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자 키워드 보지마


카이토는 저녁동안 줄곧 거울을 보고 있었다.
공장에서 찍어낸 기성품의 얼굴은 여느 각도로 돌려봐도 모니터 화면속의 카이토와 똑같은 모습이다. 형광등 불에 빛 바랜 머리색은 모니터에서 찬란히 빛나는 새파란 색이 아니라는 것 만이 사용된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기본적인 표정으로 웃었다가. 무표정을 지었다가. 찡그려본다. 기분이 좋지 않지만 웃는것이나, 기분이 좋아서 웃는것이나 지정된 것 이외의 근육은 움직이지 않는다. 눈 안의 마스터는 베란다 문을 연채로 담배를 세 대째 뿜어댄다. 뻑뻑 피어들어오는 담배연기에 카이토는 콜록대며 손에 든 거울로 얼굴을 가렸다. 

"아우, 담배는 좀 문 닫고 피세요."
"싫은데-."

일부러 바람에 후, 하고 연기를 실어보내고는 마스터는 킥킥웃었다. 거울은 봐서 뭐해. 
나른한 눈빛으로, 저것도 카이토에게는 구현하기 불가능한 표정이었다. 눈을 반쯤 감은채로 눈썹을 내리고 살짝 웃은 미소. 흉내를 내보려다 이내 그저 7번의 웃음을 짓는다.

"부럽네요."
"담배피는게?"

그것도, 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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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카이 키워드 [필요 없어]


눈을 뜨자 집은 조용했다. 잠들기 전 새벽까지 마스터는 두근거림에 알림없는 휴대폰을 놓지 못하고 앨범을 돌려보았다. 이쁘지. 정말 이쁘지? 수백번은 물었을 질문에 나는 응, 6월의 신부님은 아름답네요. 하고 마음에도 없는 대답을 했다. 마스터가 사랑하는 그녀는 아름답지는 않지만, 아름다웠다. 사진속의 마스터와 그녀는 둘로 완벽한 하나가 되어 내가 끼어들 장소 같은건 없다. 마스터는 얄팍하게 잠시나마 눈을 붙이기 전까지 정말 결혼식에 오지 않겠냐고 물었다. 나는 겁이 나 먼저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기로 한다. 


"제가 가서 뭘하나요. 제가 필요하지 않는 곳인데."

어깨동무하는 손을 떼내려다, 이것도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는 불확실한 예감에 어깨를 누르는 무게를 내버려 둔다. 머릿속에서 바라지 않는 장면이 줄곧 떠올라, 눈을 감고 귀를 막은채 영원히 반복되는 듣지않은 마스터의 말 속에 새벽이 흘러가지 않기를 하잘없이 바라며 밝은 아침엔 '나의 것' 이라고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나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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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카이유정>> 너무 상냥해 

문득 유정은 카이토가 남자의 성격을 기반으로 만든 안드로이드 인 것을 생각하면, 과도하게 상냥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것인지, 모든 카이토들은 자신의 오피스텔의 저것 처럼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모양으로 마스터들에게 헌신하는지.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마찬가지로 저도 다른 카이토를 본 적이 없어서요. 유정이 내일 입을 셔츠를 다리던 카이토가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그렇게 상냥한 편인가요. 퉁명스럽게 뱉었지만 내심 숨어있는 칭찬을 눈치 챈 카이토는 슬슬 웃으며 남은 다림질을 했다. 

“저라도 상냥하지 않으면 힘들겠죠.”
“마냥 칭찬은 아닌데.”

그렇게 헌신적으로 해주다 보면 자신이 없어지기 마련이야. 무릎 꿇은 발가락을 꼼지락대는 것을 쳐다보던 유정은 받은 셔츠를 옷걸이에 걸어두었다. 뜨끈한 스팀에서 은은한 유연제의 향이 난다. 생각해보니 이미 카이토에게 자신이란건 없는거나 마찬가지 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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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카이>>

키워드 : 날 사랑하게 만들거야

 

드라마를 보던 중이었다. 한 번 놓치면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중간에 포기하기 십상이었는데, 어떻게든 시간을 맞추어 보게 되었던 것의 하일라이트 장면이었다. 주인공 커플이 오글거리는 대사를 하며 키스신을 하는것을 함께보고 있자니 등 뒤가 서늘하다. 소름돋네요. 막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팔꿈치로 어깨를 툭, 쳤다. 

"...날 사랑하게 만들거야..."
"네에???"
"응?"

입술을 자근자근 깨물며 드라마에 집중하느라 그는 카이토가 옆에서 눈이 튀어나올듯이 쳐다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왜, 무슨말 했어? 여전히 눈은 TV에서 헤어나올줄을 몰랐다. 그렇지만 옆에서 아, 저. 그, 그게 아니라. 하며 벌게진 얼굴을 숙이고 있는 카이토를 보자 그는 어떤 추측을 했다.

"너한테 한 얘긴 줄 알았어?"
"지금 둘 밖에 없는데, 그럼..그걸.."

“드라마에 집중해, 나 말고.”
눈을 떼지 않은채로 볼을 가져가자 카이토는 불만스럽다는 얼굴로 입을 맞추었다. 화면을 가리고서 그들처럼 키스하고픈 충동을 참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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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브카이 키워드 < 아무데도 가지마>

 

그의 손에 이끌려 어딘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방방일까 조차 의심스러운 곳에 들어온 지 삼 일째가 지나가고 있었다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자그마한 창문이 비정상적으로 나있었다그의 집에 가자고 한걸 보면 이 곳은 그 남자의 집일 텐데어쩐지 아무런 가구도 없는 방이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삼일 동안 카이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죄를 반복했다늘 했던 것처럼 벽에 머리를 부듸치자 한 참 뒤에 돌아온 희미한 시선 속의 그는 고개를 저으며 피가 말라붙은 이마를 소독하고따끔거려 움찔거리는 카이토를 보고 살짝 웃었다빳빳한 붕대를 감자 머리가 욱신거렸다그의 손은 벌레가 기어가듯 혐오스러웠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미약하게 발버둥치며 우는 것 뿐이란 것을 카이토는 인정하기로 했다.

 

계속 침이 흐르네...진짜 다 망가진 거 아닌가?”

아우우.....”

 

머릿속에서는 온갖 저주의 말이 떠오르는데입을 열자 나오는 건 어린아이 같은 옹알이가 전부였다하고 싶은 말이 중첩되고 중첩되어 머릿속이 거멓게 흐려졌다가그가 얼굴이라도 만질라 싶으면 새하얗게 갠다눈동자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해서 그는 카이토가 망가진 모니터를 송출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턱받이라도 해줘야 하나...여기봐좀 닦자.”

...”

 

입에 가져간 손가락을 물자 그는 반사적으로 목 뒤를 찰싹 때렸다손가락에는 잇자국이 선명했다침이 흥건하게 더럽혀진 손가락으로 카이토의 입 안을 헤집자 발버둥은 더욱 심해졌다바지를 입지 않은 아래쪽에서 물이 새어나왔다목구멍을 건드리자 카이토는 켁켁거리며 기침을 했다옷을 갈아입지 못해서 엉망진창에얼굴은 닦지 못한 눈물과 긁고 부듸쳐서 붉고 파란 멍이 피부색보다 더 많이 보일 지경이었다혀를 내밀자 질척이는 바닥에 침이 뚝뚝 떨어졌다티셔츠에 손을 닦자 카이토는 여전한 경계태세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이 눈빛을 카이토의 마스터라는 자가 보았더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아마 즐거워하지 않았을까.

 

가만히 있어이거 진짜 처음부터 다시 교육해야겠네..못된 강아지는 벌을 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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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마스카이 키워드 <바보같은 정직함>

 

어디 뒀어싱긋 웃으며 카이토를 바라보았다그러니까내가 어제 먹으려고 사놓은 아이스크림 어디다 뒀냐구똑같은 질문을 어투만 바꿔서 물어 본지가 삼십분이다장난스레 물었던 처음과 달리 웃는 눈에서는 먹지 못한 아이스크림에서 나올 법 한 서슬퍼런 냉기가 피어올랐다.

 

맨날 너 먹이느라 한 번도 못먹어 본 내 아이스크림..어디 갔냐고.”

 

답은 이미 눈앞에 안절부절 못하는 카이토로 결정 나 있었다둘만이 사는 집에 도둑이 들어와 아이스크림만 먹고 갈 리도 없을 테니 말이다먹고싶어서 먹었다는 한 마디면 용서 해 주려고 했는데 우물쭈물 하며 카이토는 줄곧 고개숙인 채였다잘못 한 건 아는지 쇼파에서 조용히 내려와 무릎을 꿇고 있었다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마스터는 이를 으득이며 볼을 잡아당겼다얼마 전까지 아이스크림을 우물거리고 있었을 말랑한 볼이 손에 가득 잡혔다.

 

너 나 답답해서 죽는 거 볼 거야먹었잖아!! 인정하라고!!!”

아악!!! !!! 죄송해여!!”

귀찮게 하네정말먹었으면 먹었다고 하라고죽고 싶어?”

아여...나주세여..제송해여..”

 

아휴한숨을 쉬고 손을 떼자 카이토는 얼얼한지 볼에 손바닥을 만지작거렸다채찍을 주었으니 이젠 당근을 줄 차례였다.

 

그래왜 솔직하게 말 안했어내가 먹었다고 널 때리겠니어쩌겠니..”

..그치만마스터가 나를 싫어하게 될까봐..”

 

카이토는 여전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그럼 먹질 말든지하는 허탈한 문장이 떠올랐지만 풀 죽은 강아지처럼 축 처진 눈을 하는 카이토에게 나는 안기라는 투로 팔을 벌렸다.불이 켜진 듯 밝아진 표정으로 품에 커다랗게 안겨서는 어깨에 고개를 부볐다.

 

..마스터 너무좋아요다시는 안 뺏어먹을게요.”

먹어도 되는데말을 하라고거짓말을 못한다고 말을 안 하면 어떡하니.”

 

바보야살짝 머리를 쥐어박자 카이토는 눈을 바라보고 바보같이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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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 같아]

 

마스터가 회사 연수를 떠난 지 사흘째나는 방안에서 장판에 달라붙어 죽어가고 있었다.마스터가 없는 텅 빈 집을 지키는 건 힘든 일이다어딜 가도 마스터와 함께 했던 자리라서나는 일주일도 안 된 생생한 메모리를 돌려보며 혼자서 울적하게 창문을 바라보다 무심코 콧잔등에 떨어지는 물기를 닦아낸다햇빛이 밝은 화창한 날이라 마스터와 함께 산책을 가면 좋았을 텐데혼자서는 노래를 불러도 허공에 혼잣말 하는 것이나 다름없어서 하나도 신나지 않아서 노랫말은 점점 잦아들었다.

 

마스터가 보고 싶어 죽어버릴 것 같아..”

 

이런 감정은 차라리 사라져 버리면 좋을 텐데정의하기 힘든 그리움과 텅 빈 자리에는 잦아든 노랫말의 무덤에 나는 기도한다마스터도 나와 같은 무덤 아래 당신만의 감정을 묻어두고 있다고떨어져 있지만 같은 곳에서 기도 하고 있다면 지금은 울고 있지만눈물의 무덤은 아깝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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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유카 [고백을 거절 할 때]


신발을 벗는 유정은 바닥에 커다란 장미 꽃다발을 내려놓았다.
장미가 한송이에 얼마라고 한다면, 이 1000송이의 장미에는 꽤나 돈이 들었을것이다. 그 금전의 표현이 그녀의 가장 큰 가치표현일 것이라고 유정은 생각했다. 함께 받은 차 열쇠는 손에 쥐어주고, 억지로 구겨받은 장미꽃다발을 조수석에 던져넣고 운전 해오는 길은 머리아픈 장미향이 코를 찔러댄다다.

"보통 남자 쪽이 주는거 아닌가요. 그것도 엄청난 확신이 있을때만."


그래서 그런 날 선 말을 던져버리고, 그녀의 일그러진 표정을 곱씹었다.
지금의 유정보다 높은 지위니 수입정도가 괜찮거니 하여 불확실한 고백에도 이정도 투자를 하는건가. 그렇다면 값싸고도 값싼 여자가 분명하다. 최근 몇 년 간의 고백중 가장 기분나쁜 종류의 것이었다. 오만하고, 역겨웠다.
받은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져 버릴까 하다, 코를 찌르는 차마 생생한 붉은빛이 선명하게 풀내음이 나는 것을 버릴수가 없었다. 신발소리에 뛰쳐나온 카이토는 꽃다발을 쳐다보았다. 혹시나, 하는 즐거운 짐작으로 입꼬리가 올라가있었다.


"이게 뭐에요?"
"몰라서 묻는건 아닐꺼고. 너해."


발로 톡, 포장지를 넘겨차자 꽃 잎 몇몇개가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다. 이리 하잘것 없는 움직임에도 떨어지는 꽃을, 어찌 사랑의 상징물로 만든것일까. 고까운 시선을 카이토에게로 가져갔다. 파란 매니큐어가 발린 손가락으로 붉은 꽃잎을 주워담은 장미다발을 황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색 대비가 좋네."
"예쁘다. 색도 향도 참 짙어요."
"의미 없는 색이고 향이지."


유리 물병을 가져다가 풀어헤친 장미를 꽂아두었다. 1000송이 전부를 넣기에는 온 집이 장미향으로 가득 찰까봐서, 네 다섯 송이만 넣어두었어도 며칠동안 집에는 진득한 향기가 끈덕지게 맴돌았다. 향기가 느껴질때마다 유정은 카이토를 불러 가까이 두었다. 카이토에게서는 아무 향기도 나지않는다. 장미를 만진 카이토의 손은 그대로 그 물이 들어있었다.


"손에 붉은 물 들었다. 이리줘봐."
"씻으면 지워질거에요. 화장실-"
"이리줘."


손목을 잡아 끈 유정은 붉은 기가 도는 손가락을 핥았다. 입 안에 그녀의 더러운 향수냄새 같은게 감도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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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카이 소재멘트 '사랑을 담아 꽃다발을' 키워드는 예지몽

보컬로이드는 꿈을 꾸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영역. 사라진 시간동안 나의 남은 반의 쪽짜리 의식은 쿠키를 정리하거나, 조각모음을 할 것이다. 사실은 그게 어떤 기전인지는 나 자신도 잘 모른다. 인간들이 자신들이 왜 꿈을 꾸는지 모르는것처럼. 다만 어렴풋이 남아 눈을 떴을때 사르르 사라지는 그러한 메모리 소거음이 그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했다.

오늘은 달랐다.
사르르 하고 메모리 사라지는 음에 더하여 어떤 영상이 펼쳐졌다. 그렇게 밖에 설명 할 수가 없었다. 현실이 아닌줄은 펼쳐진 풍경이 아름다운 색색의 꽃이 휘드러지게 펼쳐진 들판이였기에. 나는 이런곳을 생전 와본적이 없는 도시 출생이였다. 며칠 전 TV속의 영상을 보고는 마스터와

"와, 저런곳도 있어요? 멋지다. 색이 정말 여러가지에요. 눈아플정도로. 우와.."
"나도 가본적 없어..어디냐 저기. 제주도? 섬이야."
하고 입맛다시듯한 대화를 했던게 떠올랐다.

나는 흑백이였다. 그게 좀 신기했다. 내손을 내려다보곤 만져봐도 아무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것보다 사르르, 하고 물결치는 온갖색들이 눈부시게 인식을 요구했다. 발밑의 조그 만 것부터 시작해서 키 크기만 한것들까지 세상에. 너무 예쁘다. 하고 읊조리자 메아리치듯 울려퍼졌다.
이런게 꿈이라면 매일 겪어도 기분좋을것 같아. 비록 만져도 꽃의 느낌이나 향기는 느껴지지 않아도 나는 그 섬에 갈수 없을테니 이게 최선아닐까.
마스터도 함께 봤으면, 하고 생각하자 장면은 파스스 깨져와 덮여진 이불의 느낌으로 돌아왔다.

"카이토? 왜 깨워도 안일어나. 놀랬잖아."
"어..그랬어요? 저 신기한거 봤어요. 우리 며칠전에 TV에서 본 꽃들판 있죠, 그게 제 메모리에 많이 남았나봐요."

그거, 나 꿈꿨어요.

마스터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곧 그랬구나. 하고 웃어주었다.
"꿈..꿈이란말이지. 그럼 조금 신기한 꿈일수도 있겠다."
"신기하죠. 그걸 꿈이라고 말 할수 있는걸까요?"

"그럼, 예지몽이라고 할껄 그런거."

하고 마스터는 등뒤에서 온갖 파스텔빛이 가득한 조그마한 꽃들판을 내밀었다.
퍼지는 꽃향기에 눈이 따가워 눈물이 나오려는걸 참고 씩 웃었다.

"역시 함께보는게 더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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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카이 : 유일한 이해자]


마스터의 짤막한 단상이 올라오곤 하는 트위터에 이해못할 문장이 쓰여있었다. 오후 느지막하게 집안일을 모두 마치고 나른 해질 시간이었다. 무언가를 하고싶지도, 할 의욕도 들지 않는 아득하게 한없이 늘어지는 마음으로 별 생각 없이 마스터의 트위터를 활성화 시킨다. 점심엔 뭘 먹었다. 집에 가고싶다. 하는 들으나 마나 한 정보만 올라오는 쓸모없는 것이라 여겼지만, 잊을만 하면 혹시 무언가가 새로 올라왔진 않았는지 드문하게 켜보곤 했다. 익명의 이름에 프로필로 올려놓은건 좋아하는 모델의 사진. 마스터는 아마 자신이 보는 줄도 모르고 의미 없는 문장들을 적어 올리고 있을것이다. 어느날엔 오늘은 고기가 먹고싶은 날. 이라고 써 놓은걸 보고 장을 봐왔더니 텔레파시가 통했다며 기뻐했다.

자신이 모르는 마스터의 자그마한 조각을 들여다 보며 카이토는 혼자만의 비밀이 생긴 것이 즐거웠다. 오늘은 올라온 트윗이 하나. 점심시간의 짤막한 틈일 것이다.

"아무도 날 이해할수 없다. 나도 나를 이해 할수 없다."

이게 무슨말이야.

짤막한 문장을 뚫어져라 쳐다봐도 앞 뒤 없는 문장에 달랑 저것 하나만으로는 마스터의 생각이 될 수 없다. 게다가 아무도, 세글자에 은근히 밀려오는 반발심으로 카이토는 어제, 그저께의 트윗을 샅샅히 뒤졌다. 어제 저녁에도, 오늘 아침에도 저런 말을 할 정도로 기분이 나빠진 적은 없었다. 표정도 평소처럼 별 생각 없어보이는 멍한 얼굴이었고. 하지만 다른 실마리가 될 문장은 발견 할 수 없었다.
아직도 알지 못하는 마스터의 모습이 여기저기 수없이 많이 숨겨져 있다. 이 시간이 끝날때 까지 끝끝내 알수 없는 것도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다. 카이토는 어플을 삭제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각들 만으로는, 아무것도 알수없는건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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