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눈길이 느껴졌다. 마스터. 나직하게 부르자 등 뒤는 조용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소리 없이 바짝 붙어선 발꿈치. 돌아볼까. 돌아볼까. 카이토는 마음속으로 열을 셌다. 아름다운 마스터가 등 뒤엔 있을 터였다. 새까만 생머리, 흑단색 눈동자, 새하얀 피부, 웃으면 붉은 입술이 빛나는 열매 같은 사람.
“마스터.”
“어라, 카이토. 어디 갔었어. 찾았잖아.”
찾았. 어요? 흔들리며 끊어지는 말의 의미를 그녀는 무시한다. 좁은 시야 속에서 사라져지면 마음이 부서진다. 잡아주는 가득한 손이, 몸을 안아주던 넓은 팔이. 영영 떨어지는 나와 함께 하는 날개같은 카이토가. 가지마. 내 옆에만 있어. 넌 그러기 위해 나에게 있는 거잖아. 응? 대답해줘. 어서. 어깨를 잡은 손이 무거워진다. 작고 깡마른 하얀 마스터의 손이 목덜미에 닿자 핏기없이 차가운 냉기가 느껴졌다. 카이토. 대답해. 마스터는 어느새 또 목을 조르고 있었다. 버릇이었다.
“어서!!!”
“네, 죄송해요. 십 분정도 다녀온다고 말했는데, 오늘. 저녁거리….”
“필요 없어. 함께 가자고 했잖아!”
“잠시니까 괜찮을 줄 알았어요. 죄송해요.”
자그만 손이 힘은 굉장해서, 카이토는 슬슬 숨이 막혀왔다. 그래도 죽진 않지만. 그것이 마스터에겐 위안이고 안심이었다. 다행이야. 점점 눈이 희미해졌다. 탁해지는 머리 때문에 손에 들고 있던 장바구니는 바닥에 떨어져 저녁거리로 사 왔던 양배추가 굴러갔다. 소리는 그것과 마스터의 귀여운 실소뿐인 평화로운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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