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자 마스카이 : 빗소리
카이토는 빗소리를 좋아했다. 비가 오면 산책이든 심부름이든 구실삼아 나가고 싶어 한다. 습기는 기계에겐 천적이지 않아?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종으로 여겨지곤 하지. 하물며 안드로이드라면. 나 역시 평범하게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 속했다. 유리창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구경하는 것도 식간의 일이지, 하루 종일은 재미 없잖아. 나의 말 또한 바닥에 눅눅하게 떨어졌다. 닿지 않은 걸까. 넓은 창에 손을 맞대고 앉은 카이토의 등은 시려보였다.
“결국 옆에 앉게 만들지.”
“헤헤……. 같이 들어요.”
소리와 리듬의 경계에선 물방울들은 규칙이 있는가 하면 빗방울은 불규칙적으로 산재하다가 서로 하나가 되고. 다시 흐름이 되어 떨어질 때 파란 눈동자도 위에서 아래로 굴러 내린다. 빗방울보다 커다랗고 의미 있는 움직임이었다. 한참을 움직이던 눈동자는 나를 향하다 정지했다. 빗소리에 묻힌, 미세하게 눈동자가 움직일 때 들리는 소리마저 고요한.나는 침을 삼키려다 오히려 숨을 멈추고 말았다.
“비가 내리는 소리가 꼭 기계 시동소리 같지 않아요? 커다란 기계가 우릴 안아주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건 너 뿐이야.”
“마스터가 이해하게 된다면, 비오는 날을 좋아하게 될지도요.”
태엽을 감은 작은 인형처럼 카이토는 살짝 미소 지었다. 비는 그칠줄 모르고 거대한 생물처럼 거세게 소리를 잡아먹었다. 이 커다란 흐름은 시간과 공간을 함께한다. 나는 웅장한 두려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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