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shes 1

긴것/Blue Ashes 2014. 9. 21. 17:30

Blue ashes 1 

 

희석된 눈물을 닦아주려던 카이토는 입술을 올리려다말고, 달싹이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카이토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 알지 못할정도로, 망가진 기계처럼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을 바라본다. 유정은 약을 먹고 나서도 우는 날이 많아졌다. 어떠한 일인지, 카이토에겐 말해주지 않을 작정으로 조개처럼 입을 다물고 의자에 위태롭게 걸터앉아서 소리없는 눈물을 식탁에 떨구었다. 숨이 멎은듯 조용하게, 단단한 식탁에 떨어지는 액체들이 모여서 하나의 강을 이룰지도 모르겠다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카이토는 실없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오늘은 저리가라고 손을 쳐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는게 더 정확했지만. 어깨를 건드리려다 공연히 손가락을 입에 가져갔다. 커다란 물에 섞인 숨소리가 막혀 흐르지도 못하고 고여있는 유정의 감정을 간질였다.

 

얼굴을 감싸쥔 양 손이 개화하자, 벌개진 눈끝에서는 하염없이 흘렀을 진득한 눈물이 얼굴에 범벅이 되어있었다. 망가진 얼굴을 보는건 카이토도 괴로워서, 쳐다보지 말라는듯 호소하는 눈빛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직 가라앉지 않은 열기가 떨리는 어깨에서 부터 손끝까지가 어떠한 덩어리로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옆에 있으니까, 큰소리로 목놓아 울지 못하는것은 아닐까. 숨이 막힌다. 시간은 아주 천천히 고통스럽게 흘러간다. 차라리 어딘가로 사라지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것 조차 허락을 받을 수 없지만.

 

'웃는 얼굴을 본게 언제였더라.'

 

의자 등받이의 모서리를 만지작거렸다. 함께 웃었던 날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젠 기억으로 밖에 회상할 수 밖에 없다. 눈 언저리가 쓰려와 카이토는 눈을 비적댔다. 같이 울었던 날도 있었다. 그것을 '같이' 라고 한다면 장소의 동일성 밖에 없었지만은. 혹시나 자신이 울게되면, 유정이 그치진 않을까 하는 작은 믿음에서였다. 자신이 그만큼의 공간을 허락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조그만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 소나기가 그친듯 뚝. 멈춰선 순간이 카이토를 바라보았다. 아직 물기어린 검은눈동자가 휘어졌다. 근 두시간을 울어댔으니, 피곤할 만도 했다. 

아무렇지 않은척, 장식장 위에서 티슈를 꺼내 건넸다. 지친듯 하늘거리는 손으로 건네받아서는 티슈를 꽉 주먹 쥐었다. 카이토는 다시 하나를 빼내서 눈 가를 닦아주었다. 짧은 한숨에서 남은 한이 밀려왔다. 목소리에 울먹임이 역력하게 전해졌다. 

 

"보지마. 차라리 눈을 감던지 해줘."

 

오랫만에 듣는 유정은 물기어린 목소리로 건조한 명령을 내린다. 더 울고싶어도 남은 기운이 없었다. 저리 가라고 말해도 가지 않을꺼지. 난처한듯 카이토는 으음, 하고 앓는 소리를 했다. 

 

"그것보다 더 상위의 명령이 있으니까요."

"알아, 죽지 않을께."

 

죽지 않아서, 너의 필요를 계속 만들어 주도록 할께. 

잔인하게도.

무거운 숨이 따갑게 기도를 타고 들어왔다. 유독가스를 마시는 듯, 얼굴을 찡그리고 억지로 밀려오는 숨을 받았다.

카이토는 여전히 티슈를 든채로 어떤 표정을 지을지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화가 나려다가 푹 식어버린다. 

화낼 상대도, 목적도 아니란 것은 잊지않았다. 

그저 그곳에 카이토가 있을 뿐이었다.

다만 그랬다.

 

 

*

 

 

 

끝내 유정은 몇 마디 효력없는 단어를 끊어질듯 말듯 억지로 토해내고는, 들어오지마. 다섯글자만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부탁에 가까운 명령을 저녁 약 시간 전 까지는 지켜주기로 했다. 지쳐서 잠에 들어주면 좋으련만, 침대에 누워서 세상에서 가장 어둡고 무거운 생각을 수집하다간 가벼운 이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확 내던져버릴것이다. 힘이 좀 남는 날에는 벽에 물건이 깨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깨져서 조각이 날만한것은 유정의 방에서 거의 치워진 뒤였지만 고집스레 책이며 하다못해 플라스틱 컵을 던져버린다. 벽에 부듸치고도 그대로 모양을 유지하면 바닥에 내리쳐서라도 균열을 내고야 만다. 썩어 문드러지고 다 망가진 자신만큼. 올곧은 것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카이토를 보지 못하게 된걸 지도 모르겠다.

 

거실엔 카이토의 생활공간에 해당하는 깔려진 담요위에 앉아서 줄곧 시계를 쳐다본다. 6시반엔, 저녁과 저녁약. 신경은 수직선상의 방에 꽂혀있다. 조그만 소리에도 끔쩍끔쩍 고개를 돌려 집중력을 유지했다. 문가에 앉아있을까 고민하다가 들키면, 힘은 없어도 악바라진 손으로 머리칼을 쥐어채 벽에 내리친다. 방안의 물건들과 카이토의 취급은 똑같았다. 이마에 핏줄기가 흘러내리면서도 손은 괜찮냐고 물어보고는. 좀처럼 망가지거나 하지 않아서 분한 기분이 들 뿐이다. 약기운이 사라지면 카이토를 뿌리치고 죽어버려야지. 꼭 그래야지.

커다란 배개에 얼굴을 파묻고 한계까지 숨을 참았다. 하얗게 바래진 머리는 언제쯤 생각이란걸 하지 않게 될런지,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원망, 후회, 자책, 끝없는 종말같은 미로속에 웅크리고 앉은 검은 동물은 하도 보지못한 빛에 시력을 잃어버린다. 

 

아주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세번 횟수를 반복할때까지 유정은 숨을 쉬지 않았다. 사라져버리고 싶다.

쓸데없는 약기운에 죽은듯 잠들기도 싫고, 바작바작 말라가는 입을 닦아주는 카이토도 보기 싫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배개나 시트에 입술에서 나온 피가 말라붙었다. 먹으라면 먹고, 자라면 자는. 누에고치 같은 생활이 역겨워진다. 아버지가 마지막의 알량한 배려로 붙여준 안드로이드는 억지로 생을 구축한다. 

 

"마스터, 약.."

"듣고있는거 알아요."

"들어갈게요."

 

바닥에 떨어진 이불을 흘긴 카이토는 들리지 않게 조그만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만났을때도 바짝 마른 몸이 점점 사라질듯 부피를 줄여간다. 삐쩍 튀어나온 앙상한 목덜미가 푹 들어가있었다. 침대 모서리에 앉아서 검은 머리칼을 살짝 건드리면 느릿하게 고개를 돌린다.  

 

"안먹어."

"네에."

"안먹을거야."

"소온. 아니면 입에 넣어드릴까요?"

"노려봐도 안무서운데."

 

그 증오가 저를 향한게 아니라서, 매서운 눈빛을 가뿐히 넘겨낸다.

오늘은 왠지, 한 번에 입을 벌려 주었다. 꾸울꺽. 하고 삼키는 시늉을 한 카이토는 아, 삼키셨어요? 하고 입안을 확인 받고서야 만족한듯 미소지었다. 칼만 있다면 저 얼굴을 다 찢어놓고 싶어진다. 

 

"나가."

"알겠습니다. 주무세요."

 

떨어진 이불을 챙겨 침대머리맡에 접어 두고는 동굴을 나가듯 쏙 빠져나간다. 

이미 바닥에 최악을 보인지는 오래 되었다. 유정은 더이상 잃을것도, 얻을것도 없었으니까.

곧 밀려올 몸의 수면에 정신을 감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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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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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그녀는 늘 그렇듯 회색의 수수한 브이넥과검은 청바지를 입고화장기 없는 얼굴로 나타났다억지로 밝은 척 거짓으로 입은 요란한 분홍색보다는 그게 더 그녀에게 어울렸다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출근을 알린 그녀는 감기 기운이 있다는 핑계로 마스크를 코끝까지 올리고 있던 유정의 눈을 피하며 뭉개지듯 자리에 들어가버렸다그녀는 알고 있는지 어떨지 몰라도사무실의 모든 눈빛이 그녀와 유정을 따라가고 있었다어제의 격정적인 회사연애 드라마가 다음엔 어떻게 될지누가 봐도 평범한 여주인공에겐극적으로 나타날 멋진 왕자님이 필요해 보였다.

 

그게 왜 유정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어째서 그녀가 도시락을 좀 주었다고 해서눈을 좀 많이 마주쳤다고 해서더 나은 관계로 발전해야만 하는 건지 가르쳐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데스크탑의 사내메신저를 켜 그녀에게 긴 메시지를 보냈다. [말로 하면 시끄러워 질 테니까천천히 읽고 답은 해주지 않아도 돼요.] 로 시작하는 유정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을 담은 글을이게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것이었다. [당신이 보고 있는 사람은 여기에 없어요.] 로 마치는 메시지를 읽은 그녀는 화장실에 뛰어 나갔다며칠 새 두 번이나 여자를 울리다니올해 남은 운수는 최악이다오늘의 이야기를 해주어도 카이토는 자신을 착하다고 말해줄까.

 

답장은 마음속에 담아 둘 거라고 생각했는데눈물에 쓸려나간 렌즈를 빼고 안경으로 갈아 쓴 그녀는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투둑투둑내려치는 타자마다 그녀의 봄빛 꿈이 사그라졌다.

 

[미안해요사실은 알고 있었어요그동안 받아줘서 고마웠어요.]

 

모니터 밖의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녀는 정말 선한 사람이다.

순간 마음이 흔들릴 뻔했다그녀라면 자신의 비밀을 이해해줄지도보듬어 줄지도 모르겠다고여느 만남처럼 가볍게 영화를 보고밥을 먹고서로의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는 사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를까하는 안일한 미래그렇지만 내심무심코라도 그렇게 되길 바라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메시지의 읽음표시만이 마침표로 남겨진다회사 사람들에겐 그녀가 여자무리를 가라앉힐 것이다조만간에 동기들에게 술이나 사야겠다가끔은 일상에 이런 일화도 필요하다심심하니까.

입원하면서 아버지 회사의 인턴을 그만두고퇴원 후엔 굳이 주겠다는 회사를 뒤로하고 다른 회사를 찾아 서울 인근으로 떨어져 나온 뒤로 필요한 일이 아니면 부모님을 만나질 않았다싫었다결국병원에 입원해버린 망가진 자신을 인정할 수도 없었고그걸 망가뜨린게 불특정 다수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세상을 원망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유정에겐 원망할 상대가 없었다그건 정말 방향성 없는 일이다검사결과에서 나오지 않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실인증잃어버린 현실감각수용하는 언어.

 

정말로 잃어버린 건 무엇인지조차 잃어버려서자신에게 결핍된 무언가를 찾을 수가 없다그저 결핍 되었다는 사실만이 세상과의 단절을 요구한다.

 

닿아버린 생각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복잡했던 마음이 한층 더 무거워졌다그냥 카이토가 보고 싶다아무 생각 없이 무릎을 만지고 오솔하게 튀어나온 붉은 치부를 손가락으로 느끼고 싶다내가 거짓으로 웃으면 마냥 환하게 웃는 멍청한 얼굴을 놀려도 모든 것이 수용되는 세계가 너무 달콤해서그녀가 만들어 내는 담백한 도시락은 혀를 기쁘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남은 일을 하며 줄곧 침대에 기대어 있을 동그란 어깨를 생각했다어서 가서 깨워주지 않으면평생 그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는 가련한 기계를.

 

널 데려와서 다행이야.‘

 

정말진짜로.

 

-

 

카이토는 무덤덤하게 그녀와의 종결에 대한 이야기를 받아들였다점심시간 후에 모두에게 커피를 돌린 그녀가 내 잘못이 아니라고 조곤조곤 설명했고여직원들이 호들갑 떨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도 했어좀 민망하더라나도 사과했어당황해서 도망가 버린 거 미안하다고.

평소와 같이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유정을 바라보며 그렇게 될 줄 알았다는듯 시큰둥한 눈치로 고개를 느리게 끄덕인다.

 

그렇군요.잘 끝내셔서 다행이에요.”

반응이 아쉽다는 느낌이네.”

설마요깊은 생각 하지 않아요.”

 

그래도 여자친구 생기시면주말에 저랑 틀어 박혀 있지도 않으시고더 좋지 않을까요남자한테서 얻을 수 있는 거랑 여자한테서 얻을 수 있는건 달라요.”

 

나랑 틀어박혀 있는 거 싫어?”

"아뇨..마스터는 정말 피곤하게 사시네요남 탓은 그 정도만 하세요."

 

나는 남 탓 한 적 없어.

한 번도.

 

책 뒤의 얼굴이 대충 상상이 갔다. 7살 아이가 혼나고 난 뒤에 제 탓 아니라고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선 속으로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을 꿍얼대는 미운 나이이야기로만 들었지만그녀라면 꼬일 대로 꼬여서 이제는 잘라낼 수밖에 없을 거라고 자신을 정의하는 마스터를 곱게 풀어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잠시 했었다고양이가 털실을 굴리듯 아무리 굴려봤자 뭉툭한 손으로는 섬세한 대화의 실마리를 풀 수 없다말꼬리를 잡아 다음 대화를 이어가는 게 고작인 수박 겉핥기식 대화는 피곤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이 아우라가 되고저러다가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사라져 버린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이미 이곳에 미련이 없으니까그 조그만 미련의 한 가닥이 될 수 있다면그건 너무 큰 바람인 걸까.

 

"자기 탓을 하는 것도 안 좋은 버릇이에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도대체?"

 

너 언제부터 이렇게 건방져 진 거야네가 뭔데 남 탓 자기 탓을 운운하는 거지그게 무슨 말인지 알고는 하는 소리야?

 

노기가 없는 목소리는 더욱 날카로웠다손을 휘저으며 그게그게 아니라하는 당황스러운 말을 모두 무시하고 유정은 이번 주에 있었던 모든 불쾌했던 생각의 잔재들을 토해냈다전하지 못하고 지워버린 공책의 자국에 카이토의 파란잉크가 물들어 의식으로 스멀스멀 올라왔다

 

"좋게 대해주니까 친구인 척 모든 걸 이해하려 들지 마기계 주제에."

"이해..이해 안 해요못해요그치만 원한 건 마스터였잖아요."

 

"난 널 원한 적 없어날 원한 건 너였잖아."

 

그 공장에서날 부른 건 너였어다리를 부수는데도 한마디 않고 있었던 것도 너였고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아아프면 아프다고싫으면 싫다고자기표현을 한단 말이야넌 의지란 게 있긴 한 거야없겠지걷고 싶다고 한마디만 했어도 난 그 프로그램을 사 왔을 거야.

 

"보행 프로그램은 따로 설치할 수 있어나는 몇 달 전부터 알고 있었지."

그렇게 병신처럼 기어 다니기 싫지 않아아니면 좋아너도 본능에 충실해서 남 밑에 있을 때 행복한 거야내 비위 그렇게 맞춰주고 있으면 좋아?

 

"어째서자기가 표현하지 않는 걸 가지고 날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거야!!!!."

 

이 다리를 준 건 나야.

너에게 다시 생명을 준 것이.

말할 권리를 준 게 나라고.

 

쓰이지 않는 발목을 잡았다힘을 주는지 다리는 떨리고 있었다살이 붙어있지 않은 발목은 이제 주먹을 조금 더 쥐면 부서질 수 있을 정도의 가벼운 탄력이 느껴진다.

 

"말을 해네가 진짜 생각하는걸그렇게 쓸데없이 빙빙 돌리지 말고말 안하면 아무것도 몰라."

"그러세요그럼 원하시는 대로마스터는정말어리광쟁이에요..그냥 어린애야!!!"

 

나는아니다저는혼나야 하는 아이를 달래주는 것밖에 못해요마스터는 혼이 덜 났어요못됐고유치하고말 못 알아듣는 것도 사실은 다른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하죠재활에 성공한 건 마스터가 똑똑하고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그 여자가 고백을 한것 도 그 여자만의 착각이라고그렇게 인간이 단순하게 만들어져 있는 거라면 저희랑 다를 게 하나도 없네요제가 사람이었다면마스터를 정말 혼냈을 거에요.

 

"세상에 한쪽만의 탓인 건 아무것도 없어요왜 인정하지 않으세요제가 의지가 없는 건 마스터가 제 의지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자기 마음대로 모든 것을 휘두르려 하는 거정말 어린애 같은 생각이에요."

 

눈앞에 있는 카이토에게서 기시감이 그날의 먼지처럼 휘날렸다무심코 했었던 말들행동암시 속에 너와 나의 관계가 수평이 아니라는 전제가 뭉그러졌다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어져서속에서 끓어오르는 깊은 숨을 푹푹 내쉬었다쓸려나온 피곤함에 어깨가 뿌듯하다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또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카이토는그 뒤에 미안하다고 한참을 울면서 칭얼거렸다아무 대답 없이 무릎 꿇은 카이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아무렇지도 않게 미안해요죄송해요하는 낯부끄러운 사죄의 말을 하는 카이토가정말 불쌍하다고생각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부럽다고.

 

그날은 침대 옆의 콘센트에서 카이토와 함께 잠이 들었다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미안하다는 말을 그치질 않길래달래보려고 침대에 앉혔다가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같이 자는 건 처음이라고 언제 울었냐는 듯 눈물이 마르지도 않은 얼굴로 신나게 이불을 풀럭이며 어서 누으시라고 베개를 팡팡 두드렸다시시콜콜한 주제로 대화하고사이에 지나가는 말로 미안하다고 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말았다끌려가는 대화를 하면 정작 하고 싶은 말은 혀뿌리에 감긴다.

 

찰그랑대는 족쇄 소리가 하얀색의 꿈에서 통통 메아리쳤다어딘가 떨어져 있을 열쇠를 찾아 걸어가다가붉은색의 강을 만났다그리고 문이 잠긴 상자직설적인 꿈이었다아무것도 열지 못한 채로 깨어나자 켜놓은 야간 등에 비친 카이토가 쳐다보고 있었다푸른 안광이 희미하게 빛난다.

"안 좋은 꿈 꾸셨어요손이 너무 차가운데숨소리가 불규칙적이어서 일어나봤어요."

"아무것도 아닌 꿈을 꿨어."

"제가 나왔나 보네요."

"넌 아무것도 아니지 않아.더 잘래너도 눈감아."

 

손으로 빛이 투사되는 파란 눈을 덮었다그랬듯이 카이토는 그 손을 겹쳐 덮었다슬쩍 올라간 입 근육이 느껴진다.

06.

 

 

그다지 프로그램이 비싸지 않다는 설득에도카이토는 보행 프로그램을 거부했다이건 제 의지에요하고 무릎에 손을 가져간다이제 붉은빛이 거의 사라진 연분홍빛의 자국은 만져도 밋밋해져 아쉬웠다.

 

"오늘이 마지막 기회야정기 검진할 때 가서 프로그램 받고 같이 걸어오자 손잡고."

"싫어요업고 가시던지상자에 넣어 가시던지 둘 중 하나에요."

"난 널 업지도 못하고 상자에 넣으면 내 차에 안 들어가.왜 안 걷겠다는 거야?"

 

나 때문에 걷지 못하게 된 건데고쳐준대도 싫다고내가 계속 네 기는 것 보고 맘이 안 좋았으면 좋겠어?"

"마스터가 평생 저한테 그런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으니까짐을 얹혀 주지 않으면 제가 좀 불안해서요."

 

유례없이 다른 모습의 미소를 지었다늘어난 건 말 실력만이 아니다유정의 교묘한 생존방식을 닮아간다등짝을 발로 차주고 싶은 걸 참고그냥 잠든 걸 데려다가 프로그램 설치를 할까하는 고민사이에서 서서 마구 뛰어다니는 카이토는 상상해보니 이상하다센터까지 상자에 넣어갈 자신이 없어서 돈을 좀 더 주고 방문 검진 서비스를 신청했다결제를 마치고 의자에 앉은 카이토를 노려보았다상전이야 아주하고 놀리는 말에 못 들은 척 딴청을 피운다.

"알겠어평생 걷지 마울어도 안 해줄 거야 이제."

"안 걸을 거라고요그보다 프로텍트 메모리를 열어볼 생각은 없으세요전 그게 더 궁금한데."

"해커 써서 열면 고소당한다며..넌 내가 고소당하는 게 보고 싶은 거야?"

 

"코드를 직접 푸시면 되잖아요제가 최근에 좀 풀어봤어요."

 

코드는 꼭 음성언어가 아니라특정 행동도 되는 건데저한테 접촉되는 행동제가 스스로 해제 해본 건 여기까지더 이상은 진짜로 접근불가이거까지 가는데에도 몇 번 쓰러졌는지 모르겠어요.

 

"손은 잡아봤고꼬집거나 주무르기도 해봤잖아."

 

머리무릎다리안 잡아 본 곳이 없는데등도 차봤고손으로 카이토의 가슴이나 배를 툭툭 만졌다무안하게도 조용한 반응다른 방식으로 추리해보기로 한다만약 내가 카이토에게 프로텍트 메모리를 설정한다면그걸 어느 접촉하는 행동으로 설정한다면 무엇을 할까타인은 할 수 없는 주인만이 할 수 있는 행동버려진 상태에서도 당하기 힘든 행동.

 

너 혹시 거기에 있을 때 다른 사람이 손댄 적 있어?”

있죠성적인 것 말씀이시라면 그건 아닌 것 같아요안 풀렸으니까뽀뽀나 키스는 한 적 없어요입은 시끄러우니까 막는 게 좋고약한 건 흥미없는 분들이었거든요.”

 

.

카이토는 깨달은 듯 멍청한 소리를 내뱉었다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춘 성취감으로 유정은 열쇠를 가져갔다.

 

이렇게 너하고 뽀뽀하고 싶진 않았는데궁금해서 안 되겠다.”

제 거부권은 없는 건가요?”

 

거부 안 할 거면서장난기 어린 올라간 입술을 포갠다카이토는 목을 안았다그 입안에서 오래된 기억의 맛이 났다시스템이 움직이는 소리를 무시하고 행복한 이 순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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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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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고백이라도 하면 어떡하시게요하던 카이토의 말을 고심해 볼걸 그랬다소심한 성격이라 몇 달은 갈 줄 알았던 그녀의 짝사랑은 넘실거리는 꽃 봄바람에 이기지 못하고 분홍빛 리본의 끝을 맺을 날을 혼자 정해버리고 만 것이다유정은 아침에 평소와는 다르게 화사한 원피스와 짧은 가디건을 입은 그녀에게

 

오늘 옷 예쁘네요.” 하고 웃어주었던 것을 후회했다.

 

여자들은 어찌 그리 외모에 홀리고 또 자기들만의 환상을 다른 사람한테까지 덕지덕지 붙여서는그게 자신의 환상에 맞지 않으면 순간 적으로 돌려버리고선회사에서 몇 달 동안 물 밑으로 자신에게 호감을 노골적으로 표하던 부서의 여직원은 며칠 전에 도시락을 가져다주더니끝내 유정의 기대를 저버리고 그저 그런 고백을 해버린다일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사귀어 달라고.

남은 점심시간동안 밖을 나가있을걸 그랬다속으로 거절 할 그럴싸한 말을 짜낸다.

 

마음은 정말 고마워요도시락도 돌려주면 무안할까봐 먹었는데그게 오해를 하게 만든 거 같아요.”

이미 그녀는 마음은-에서 생각을 멈추고 얼굴을 붉게 달았다이 부분이 정말 싫다울지만 말아줬으면.

 

맛있었어요.”

..아니에요...”

 

그렁그렁 맺힌 눈에선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평소엔 다른 기 센 여직원들 사이에서 말 한마디 못하고 웃고만 있었던 그녀가 이렇게까지 용기를 내기까지 얼마나 긴 고민이 필요했을지 물어보지 않아도 뻔히 보였다출근 시간을 일부러 맞춰서 들어와 인사 한번눈 한 번 더 마주치려고 하는 것도 알았고점심시간엔 굳이 먹던 도시락을 싸오지 않고서라도 같이 식당을 가려고 했었던 것도마주 보는 자리에 앉으려 일부러 뒤에 들어오는 것도.

 

친구라도퇴근 후에 밥이라도 같이 먹는 사이부터라도 안 되는 걸까요?”

그렇게 하면 제가 너무 나쁜 사람이 되잖아요.”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그때부터 입술을 읽을 수가 없었다오랜만의 고백에 당황한 것 까지 합쳐져 그녀가 울며 속삭이는 외계어는 고막을 지나 뇌로 들어가 아무런 의미가 되지못하고 흘러 사라졌다.

그녀가 무슨 말을 했을까고백은아니 그녀는.

 

아마도 여자들의 입방아에서 한참은 오르락 내르락 했을 주제휴게실의 뒤편에서 사무실의 굵직한 자리들을 맡은 여자직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줄곧 피해왔었던 여러 음성이 겹친 외계어의 오케스트라에서가락을 잡을 수 없는 귀머거리처럼평소처럼 상대방의 태도와 다른 요소들을 비교하면서 더듬어 보려고는 했는데흔들린 마음이 좀처럼 가라앉지가 않는다.

 

어떡하지..”

 

진정하자분명히 특이한 말을 하진 않았을 거다유정은 자신이 세워두었던 위급 시의 대책을 떠올렸다무조건 수긍의 대답을 하면서 웃는다-하지만 그건 지금에서는 위험했다만일 고개를 끄덕이다가 혹시 그녀와 사귀겠다는 말에 수긍한다면 상황은 최악이 된다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언어의 홍수 속에서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그녀는 이미 한 여직원의 품에 안겨 울고 있다흐느끼는 소리만이 희뿌연 언어 사이에서 또렷이 들린다드디어 유정을 똑바로 쳐다보고 여직원은 입을 움직였다.

 

“..유정씨 너무해요.”

 

차라리 가슴을 쓸었다그런 건덕지는 없었나 보다.

 

미안해요정말로다음에 다시 얘기해요.”

 

건조했던 그 대화는 회사 여자들의 입속에서 씹히고 씹혀 그 침에 불리고 풍선껌처럼 부풀려져 그 사건저 사건 때처럼 유정의 손을 훌쩍 떠나 멀리 사라졌다아주 익숙하고도 지겨운 입소문의 눈덩이가 소리 없이폭삭 자신에게 떨어지는 부드럽고 차가운 기분기껏 점심시간을 샌드위치로 때우고 사무실의 문을 열자 눈빛이 와르르 쏟아졌다.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자 벌게진 눈의 그녀는 퉁퉁 불어터진 얼굴로 유정을 바라보았다고백하고도 아무런 대답을 받지 못한 그녀의 모든 수치심은 대중의 분노로 치환되고 있었다평소에 시답잖게 말을 걸어오던 가벼운 옆자리의 사람이

 

그런 새낀 줄 몰랐다.” 하고는 어깨를 툭치고 지나가는 고등학생 때나 할 법한 시비를 걸었다어깨를 털고 그저 입을 다물었다한동안 말할 필요 없고 잘됐다조용히 커피나 마시고 싶다 치면 헐렁하게 걸어와 책상에 기대서 한다는 얘기들이란 싸구려 신문의 귀퉁이를 장식하기에도 가치 없는 주제였다입술 보기도 귀찮아서 대충 대답을 해주고 만다이런 관계였는데 내가 어떤 새끼인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지비논리성에 할 말이 없다차라리 카이토가 더 논리적이겠다.

 

-

 

왜 오늘은 그 여자 얘기 안 해주세요?”

할 필요가 없으니까.”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앉아있던 카이토를 밀어 내치고 옷을 벗지도 않고 누웠다엉겁결에 나동그라진 카이토는 씩씩대며 발밑으로 기어왔다내일 출근부터 펼쳐질 밀고 당겨지고 아래에 흐를 수많은 소비적인 감정을 생각하니 벌써 머리가 지끈거렸다머릿속에서는 마지막 퇴근 전에 보았던원망이 가득 담긴 그녀가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지금 친구들과 술집에서 신나게 자신을 씹어대고 있을까아니면 유정의 예상대로 아기자기한 그녀의 방에 틀어박혀 배개에 얼굴을 묻고 있을까자신처럼.

 

피곤해.”

이불 빨래 맡기신지 얼마 안됐는데씻고 누우세요.”

피곤해.”

 

이불에 얼굴을 틀어박고 쫑알대는 카이토의 모든 잔소리에 피곤해하고 성의 없는 대답을 했다정말 피곤했다피곤함이 다른 생각을 모두 지워버린다.

 

뭐가 그렇게 피곤하세요?”

말하는 게.”

 

말로써 누군가를 이해시키고 이해한다는 게이해란 것이 얼마나 이기적인 것인지 알고 있어카이토모두 다른 위치에 서있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거가장 가까운 부모님도 자식을 이해하지 못해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넘쳐나지이해는 너무 어려운 일이야자신을 이해하는 것도 힘든 사람이 많아평생 자기가 누군지도 모른 채 남에게 보여주고 퍼주기다만 가는 게-

 

머릿속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제가 알아듣진 못해요.”

그게 참 재미있는 점이야.”

 

유정은 얼굴을 빼꼼 내밀고 기쁘지 않게 웃었다.

그게 흥미롭고불확실하지만 거기에 믿어볼 수밖에 없는 게이해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아그러니까 이해하는 척이라도 하는 거지.

 

넌 나를 이해할 수 있어?”

 

그 웃음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지카이토는 깊은 의미를 헤아리기를 포기했다여러 의미가 합쳐져 더는 하나의 것이라고 보기 힘든 의미가 끈적하게 입꼬리 끝에 달랑거린다어떤 걸 잡아도 근원을 들어내자면 유정이라는 개체의 모든 것을 뒤엎을 대답밖엔아니면 그저 기계가 뱉어내는 단어의 모음엔 감흥 없이 으응하고 평소 같은 얼굴로 돌아올지도 모른다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이런 걸 물어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이해라는 건저도 잘 모르지만하지만 저는 이해를 해야 사람 곁에 있을 수 있다고 배우지 않았는데요.”

정말 내가 원하던 답이 아니잖아실망이야.”

 

그러나 누운 채로 손을 뻗어 바라보는 카이토의 볼을 손으로 잡아당겼다카이토는 반항이란 게 입력되지 않은 모양이다그 손을 겹쳐 잡을 뿐이었다.

 

넌 통각이란 게 없어왜 아프단 말을 안 해.”

 

사실은그때 말이에요.

 

카이토는 아주 천천히 이야기했다.

 

통각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었어요그때는 마스터가 아니었던 어린 인간이알량한 연민에 그대로 절 놔두고 가면 어떡할까제가 연산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인 거죠그게 제 생존방식이에요.”

 

유정은 몇 달 전의 폐공장을 기억했다구둣발로 한 번에 부서졌으면 좋았을 텐데뜻밖에 단단한 다리는 몇 번을 밟고밟아도밟아도되지 않아서 필통에 어설프게 들어있던 커터칼로 칼집을 내고쑤시고자르고마지막으로 두 손에 잡고 질긴 나뭇가지를 억지로 휙휙 돌려 마지막 전선을 끊어냈을 때까지그 사이에서 수도꼭지처럼 쏟아지는 붉은 윤활제를.

줄곧 보고 있었다고기쁘게.

 

마스터의 생존방식이 그것이라면그건 나쁜 것이 아니에요.”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그것보다 쓰레기처럼 사는 인간이 넘치는 세상이니까볼과 손과 손은 섞이지 않는 온도를 어떻게든 움직여보려고 애를 쓴다마지막으로 사람의 볼을 만진지가 언제더라.

 

언제부터 손을 잡는 게 아무렇지 않게 되었는지만난 지 고작 반년 남짓한 안드로이드에게선 거울을 보는듯한 평온한 마음이 들었다아주 조용한 음악처럼 아무런 거부반응 없이 카이토는 생활 속에 스며들었다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않아도물어보지 않아도 항상 웃어오는 얼굴이진심 없는 메아리에 불과하다던 기계의 말은 그 어떤 울림보다 따뜻하게 들려왔다이것 또한 카이토의 생존방식이라면개발자는 카이토를 사랑했음이 틀림없다.

 

정말 피곤해.”

 

목을 끌어안았다심장이 있어야 할 장소와 가까운 곳이었지만카이토의 몸속에서는 자그마한 기계음과 관이 공명하는 소리만 났다차라리 그게 더 진실 된 것 같다고건방지게 머리를 쓰다듬는 카이토를 이번만은 그래그냥 이대로만 있자그러자하고 혼자 뛰는 가슴을 가라앉힌다머리카락이 손에서 물결친다.

 

미안하다고 말해야겠지?”

마스터는 착한 사람이에요.”

 

아주정말진짜로힘주어 말하는 발음이 너무 정확해서 입술을 보지 않아도 그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아마 그랬을 것이다.

 

모처럼 꿈을 꾸지 않았다.

목에 안긴 카이토는 배터리가 닳은 채로 그대로 잠들어 있다한번 충전하면 며칠은 간다는 요즘 기종과는 다르게 하루 종일 버티기가 힘들었다무거워서 침대 위로는 옮기지 못하고고개만 침대로 살짝 내려다 주었다처음의 그때처럼그대로 충전코드를 연결했다오랜만에 노래 없는 조용한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한다침대 위로 엎어진 어깨를 멀뚱히 쳐다보며 셔츠 단추를 잠갔다고요하게 햇살만 드는 방이 어색하다.

 

아침부터 피곤해피곤하다하고 중얼거리면 어디서 주워들은 노래를 불러준다말 하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노래는 카이토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상기시켜준다.

 

음만 겨우 지키지만요.”

 

끝을 맺지 못하는 노래의 가사는 허밍으로 끝난다조잡스러운 가사보다는 그게 더 듣기가 편하다가사가 있으면그것에 대한 생각밖에 하지 않게 되지만가사가 없으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노래에 까지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면사는 건 왜 이렇게 피곤한 일인지주어진 목적에만 맞춰 살면 되는 카이토가 조금 부러워진다카이토가 움직이는 것을 산다고 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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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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