜빵도 하고있는데다가 넥타이는 왜 하고 계신건지. 정말 과장님다운 상의탈의세요 .. 라고 게임을 주도한 사원은 생각했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와이셔츠로 가린 과장님이 자기자리에 앉아서 경직된 자세로 눈을 굴렸다. 어느타이밍에 옷을 입어야할지 맞추지 못한것이다.

여직원들이 " 어머 과장님! 살좀 찌우셔야겠어요, 허리가 나보다 얇아, 부럽네요~ " 하고 칭찬아닌 칭찬을 했다.

남자 사원들은 모두 난생 처음느끼는 이상야릇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중이였다. 어째서 저런데에 침이 넘어가는거지, 상대는 나이도 많으신 아저씨인데. 그런데 ....

 

' 하의벗기도 추가할껄 이란 생각이 떠나질 않아 '

분명히 저 마른다리와 허벅지라면 한번 해보고 싶기도 한걸까-하고 발기하기 일보직전의 누군가가 딴생각을 하기위해 노력했다.

얼른 집에가서 자위해줄테니까 잠시만 참으렴, 하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자위대상으로 나이많은 상사를 삼는다는건 흔하지 않은 일이였으나, 지금의것을 본이상 영 무리도 아니다. 여자보다 더 야한몸에 틀림없다.비쩍마른 어깨에는 여자보다 깊고 넓은 쇄골이 키스한번 해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남성성의 상징이라는 치골조차 과장님에게서는 여성의 유선함이 들어있었다.

 

자리에서 고개숙인채로 있던 과장님이 발그레한 얼굴을 살짝 들여올려 휙휙하고 주위를 살폈다.

나름대로 이제 옷을 입겠다는 신호를 보낸것이다. 그리고 접어두었던 와이셔츠를 활짝 펴기위해 팔을 들었다.

 

" 과장님 " 하고 부장님이 나즈막히 과장을 불렀다. 그의 얼굴에 미세한 미소와 홍조가 있었다. 그에게도 이장면은 남기고싶은 명장면임에 틀림없다. 그저 멍하니 쳐다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 네? 아유, 보기 민망하네요. 어서 옷입겠습니다. " 하며 과장은 슬슬 웃어보였다.

 

" 이리 와보세요 옷입으시지 마시고 " 하고 부장은 손짓했고, 과장님은 와이셔츠로 가슴팍을 가린후 쭈뼛쭈뼛하게 부장의 책상옆으로 걸어갔다.

여전히 카이토과장의 얼굴은 사과같이 빨개져있었고, 여자만큼 하얀몸은 흰 도화지 같이 창백했다.

영문모르는 과장님이 음? 하는 찰나 부장은 싱긋웃으며 유성매직으로 도화지같은 배에다가

 

[ 다음부터 보고서 제대로 써오세요 ] 하고 낙서를 했다.

 

유성매직이 차가웠는지 과장님은 " 흐익, 뭐.. 뭐하십니까 부장님 .. " 하고 반항 축에도 끼지못할 반항을 했고

이상황은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앉아있던 다른 부하직원들이 모두 충격받은 얼굴로 눈을 커다랗게 뜨고 부장님의 책상쪽을 쳐다보았다.

선명하게 대비되는 색깔의 낙서는 형광등 빛에 비쳐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한순간에 낙서장이 되버린 과장은 충격에 울먹거리며 와이셔츠를 서둘러 입으며

 

" 부..부장님 이게 무슨 짓이십니까 .. " 하고 손을 낙서자국에다 얹고 고개숙였다. 사원들은 드디어 과장님이 우는 날이 오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반면에 아무렇지 않은듯한 부장은 기분좋은듯 싱글싱글웃으며 낙서도구였던 매직을 한손으로 빙그르르 돌렸다.

 

" 과장님이 하~도 제말을 못 알아들으시는것 같길래요, 몸에다가 써드리면 기억하실까 싶어 한번 적어봤습니다. 이제 보고서 잘 써오실것같네요

그리고 와이셔츠 한치수 줄이셔야겠어요, 옷에 파묻히실라- 다른분들 뭐하세요? 얼른 일하시지 않고, 오늘 집에 안가고싶습니까? "

 

과장님은 어짜피 못갈것 같지만요. 그죠?

옷좀 줄이세요, 이만큼이나 남다니-하고 과장님의 어깨쪽의 남은 천 부분을 손으로 흔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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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

둘만의 하루

짧은것 2014. 9. 9. 17:07

둘만의 하루

 

노크를 하려다 말고 카이토는 침을 삼켰다. Luka. 귀여운 글씨체로 달린 문패를 보다 한숨을 쉬었다. 루카. 루카씨? 루카양. 해야 할 이야기를 몇 번이고 머릿속에 정리 해봐도 마땅한게 없었다. 같은 집에 산 지 일 년이 넘도록 카이토는 직접적으로 루카에게 말을 건 일이 없다. 항상 은연중에 마스터의 중간 다리를 건너서 마스터와 셋이 있을 때만 맞장구를 쳐주는 정도였다. 여자아이니까 특별대우랍시고 방을 만들어준 마스터는 여성스러운 분위기의 루카를 좋아했다. 객관적으로 봐도 예뻤으니까.

 

. 저기. 루카.”

 

문을 두드리자 포니테일로 분홍빛 머리를 올려 묶은 루카가 문을 빠끔히 내밀었다.

카이토가 찾아오다니. 흔치 않은 일에 루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이토를 쳐다보았다. 평상복으로 입은 간단한 티셔츠도 여성스러운 몸매를 부각시켰다. 눈을 굴리며 우물쭈물하는 카이토 대신 루카가 입을 열었다.

 

왜 그러세요. 오라버니?”

으아아...오라버니라고 하지 마. ..그냥 오빠라든지. 말 놓아도 되고. 어짜피 설정나이고. 우리는 크지도 않으니까...!”

제 마음이에요. 그보다 무슨 일이세요?”

! . 그게.....그러니까아.”

아유..답답해라. 오래 걸리세요? 제 방에 들어오기 그러시면 잠시 거실에 나가서 이야기 할까요?”

으응, 고마워.”

 

루카는 잠시 방에 들어가 의자에 걸려있던 가디건을 입고 종종거리며 거실로 걸어갔다. 평소엔 마스터, 마스터. 하면서 마스터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카이토가 무슨 일로 자신을 찾았는지 궁금했다. 쇼파에 앉아서도 한참을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망설이는 카이토는 미안하지만, 역시 조금 모자라 보인다. 처음 성격 설계가 저렇진 않았을 텐데. 아이스크림을 먹겠다고 뛰어가다 아무 장애물도 없는 바닥에서 넘어지는 건 아무리봐도 문제가 있어보였다. 마스터는 바보같다며 낄낄거렸지만, 루카는 바보커플-마스터와 카이토-의 행각을 볼때마다 뱃속에서 무언가가 막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만 다섯 번째...그만 하고 말씀해 주세요. 그러니까 라고 한 번만 더하면 그냥 방에 들어갈래요.”

으앗. 미안해! 그게.., 그거. 알아? 일주일 뒤가 마스터 생일이야.”

알아요. 저는 재작년에 마스터 생일 선물로 집에 온 것이니까요.”

헤헤. 그렇지...그래서, 선물을 사주고 싶은데. ..같이...”

 

목소리가 뒤로 갈수록 모기소리처럼 작아졌다. 답답해. 루카는 카이토를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다. 뭐가 그렇게 미안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노래를 부르다가 음이 탈만 일어나면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악보를 든 손을 벌벌떠는 심약한 남자. 그런데 마스터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돌아오는건 여자아이를 대하는 친절함이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것이어서 딱히 부러울 것은 없었다. 부담스럽기도 하고. 루카는 마스터와 카이토를 바보커플이라고 혼자서 지칭했다.

 

같이 갈수 있느냐고요? 좋아요. 저도 마스터께 생일선물을 사드리고 싶어요.”

, 고마워! 그럼. 그럼...시간은 루카가 편..편한대로..내가 맛있는 파르페 사줄게. 그리고-”

내일 11시에 출발하죠. 파르페는 안 사주셔도 돼요. 저는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럼.”

 

팔짱을 끼고 자리를 나서자 카이토는 주인 잃은 강아지같은 눈빛을 루카에게 쫓아갔다. 하지만 뒤돌아 바라보자 금방 꼬리를 감추고 제 방이자 마스터와 함께 쓰는 작업실로 쪼르르 들어가 버렸다. 루카는 잠에 들기전 마음속으로 내일 화 내지 않기. 목표를 설정하고 눈을 감았다. 카이토와 단 둘이 있게 된건 처음이었다. 마스터를 통하지 않고 말을 해본 것도. 빤히 바라보자 벌게진 얼굴을 숙이던 숫기없는 모습.

 

예상대로 바보 같아.’

 

내일 어떤 옷을 입을까 하는 생각으로 몇 개를 떠올린 후에야 잠에 들 수 있었다.

 


 

*



 

루카는 초조하게 시계를 바라보았다. 1030. 하필이면 머리가 제대로 손질되지 않아서 한참을 빗질하다보니 입을 옷을 고를 시간이 부족했다. 너무 화려한 걸입으면 괜히 멋부렸다고 생각 할까? 아마 카이토는 마스터가 사준 티셔츠중 아무 것을 골라 입고 나갈텐데. 혼자서 너무 차려입으면 자존심이 상했다. 그렇다고 수수한걸 입으면 그것도 자존심이 상했다. 옷장을 뒤지고 뒤져도 마땅한 것이 없다. 한참을 입고 벗기를 반복하다가 하얀 블라우스와 분홍 꽃무늬 스커트를 골랐다. 말아 내린 머리에 흰색레이스가 달린 머리띠를 끼고, 잘 하지 않는 코랄색 립스틱을 바르자 마음에 들게 화사했다. 자그마한 핸드백을 챙겨 문을 열자 코 앞에 카이토가 불쑥 나타났다.

 

..놀랬잖아요. 문 앞에서 뭐하시는 거예요?”

..그게.. 기다리고 있었어. 헤헤..”

 

예상대로 마스터가 사준 셔츠중 하나. 심부름 갈 때도 입는 무릎까지 오는 베이지색 반바지. 마스터가 버리다시피 한 검은 크로스백. 그리고 몸에서 떼지 않는 낡은 하늘색 머플러. 성의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저 머플러라도 어떻게 하고 싶었다. 저런 차림을 한 남자하고 나갈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분명 준비하는데 이십분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세 시간 동안 준비했는데.

 

정말 이러고 나가시게요?”

! 뭔가 무.문제가 있으려나..”

하아..머플러 꼭 해야 해요? 반팔 셔츠에 머플러는 촌스러워요.”

에엣...그치만. 없으면 허전하고..”

이유가 그것뿐이면 벗어요. 못 봐주겠으니까. 옷도..그냥 제가 주는 것 입어요.”

 

방에 끌려간 카이토는 옷은 고분고분하게 벗었지만, 머플러로 한참을 실랑이를 해야 했다. ‘목에 무언가가 감겨 있어야 한다.’는 카이토의 눈물어린 부탁으로 루카는 마스터의 옷장을 뒤져 체크무늬의 그나마 패션의 어느 부분이라도 잡고 있는 머플러를 찾아 가디건을 입은 카이토의 목에 감아주었다. 마스터의 몇 안 되는 미용용품에서 왁스를 찾아 머리를 만져주고, 색이 없는 립글로즈를 내밀었다. 집에서 입던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대신 갖춰 입으니 꽤 봐줄만 했다. 확인받으려는 듯 고개를 든 카이토에게 루카는 만족감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됐어요. 앞으로는 이러고 좀 다녀요...옷이 없는 것도 아니네요. 볼 때마다 후줄근해서..”

고마워. ..어색하다. 이제 나가도 되는 거지?”

 

머리를 긁적이려던 카이토는 루카의 머리에 손대면 안돼요!’ 하는 엄포에 화들짝 놀라 손을 내려놓았다. 쇼핑몰에 가는 전철 안에서 생각이 있어요. 없어요. 머리에 뭘 발랐는데 왜 손을 가져가요. 하는 잔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전철 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루카랑 단 둘이 나왔다. 머릿속에서 신나게 팡파레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외출복 차림의 루카는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이렇게 예쁜 여자아이와 단 둘이서 쇼핑이라니. 오늘은 무조건 행운의 날이라고 생각했다. 늘어뜨린 머리에서 달큰한 향이 풍겼다.

 

듣고 있어요? 이제 내려야해요.”

..다왔네.”

 

 


*



 

한참을 돌아다니다 고른 가게는 결국 서점이었다. 다른 건 사줘봤자 마스터 방에서 장식품으로 썩을 것 같다는 게 루카의 결론이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마스터가 가장 좋아할 물건이 책이라는 연산은 그다지 힘든 것이 아니었다. 커다란 서점에 들어서자 카이토는 아이처럼 고개를 휙휙 돌리며 신기하다는 듯 감탄사를 뱉었다. 계속 그런 식이었다. 혼자서도 곧 잘 돌아다니는 루카와는 달리 마스터 없이는 집 앞 슈퍼까지가 카이토의 동선이었다. 그런데 마스터는 일이 바쁘고, 휴일이면 책을 읽거나 노래를 만들기에 바빴으니 아마 카이토는 커다란 쇼핑몰이 처음일 것이다. 커다란 쇼 윈도우에 진열된 옷을 보면서 함께 걷고 있는 자신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헤에-하며 눈굴리기에 바빴다. 조금 부끄러워 루카는 일부러 한 발짝 뒤에서 걸었다.

 

우와..책이 정말 많아!”

서점이니까요.”

마스터가 보면 정말 좋아하실 것 같아...어떤 책을 사드리지? 루카는 생각 한 것 있어?”

없어요. 그런데..좀 목소리 줄여주시면 안될까요? 서점에선 조용히 해야 해요.”

..실수. 미안해.”

여기 좀 넓어요. 길 잃지 않을 수 있겠어요? 같이 다닐까요?”

헤에..어린애 취급. 하지만 같이 다니고 싶어.”


카이토는 손을 내밀었다. ? 하고 고개를 갸웃이자 루카는 멀뚱히 손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잠시 동안의 정적 사이에 카이토는 음이탈이 생겼을 때 나오는 당황스러운 표정이 만면에 드러났다.

 

..다른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길을 잃으면..손을 잡고 있으면...마스터도 그렇게 했고. 어제, 어제 저녁에.루카는 여자아이니까..마스터가..”

마스터가 손을 잘 잡고 다니라고 했어요?”

으응.방금 생각났지만.”

됐어요. 제가 카이도 잘 보고 다닐 수 있으니까. 가요.”

 

마스터가 시켜서 손을 잡고 다니라는 건 또 뭐야. 카이토는 조금 풀이 죽어서 소설이 진열된 코너로 걸어갔다. 멀쩡한 모습이 아까울 정도로 찌질해서 한숨이 날 정도다. 손을 내미는 모습에 잠시나마 두근거린 나도 바보 같았다. 카이토와 있으면, 그랬다.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도록 마음을 진정시키고 숨을 골라도 언제나 카이토는 먼저 저 앞에 뛰어나가 힘든 기색없이 루카를 바라보고서 난처한 듯 웃었다.

 

소설 읽어 본 적 있어?”

 

책장을 올려다보며 손가락으로 책등을 훑던 카이토가 말했다. 소설의 제목은 모두 감성적인 어떤 단어들의 조합. 루카는 고개를 저었다. 마스터의 책장에는 세 칸을 모두 차지하는 소설책이 있었지만 사실은. 마스터의 방에 들어가 본 적이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우리가 책을 읽을 이유는 없잖아요? 그냥 전송시키면 되는 건데. 그리고 소설은 모두 거짓말인거고.”

그렇지. 나도 그렇다고 생각했어.”

했어, 라면 지금은 아니에요?”

-! 이거 2. 마스터가 1권을 읽고 엄청 마음에 들어 하셨던 것!”

 

[꿈꾸는 책들의 도시]

 

엄청...나게 비현실적인 제목이네요. 책이 꿈을 꾸다니.”

그치만 마스터는 정말 좋다고 그랬어. 다섯 번이나 읽으셨고..나는 이걸로 할래. 루카는 아직 이야?”

다섯 번이나 읽었다는 것도, 그 책이 집에 있었다는 것도 루카는 알지 못했다. 꽤 두꺼운 책을 팔에 낀 카이토는 즐겁게 다른 책장으로 걸어가는 구두 소리를 쫓아갔다. 서점에는 엄청나게 많은 책이 있었다. 루카는 말없이 한참을 책장을 올려다보다, 음악작법책을 하나 집어들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마스터와 가까운 책이었다. 음악과 자신과 마스터를 생각하자 파란색의 선과는 다른 분홍색의 영역이 나타났다. 아주 가깝진 않아도, 그것은 독보적인 음계를 가지고 있었다.

 

책을 포장하고, 둘은 만족한 표정으로 서점을 나섰다. 카이토는 신상품 아이스크림을 커다란 통으로 받았을 때나 볼 수 있었던 시원한 표정으로 루카의 것 까지 책이 든 봉투를 가슴에 품었다. 팔짝거리며 걸어가니 쇼핑몰 밖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둥그런 복도를 스치고 있었다. 따스한 오후의 햇볕에 루카는 반쯤 눈을 감은채 걸었다. 한참을 앞서가던 카이토가 순간 옆에 툭, 팔을 건드리자 파란색 눈이 별처럼 쏟아지다 웃음으로 휘어졌다.

 

고마워! 오늘 덕분에 먼 곳도 나와 보고. 루카 덕이야. 옷도 멋지게 코디해줘서 고마워.”

저도 선물 사는 김에 인걸요. 이제 돌아가요.”

.... 저기...아직 해가지지 않았고. ..”

뭔가 더 하고 싶은 게 남았어요?”

 

남아 있다면 파르페일 것이라 생각했다. 단 것에는 취미가 없는 마스터가 카페에 데려가면, 십 분 줄 테니까 빨리 먹으라고 성화를 하는 바람에 맛을 즐길새도 없이 숟가락으로 퍼먹고는 물렁하게 환희하는 것 말고. 언젠가 그러면 맛이 느껴지냐고 물었지만 카이토는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마스터도, 루카도 기다리는 거 싫어.하고 입가에 남은 하얀 자국을 혀로 핥았다.

 

파르페 먹으러 갈래요?”

정말? 그래도 될까? 내가 사줄게. 분명 루카가 좋아할 만한 것도 있을 거야.”

알았어요. 아이..뛰어가지 마세요!”

 

알았다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뛰어가려는 카이토의 팔을 덥석 잡았다. . 팔을 잡힌 카이토는 당황한 듯 발을 멈추었다.

 

..?”

왜 계속 뛰어가세요. 카이토가 뛰어가면 저는 혼자 걸어가야 하잖아요.”

..그럼 같이 뛰어갈래?”

전 구두를 신어서 뛰면 발이 아파요. 오늘은 하루 종일 걸어서 피곤하고..그러니까, 천천히 걸어가요.”

 

이런 것 까지 일일이 말해줘야 하다니, 정말로 바보 같아.

 

팔짱 끼는 거 허락해줄게요. 제 걸음에 맞춰주세요.”

....고마워. 그럼 실례..실례하겠습니다.”

 

나른하게 잠이 밀려왔다. 카이토의 가디건은 부드럽고 포근했다. 좋아하는 이불의 감촉. 눈을 깜빡이자 세피아 빛이 감도는 속눈썹이 하늘거렸다. 카이토는 자신에게 심장이 있었다면, 곧 터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루카의 부드러운 손에 닿은 팔이 떨리지 않도록 굳게 힘을 넣었다. 바닥을 바라보아도, 새하얀 다리 끝에 연분홍빛 구두가 루카를 연상시켰다. 눈을 어디에 두어야 얼굴이 달아오르지 않을까. 바람이 불어 기다란 머리를 흩날리자 아이스크림보다 달콤한 향기가 스쳤다. 여자아이는 예쁘게 걷는구나. 감상을 이야기 하면 루카가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갈 것 같아 카이토는 말없이 복도를 걸었다. 파르페 집이 멀리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파르페. 맛있어요?”

? . 엄청. 정말. 진짜 맛있어. 루카도 좋아하게 될 거야.”

그렇진 않겠지만.”


 

*



 

파르페를 고르는 카이토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다른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는 평소 때와 달리, 진지하게 점원에게 이것 저것을 주문하더니 자리에 앉아 있던 루카에게 손을 흔들며 걸어왔다. 쟁반에는 예쁜 모양의 과자가 올려진 파르페 두 개가 있었다.

 

이건 치즈케이크가 올려져 있어서, 여자아이들도 좋아하는 거래. 딸기아이스크림이 있어서 너무 느끼하지도 않고...맛있을 거야. 숟가락은 여기.”

, 감사합니다.”

나는 역시 정통이 좋아..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최고야. . 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

 

카이토는 순식간에 아이스크림을 입에 가져갔다. 씹지도 않고 삼키며 손짓으로 어서 먹어보라고 숟가락을 들려주었다. 표정이 다양하게 바뀌었다. 눈을 감고 입을 우물거리다가, 몸을 부르르 떨다 숟가락을 쥐고 천국이라도 만난 듯이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 되지 않아 기다란 파르페 컵은 텅 비어 녹은 아이스크림 자국만 남았다. 루카의 파르페는 거의 줄지 않은 채였다. 녹아가는 아이스크림이 아쉬웠다.

 

역시..맛없어? 으우..미안해.”

제 취향은 아니네요. 그래도 딸기는 맛있었어요.”

에에..그건 그냥 딸기인건데. 그럼 루카는 어떤 게 좋아? ..다음에. , 다음이 있다면 말이야. 나는 오늘 좋..좋았고. 그런데 나만 들떠서..”

 

표정은 다시 시무룩하게 바뀌었다. 루카는 마스터가 왜 카이토를 자주 놀려먹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익숙해지면 분명 즐거울거야.

 

오늘은 100점 만점에 45점이에요. 다음엔 제가 좋아하는 액세서리 가게를 가도록 해요. 그리고!”

응응!”

마스터한텐 나랑 같이 나간다고 하지 말아요. 비밀. 옷도 카이토가 스스로 챙겨 입고, 머리도 스스로 하고.”

..?”

그러라면 그렇게 해요. 이 파르페 줄 테니까.”

 

카이토는 이미 녹아 스푼에 커다랗게 퍼지는 아이스크림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창밖을 바라보던 루카는 처음으로 카이토를 바라보며 웃었다. 카이토는 머릿속의 즐거운 기억. 폴더에 오늘을 가득 담았다. 멋진 하루였어. 다음에는 마스터도 함께, 라고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둘 만의 하루도 충분히 즐거웠다. 마스터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가, 루카의 화사한 웃음에 지워졌다. 

 

 

 

 

 

 

 

 

 

 

 

 

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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