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카이유정>> 너무 상냥해 

문득 유정은 카이토가 남자의 성격을 기반으로 만든 안드로이드 인 것을 생각하면, 과도하게 상냥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것인지, 모든 카이토들은 자신의 오피스텔의 저것 처럼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모양으로 마스터들에게 헌신하는지.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마찬가지로 저도 다른 카이토를 본 적이 없어서요. 유정이 내일 입을 셔츠를 다리던 카이토가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그렇게 상냥한 편인가요. 퉁명스럽게 뱉었지만 내심 숨어있는 칭찬을 눈치 챈 카이토는 슬슬 웃으며 남은 다림질을 했다. 

“저라도 상냥하지 않으면 힘들겠죠.”
“마냥 칭찬은 아닌데.”

그렇게 헌신적으로 해주다 보면 자신이 없어지기 마련이야. 무릎 꿇은 발가락을 꼼지락대는 것을 쳐다보던 유정은 받은 셔츠를 옷걸이에 걸어두었다. 뜨끈한 스팀에서 은은한 유연제의 향이 난다. 생각해보니 이미 카이토에게 자신이란건 없는거나 마찬가지 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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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카이>>

키워드 : 날 사랑하게 만들거야

 

드라마를 보던 중이었다. 한 번 놓치면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중간에 포기하기 십상이었는데, 어떻게든 시간을 맞추어 보게 되었던 것의 하일라이트 장면이었다. 주인공 커플이 오글거리는 대사를 하며 키스신을 하는것을 함께보고 있자니 등 뒤가 서늘하다. 소름돋네요. 막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팔꿈치로 어깨를 툭, 쳤다. 

"...날 사랑하게 만들거야..."
"네에???"
"응?"

입술을 자근자근 깨물며 드라마에 집중하느라 그는 카이토가 옆에서 눈이 튀어나올듯이 쳐다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왜, 무슨말 했어? 여전히 눈은 TV에서 헤어나올줄을 몰랐다. 그렇지만 옆에서 아, 저. 그, 그게 아니라. 하며 벌게진 얼굴을 숙이고 있는 카이토를 보자 그는 어떤 추측을 했다.

"너한테 한 얘긴 줄 알았어?"
"지금 둘 밖에 없는데, 그럼..그걸.."

“드라마에 집중해, 나 말고.”
눈을 떼지 않은채로 볼을 가져가자 카이토는 불만스럽다는 얼굴로 입을 맞추었다. 화면을 가리고서 그들처럼 키스하고픈 충동을 참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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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브카이 키워드 < 아무데도 가지마>

 

그의 손에 이끌려 어딘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방방일까 조차 의심스러운 곳에 들어온 지 삼 일째가 지나가고 있었다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자그마한 창문이 비정상적으로 나있었다그의 집에 가자고 한걸 보면 이 곳은 그 남자의 집일 텐데어쩐지 아무런 가구도 없는 방이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삼일 동안 카이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죄를 반복했다늘 했던 것처럼 벽에 머리를 부듸치자 한 참 뒤에 돌아온 희미한 시선 속의 그는 고개를 저으며 피가 말라붙은 이마를 소독하고따끔거려 움찔거리는 카이토를 보고 살짝 웃었다빳빳한 붕대를 감자 머리가 욱신거렸다그의 손은 벌레가 기어가듯 혐오스러웠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미약하게 발버둥치며 우는 것 뿐이란 것을 카이토는 인정하기로 했다.

 

계속 침이 흐르네...진짜 다 망가진 거 아닌가?”

아우우.....”

 

머릿속에서는 온갖 저주의 말이 떠오르는데입을 열자 나오는 건 어린아이 같은 옹알이가 전부였다하고 싶은 말이 중첩되고 중첩되어 머릿속이 거멓게 흐려졌다가그가 얼굴이라도 만질라 싶으면 새하얗게 갠다눈동자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해서 그는 카이토가 망가진 모니터를 송출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턱받이라도 해줘야 하나...여기봐좀 닦자.”

...”

 

입에 가져간 손가락을 물자 그는 반사적으로 목 뒤를 찰싹 때렸다손가락에는 잇자국이 선명했다침이 흥건하게 더럽혀진 손가락으로 카이토의 입 안을 헤집자 발버둥은 더욱 심해졌다바지를 입지 않은 아래쪽에서 물이 새어나왔다목구멍을 건드리자 카이토는 켁켁거리며 기침을 했다옷을 갈아입지 못해서 엉망진창에얼굴은 닦지 못한 눈물과 긁고 부듸쳐서 붉고 파란 멍이 피부색보다 더 많이 보일 지경이었다혀를 내밀자 질척이는 바닥에 침이 뚝뚝 떨어졌다티셔츠에 손을 닦자 카이토는 여전한 경계태세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이 눈빛을 카이토의 마스터라는 자가 보았더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아마 즐거워하지 않았을까.

 

가만히 있어이거 진짜 처음부터 다시 교육해야겠네..못된 강아지는 벌을 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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