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만의 하루

짧은것 2014. 9. 9. 17:07

둘만의 하루

 

노크를 하려다 말고 카이토는 침을 삼켰다. Luka. 귀여운 글씨체로 달린 문패를 보다 한숨을 쉬었다. 루카. 루카씨? 루카양. 해야 할 이야기를 몇 번이고 머릿속에 정리 해봐도 마땅한게 없었다. 같은 집에 산 지 일 년이 넘도록 카이토는 직접적으로 루카에게 말을 건 일이 없다. 항상 은연중에 마스터의 중간 다리를 건너서 마스터와 셋이 있을 때만 맞장구를 쳐주는 정도였다. 여자아이니까 특별대우랍시고 방을 만들어준 마스터는 여성스러운 분위기의 루카를 좋아했다. 객관적으로 봐도 예뻤으니까.

 

. 저기. 루카.”

 

문을 두드리자 포니테일로 분홍빛 머리를 올려 묶은 루카가 문을 빠끔히 내밀었다.

카이토가 찾아오다니. 흔치 않은 일에 루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이토를 쳐다보았다. 평상복으로 입은 간단한 티셔츠도 여성스러운 몸매를 부각시켰다. 눈을 굴리며 우물쭈물하는 카이토 대신 루카가 입을 열었다.

 

왜 그러세요. 오라버니?”

으아아...오라버니라고 하지 마. ..그냥 오빠라든지. 말 놓아도 되고. 어짜피 설정나이고. 우리는 크지도 않으니까...!”

제 마음이에요. 그보다 무슨 일이세요?”

! . 그게.....그러니까아.”

아유..답답해라. 오래 걸리세요? 제 방에 들어오기 그러시면 잠시 거실에 나가서 이야기 할까요?”

으응, 고마워.”

 

루카는 잠시 방에 들어가 의자에 걸려있던 가디건을 입고 종종거리며 거실로 걸어갔다. 평소엔 마스터, 마스터. 하면서 마스터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카이토가 무슨 일로 자신을 찾았는지 궁금했다. 쇼파에 앉아서도 한참을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망설이는 카이토는 미안하지만, 역시 조금 모자라 보인다. 처음 성격 설계가 저렇진 않았을 텐데. 아이스크림을 먹겠다고 뛰어가다 아무 장애물도 없는 바닥에서 넘어지는 건 아무리봐도 문제가 있어보였다. 마스터는 바보같다며 낄낄거렸지만, 루카는 바보커플-마스터와 카이토-의 행각을 볼때마다 뱃속에서 무언가가 막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만 다섯 번째...그만 하고 말씀해 주세요. 그러니까 라고 한 번만 더하면 그냥 방에 들어갈래요.”

으앗. 미안해! 그게.., 그거. 알아? 일주일 뒤가 마스터 생일이야.”

알아요. 저는 재작년에 마스터 생일 선물로 집에 온 것이니까요.”

헤헤. 그렇지...그래서, 선물을 사주고 싶은데. ..같이...”

 

목소리가 뒤로 갈수록 모기소리처럼 작아졌다. 답답해. 루카는 카이토를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다. 뭐가 그렇게 미안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노래를 부르다가 음이 탈만 일어나면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악보를 든 손을 벌벌떠는 심약한 남자. 그런데 마스터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돌아오는건 여자아이를 대하는 친절함이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것이어서 딱히 부러울 것은 없었다. 부담스럽기도 하고. 루카는 마스터와 카이토를 바보커플이라고 혼자서 지칭했다.

 

같이 갈수 있느냐고요? 좋아요. 저도 마스터께 생일선물을 사드리고 싶어요.”

, 고마워! 그럼. 그럼...시간은 루카가 편..편한대로..내가 맛있는 파르페 사줄게. 그리고-”

내일 11시에 출발하죠. 파르페는 안 사주셔도 돼요. 저는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럼.”

 

팔짱을 끼고 자리를 나서자 카이토는 주인 잃은 강아지같은 눈빛을 루카에게 쫓아갔다. 하지만 뒤돌아 바라보자 금방 꼬리를 감추고 제 방이자 마스터와 함께 쓰는 작업실로 쪼르르 들어가 버렸다. 루카는 잠에 들기전 마음속으로 내일 화 내지 않기. 목표를 설정하고 눈을 감았다. 카이토와 단 둘이 있게 된건 처음이었다. 마스터를 통하지 않고 말을 해본 것도. 빤히 바라보자 벌게진 얼굴을 숙이던 숫기없는 모습.

 

예상대로 바보 같아.’

 

내일 어떤 옷을 입을까 하는 생각으로 몇 개를 떠올린 후에야 잠에 들 수 있었다.

 


 

*



 

루카는 초조하게 시계를 바라보았다. 1030. 하필이면 머리가 제대로 손질되지 않아서 한참을 빗질하다보니 입을 옷을 고를 시간이 부족했다. 너무 화려한 걸입으면 괜히 멋부렸다고 생각 할까? 아마 카이토는 마스터가 사준 티셔츠중 아무 것을 골라 입고 나갈텐데. 혼자서 너무 차려입으면 자존심이 상했다. 그렇다고 수수한걸 입으면 그것도 자존심이 상했다. 옷장을 뒤지고 뒤져도 마땅한 것이 없다. 한참을 입고 벗기를 반복하다가 하얀 블라우스와 분홍 꽃무늬 스커트를 골랐다. 말아 내린 머리에 흰색레이스가 달린 머리띠를 끼고, 잘 하지 않는 코랄색 립스틱을 바르자 마음에 들게 화사했다. 자그마한 핸드백을 챙겨 문을 열자 코 앞에 카이토가 불쑥 나타났다.

 

..놀랬잖아요. 문 앞에서 뭐하시는 거예요?”

..그게.. 기다리고 있었어. 헤헤..”

 

예상대로 마스터가 사준 셔츠중 하나. 심부름 갈 때도 입는 무릎까지 오는 베이지색 반바지. 마스터가 버리다시피 한 검은 크로스백. 그리고 몸에서 떼지 않는 낡은 하늘색 머플러. 성의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저 머플러라도 어떻게 하고 싶었다. 저런 차림을 한 남자하고 나갈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분명 준비하는데 이십분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세 시간 동안 준비했는데.

 

정말 이러고 나가시게요?”

! 뭔가 무.문제가 있으려나..”

하아..머플러 꼭 해야 해요? 반팔 셔츠에 머플러는 촌스러워요.”

에엣...그치만. 없으면 허전하고..”

이유가 그것뿐이면 벗어요. 못 봐주겠으니까. 옷도..그냥 제가 주는 것 입어요.”

 

방에 끌려간 카이토는 옷은 고분고분하게 벗었지만, 머플러로 한참을 실랑이를 해야 했다. ‘목에 무언가가 감겨 있어야 한다.’는 카이토의 눈물어린 부탁으로 루카는 마스터의 옷장을 뒤져 체크무늬의 그나마 패션의 어느 부분이라도 잡고 있는 머플러를 찾아 가디건을 입은 카이토의 목에 감아주었다. 마스터의 몇 안 되는 미용용품에서 왁스를 찾아 머리를 만져주고, 색이 없는 립글로즈를 내밀었다. 집에서 입던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대신 갖춰 입으니 꽤 봐줄만 했다. 확인받으려는 듯 고개를 든 카이토에게 루카는 만족감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됐어요. 앞으로는 이러고 좀 다녀요...옷이 없는 것도 아니네요. 볼 때마다 후줄근해서..”

고마워. ..어색하다. 이제 나가도 되는 거지?”

 

머리를 긁적이려던 카이토는 루카의 머리에 손대면 안돼요!’ 하는 엄포에 화들짝 놀라 손을 내려놓았다. 쇼핑몰에 가는 전철 안에서 생각이 있어요. 없어요. 머리에 뭘 발랐는데 왜 손을 가져가요. 하는 잔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전철 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루카랑 단 둘이 나왔다. 머릿속에서 신나게 팡파레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외출복 차림의 루카는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이렇게 예쁜 여자아이와 단 둘이서 쇼핑이라니. 오늘은 무조건 행운의 날이라고 생각했다. 늘어뜨린 머리에서 달큰한 향이 풍겼다.

 

듣고 있어요? 이제 내려야해요.”

..다왔네.”

 

 


*



 

한참을 돌아다니다 고른 가게는 결국 서점이었다. 다른 건 사줘봤자 마스터 방에서 장식품으로 썩을 것 같다는 게 루카의 결론이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마스터가 가장 좋아할 물건이 책이라는 연산은 그다지 힘든 것이 아니었다. 커다란 서점에 들어서자 카이토는 아이처럼 고개를 휙휙 돌리며 신기하다는 듯 감탄사를 뱉었다. 계속 그런 식이었다. 혼자서도 곧 잘 돌아다니는 루카와는 달리 마스터 없이는 집 앞 슈퍼까지가 카이토의 동선이었다. 그런데 마스터는 일이 바쁘고, 휴일이면 책을 읽거나 노래를 만들기에 바빴으니 아마 카이토는 커다란 쇼핑몰이 처음일 것이다. 커다란 쇼 윈도우에 진열된 옷을 보면서 함께 걷고 있는 자신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헤에-하며 눈굴리기에 바빴다. 조금 부끄러워 루카는 일부러 한 발짝 뒤에서 걸었다.

 

우와..책이 정말 많아!”

서점이니까요.”

마스터가 보면 정말 좋아하실 것 같아...어떤 책을 사드리지? 루카는 생각 한 것 있어?”

없어요. 그런데..좀 목소리 줄여주시면 안될까요? 서점에선 조용히 해야 해요.”

..실수. 미안해.”

여기 좀 넓어요. 길 잃지 않을 수 있겠어요? 같이 다닐까요?”

헤에..어린애 취급. 하지만 같이 다니고 싶어.”


카이토는 손을 내밀었다. ? 하고 고개를 갸웃이자 루카는 멀뚱히 손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잠시 동안의 정적 사이에 카이토는 음이탈이 생겼을 때 나오는 당황스러운 표정이 만면에 드러났다.

 

..다른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길을 잃으면..손을 잡고 있으면...마스터도 그렇게 했고. 어제, 어제 저녁에.루카는 여자아이니까..마스터가..”

마스터가 손을 잘 잡고 다니라고 했어요?”

으응.방금 생각났지만.”

됐어요. 제가 카이도 잘 보고 다닐 수 있으니까. 가요.”

 

마스터가 시켜서 손을 잡고 다니라는 건 또 뭐야. 카이토는 조금 풀이 죽어서 소설이 진열된 코너로 걸어갔다. 멀쩡한 모습이 아까울 정도로 찌질해서 한숨이 날 정도다. 손을 내미는 모습에 잠시나마 두근거린 나도 바보 같았다. 카이토와 있으면, 그랬다.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도록 마음을 진정시키고 숨을 골라도 언제나 카이토는 먼저 저 앞에 뛰어나가 힘든 기색없이 루카를 바라보고서 난처한 듯 웃었다.

 

소설 읽어 본 적 있어?”

 

책장을 올려다보며 손가락으로 책등을 훑던 카이토가 말했다. 소설의 제목은 모두 감성적인 어떤 단어들의 조합. 루카는 고개를 저었다. 마스터의 책장에는 세 칸을 모두 차지하는 소설책이 있었지만 사실은. 마스터의 방에 들어가 본 적이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우리가 책을 읽을 이유는 없잖아요? 그냥 전송시키면 되는 건데. 그리고 소설은 모두 거짓말인거고.”

그렇지. 나도 그렇다고 생각했어.”

했어, 라면 지금은 아니에요?”

-! 이거 2. 마스터가 1권을 읽고 엄청 마음에 들어 하셨던 것!”

 

[꿈꾸는 책들의 도시]

 

엄청...나게 비현실적인 제목이네요. 책이 꿈을 꾸다니.”

그치만 마스터는 정말 좋다고 그랬어. 다섯 번이나 읽으셨고..나는 이걸로 할래. 루카는 아직 이야?”

다섯 번이나 읽었다는 것도, 그 책이 집에 있었다는 것도 루카는 알지 못했다. 꽤 두꺼운 책을 팔에 낀 카이토는 즐겁게 다른 책장으로 걸어가는 구두 소리를 쫓아갔다. 서점에는 엄청나게 많은 책이 있었다. 루카는 말없이 한참을 책장을 올려다보다, 음악작법책을 하나 집어들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마스터와 가까운 책이었다. 음악과 자신과 마스터를 생각하자 파란색의 선과는 다른 분홍색의 영역이 나타났다. 아주 가깝진 않아도, 그것은 독보적인 음계를 가지고 있었다.

 

책을 포장하고, 둘은 만족한 표정으로 서점을 나섰다. 카이토는 신상품 아이스크림을 커다란 통으로 받았을 때나 볼 수 있었던 시원한 표정으로 루카의 것 까지 책이 든 봉투를 가슴에 품었다. 팔짝거리며 걸어가니 쇼핑몰 밖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둥그런 복도를 스치고 있었다. 따스한 오후의 햇볕에 루카는 반쯤 눈을 감은채 걸었다. 한참을 앞서가던 카이토가 순간 옆에 툭, 팔을 건드리자 파란색 눈이 별처럼 쏟아지다 웃음으로 휘어졌다.

 

고마워! 오늘 덕분에 먼 곳도 나와 보고. 루카 덕이야. 옷도 멋지게 코디해줘서 고마워.”

저도 선물 사는 김에 인걸요. 이제 돌아가요.”

.... 저기...아직 해가지지 않았고. ..”

뭔가 더 하고 싶은 게 남았어요?”

 

남아 있다면 파르페일 것이라 생각했다. 단 것에는 취미가 없는 마스터가 카페에 데려가면, 십 분 줄 테니까 빨리 먹으라고 성화를 하는 바람에 맛을 즐길새도 없이 숟가락으로 퍼먹고는 물렁하게 환희하는 것 말고. 언젠가 그러면 맛이 느껴지냐고 물었지만 카이토는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마스터도, 루카도 기다리는 거 싫어.하고 입가에 남은 하얀 자국을 혀로 핥았다.

 

파르페 먹으러 갈래요?”

정말? 그래도 될까? 내가 사줄게. 분명 루카가 좋아할 만한 것도 있을 거야.”

알았어요. 아이..뛰어가지 마세요!”

 

알았다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뛰어가려는 카이토의 팔을 덥석 잡았다. . 팔을 잡힌 카이토는 당황한 듯 발을 멈추었다.

 

..?”

왜 계속 뛰어가세요. 카이토가 뛰어가면 저는 혼자 걸어가야 하잖아요.”

..그럼 같이 뛰어갈래?”

전 구두를 신어서 뛰면 발이 아파요. 오늘은 하루 종일 걸어서 피곤하고..그러니까, 천천히 걸어가요.”

 

이런 것 까지 일일이 말해줘야 하다니, 정말로 바보 같아.

 

팔짱 끼는 거 허락해줄게요. 제 걸음에 맞춰주세요.”

....고마워. 그럼 실례..실례하겠습니다.”

 

나른하게 잠이 밀려왔다. 카이토의 가디건은 부드럽고 포근했다. 좋아하는 이불의 감촉. 눈을 깜빡이자 세피아 빛이 감도는 속눈썹이 하늘거렸다. 카이토는 자신에게 심장이 있었다면, 곧 터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루카의 부드러운 손에 닿은 팔이 떨리지 않도록 굳게 힘을 넣었다. 바닥을 바라보아도, 새하얀 다리 끝에 연분홍빛 구두가 루카를 연상시켰다. 눈을 어디에 두어야 얼굴이 달아오르지 않을까. 바람이 불어 기다란 머리를 흩날리자 아이스크림보다 달콤한 향기가 스쳤다. 여자아이는 예쁘게 걷는구나. 감상을 이야기 하면 루카가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갈 것 같아 카이토는 말없이 복도를 걸었다. 파르페 집이 멀리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파르페. 맛있어요?”

? . 엄청. 정말. 진짜 맛있어. 루카도 좋아하게 될 거야.”

그렇진 않겠지만.”


 

*



 

파르페를 고르는 카이토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다른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는 평소 때와 달리, 진지하게 점원에게 이것 저것을 주문하더니 자리에 앉아 있던 루카에게 손을 흔들며 걸어왔다. 쟁반에는 예쁜 모양의 과자가 올려진 파르페 두 개가 있었다.

 

이건 치즈케이크가 올려져 있어서, 여자아이들도 좋아하는 거래. 딸기아이스크림이 있어서 너무 느끼하지도 않고...맛있을 거야. 숟가락은 여기.”

, 감사합니다.”

나는 역시 정통이 좋아..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최고야. . 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

 

카이토는 순식간에 아이스크림을 입에 가져갔다. 씹지도 않고 삼키며 손짓으로 어서 먹어보라고 숟가락을 들려주었다. 표정이 다양하게 바뀌었다. 눈을 감고 입을 우물거리다가, 몸을 부르르 떨다 숟가락을 쥐고 천국이라도 만난 듯이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 되지 않아 기다란 파르페 컵은 텅 비어 녹은 아이스크림 자국만 남았다. 루카의 파르페는 거의 줄지 않은 채였다. 녹아가는 아이스크림이 아쉬웠다.

 

역시..맛없어? 으우..미안해.”

제 취향은 아니네요. 그래도 딸기는 맛있었어요.”

에에..그건 그냥 딸기인건데. 그럼 루카는 어떤 게 좋아? ..다음에. , 다음이 있다면 말이야. 나는 오늘 좋..좋았고. 그런데 나만 들떠서..”

 

표정은 다시 시무룩하게 바뀌었다. 루카는 마스터가 왜 카이토를 자주 놀려먹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익숙해지면 분명 즐거울거야.

 

오늘은 100점 만점에 45점이에요. 다음엔 제가 좋아하는 액세서리 가게를 가도록 해요. 그리고!”

응응!”

마스터한텐 나랑 같이 나간다고 하지 말아요. 비밀. 옷도 카이토가 스스로 챙겨 입고, 머리도 스스로 하고.”

..?”

그러라면 그렇게 해요. 이 파르페 줄 테니까.”

 

카이토는 이미 녹아 스푼에 커다랗게 퍼지는 아이스크림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창밖을 바라보던 루카는 처음으로 카이토를 바라보며 웃었다. 카이토는 머릿속의 즐거운 기억. 폴더에 오늘을 가득 담았다. 멋진 하루였어. 다음에는 마스터도 함께, 라고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둘 만의 하루도 충분히 즐거웠다. 마스터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가, 루카의 화사한 웃음에 지워졌다. 

 

 

 

 

 

 

 

 

 

 

 

 

Posted by michu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