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day princess 下


자주 들리는 디저트 가게에 들어서자 인사를 하던 종업원은 카이토를 발견하고 놀란 티를 냈다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들리는 단골 남자 손님이 여장을 하고 여자아이의 손을 잡은 채로 나타난다면 누구나 당황할 것이다곧 그녀는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여 활짝 웃으며 자리를 안내했다.

 

메뉴가 결정되면 불러주세요카이토씨는 오늘 컨셉이 뭐에요?”

하하컨셉이랄까.”

공주님이요전 왕자에요.”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들은 종업원은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주변을 둘러보자 기분 탓인지 가게 안의 모두가 쳐다보는 것처럼 등이 따가웠다구미는 콧노래를 부르며 메뉴판을 살피고 있었다.

 

선배님뭐가 맛있어요실은 파르페 먹어본 적이 없어요.”

그렇구나여기서 제일 인기 있는 건 딸기생크림이 올라간 바닐라 초코 아이스크림 파르페야딸기를 갈아서 만든 생크림이 상큼하고 맛있어.”

딸기바닐라초코헤에.”

나는 망고바나나파르페에 아이스크림 추가 세 개아니네 개.”

 

기다란 손가락으로 메뉴판을 두드리던 카이토는 진지해 보였다귀여워카이토 선배는 늘 모두에게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었지만 구미는 카이토가 진심으로 즐거워 보인다고 생각한건 녹음 뒤에 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뿐이었다저런 타입이 속을 알긴 더 어렵다고 지나가는 혼잣말로 가쿠포 오빠가 말 한 적이 있었다어제 저녁에도 부산스럽게 옷을 고르는 구미를 불러내 여자 친구로서 예의나 의무에 대해서 일장연설을 하더니 카이토가 생각 하는 것처럼 단순한 보컬로이드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럼 이제부터 알아 가면 되는 거잖아구미는 그게 좋아.”

네가 그렇다면 다행이고옷은 세 번째에 든 게 가장 낫구나.”

 

단순해 보이는데아이스크림 개수 정하는 데에 이렇게 진지한 얼굴이라니.

 

선배님아직도 못 골랐어요?”

.원랜 두 개정도 추가하는데.”

세 개 해요전 선배님이 추천해 주신 것 먹을게요딸기바닐라생크림?”

알겠습니다곧 가져다 드릴게요.”

 

메뉴를 접은 종업원이 테이블을 나서자 카이토는 임무를 완료했다는 듯 작게 한숨 쉰다.그녀는 주말에도 하는구나난 주말엔 잘 나오지 않아서 몰랐어아는 사람을 만난 게 의외란 투였다구미는 카이토의 그녀’ 라는 생소한 호칭이 흥미로웠다곧 카이토는 그녀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가까운 대학을 다니고자주 오는 단골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는 성실하고 상냥한-

 

미안쓸데없는 말이 길었네.”

아니에요주말엔 잘 안 나오세요동생들이나 메이코 선배님이랑미쿠 선배님은 쇼핑을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그렇지미쿠는 쉬는 날이면 거의 쇼핑몰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곤 해.”

 

머리끈 하나 사는데 삼십분이 걸려머리끈은 미구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이기도 하고.미쿠의 방엔 머리끈만 두 상자가 있다고 카이토는 말했다매일 아침 침대 속으로 들어와 오빠오늘은 어떤 게 좋아하고 물어본다고떠올리면 따뜻한 가정이었다둘 뿐인 구미의 집과는 다른 분위기.

 

고민이 많은 건 선배님 집 특성인가 봐요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하고 오신 빨간색에 노란 줄무늬가 들어간 기다란 리본예뻤어요.”

그래그 리본 내가 골라준 거야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지미쿠 머리색이랑 달라서 눈에 선명하고.”

그렇구나미쿠 선배님은 좋으시겠어요멋진 언니가 둘이나 있으니까.”

미쿠는 모르겠지만.”

 

카이토가 설명했던 그녀가 파르페를 들고 나타났다구미는 고개를 돌려 그녀의 가슴에 붙은 이름표를 읽었다그녀의 이름은 아미였다먹기에 아까울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장난감처럼 아슬아슬하게 올라간 작은 설탕과자가 뿌려진 파르페가 테이블 위에 놓이자 차갑지만 달콤한 향기가 솔솔 올라온다카이토는 숟가락을 들고 전투태세를 취했다종업원은 작은 접시를 하나 더 내려놓았다.

 

무슨 일 인진 몰라도 신경 쓰고 오셔서서비스로 과자도 드릴게요.”

우와감사합니다잘 먹을게요.”

데이트에요아미씨.”

헤에그렇구나별일이네요둘이서 온 것도 처음이지만데이트라니.”

 

그녀는 뉴스에 밝지 않은 편이야종업원이 돌아가자 카이토가 속삭였다혼자서 파르페를 먹으러 오는 남자 보컬로이드라사실은 여자지만그것에 대해서 묻자 카이토는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스케줄이 끝나면 저녁 늦게인데보통 다섯 개는 먹는걸 보여주면 다른 아이들은 잔소리를 한다고예상보다 시답잖은 이유였다파르페 다섯 개를 늘여놓고 딸기 한입생크림 한입씩 번갈아 가면서 먹을 카이토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다섯 개요그렇게 많이 드세요?”

맛있으니까구미도 내가 그렇게 많이 먹으면 화낼 거야?”

아뇨신기해서요그리고 맛있네요딸기생크림이 정말 맛있어요!”

헤헤다행이다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같이 오고 싶었어녹기 전에 어서 먹어.”

 

카이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컵을 비워냈다겹겹이 쌓인 아이스크림을 커다랗게 삼키고는 생크림을 바른 초코과자를 오독오독 깨물어 먹고가장 아래에 있던 셔벗까지모두 해치우고선 컵에 남은 아이스크림을 긁어 숟가락을 입에 물었다구미의 것은 반이 넘게 남아있었다천천히 먹으라고 말하는 입가에 생크림이 묻어있었다.

 

더 드실래요제거 한 입 드릴까요?”

아니야괜찮아며칠 전에도 먹었어.”

아앙-해보세요.”

 

구미는 고분고분한 성격은 아니었다처음 비밀을 들킨 때나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할 때도 거침없이 감시 카메라는 어디 있냐고 대기실을 샅샅이 뒤지는 것부터아니그 전부터 동생들과는 분위기가 달랐다혼자서도 곧잘 서있는 해바라기처럼무대 위에서는 훨씬 빛났다.

 

선배님녹아요빨리요!”

으응고마워.”

또 웃으시네요좋아라하나 더 드실래요?”

아냐이거 다음엔 뭐 하러 가기로 했지쇼핑이었던가구미는 쇼핑하는 거 좋아해?여자애들은 다들 그런 편이지.”

 

선배님은 싫어하세요숟가락을 입에 넣은 채로 구미가 묻자 눈을 굴리던 카이토는 모르겠다는 대답을 했다.

 

 

 

***

 

 

쇼핑몰을 내려오는 손이 무거웠다구미는 한 손 가득 쇼핑백을 들면서도 카이토를 잡은 손은 신나게 흔들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어느새 쇼핑몰 옆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모든 층을 걸어 다니며 여러 가게를 구경했다옷 가게에서 어울릴 만한 흰 원피스를 가져다 대자 카이토는 손사래를 치다가 마지못해 대어 보는 게 고작이었다난처하게 옷을 가져다 놓자 구미도 더 이상 권할 의지를 잃었던 것이다하지만 구미의 옷을 골라줄 때는 적극적이었다세 네 벌을 잔뜩 안고 와 피팅룸에 있는 구미에게 다음엔 이것이거하고 건네주면서 코디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덕분에 어울리는 옷을 잔뜩 찾아내선 이 달의 용돈을 다 써버렸다고 장난으로 투덜거렸다.

 

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게 많았어요.”

다행이네오늘 집까지 나와 줬으니까이번엔 내가 집에 데려다 줄게.”

괜찮다고 사양하고 싶지만부탁드려요짐이 많아서.”

천만에전철 타러 갈까?”

 

옷을 고르며 카이토와 나눈 대화들은 이외인 것이 많았다가장 놀란 건 원래는 긴 머리였다는 것메이코 선배님이 머리가 짧으니까 함께 여자로 개발된 카이토도 비슷한 머리일거라 생각했다머리를 자르고 나타나자 메이코가 정말 아쉬워했다고비밀을 몰랐더라면 언제까지도 알지 못했을 이야기들을 해주었다신기한 일이었다이렇게나 몰랐던 게 많았다니.

 

정말 예뻤겠다사진 없어요보고 싶어요!”

그런 게 있으면 큰일 나지구미한텐 어처구니없이 들켰지만극비라구사실은.”

헤에왠지 기뻐요카이토 선배님과 비밀을 공유하게 되다니.”

맞아그게 구미여서 기쁜 거지.”

 

전철이 오는 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왔다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전철역 안에서 카이토의 뒷말은 묻혀 사라졌다돌아오는 풍경 사이로 묻혔다가 전철 문이 열리자 쇼핑백을 든 손을 내밀었다.

 

오빠가 전철역으로 데리러 온데요.”

그래친절한 오빠네.”

맞아요어제도 조심하라고 잔뜩 이야기 해줬어요.”

하하그러네가쿠포씨는 내가 남자인 줄 알 테니까남자는 주의해야지이 옷보면 놀라겠다.”

 

그에게도 미안하지작은 혼잣말을 들은 구미는 전철 창밖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쓸쓸한 얼굴.

 

미안할거 없어요충분히 잘 지내고 있잖아요?”

글쎄유일한 또래의 남자라고 생각할 텐데렌은 아직 어리고..그런데도 가쿠포의 말에 잘 공감하질 않으니까그렇다고 해서 여자애들의 말에 더 공감하는 것도 아니야난 언제나 애매한 위치일 수밖에 없어내가 선택한 것이지만.”

애매하지 않아요나랑 있을 땐 여자인 카이토 선배님 인거구아닐 때는 카이토선배님이면 돼요.”

 

9년을 고민했던 것에 대해서 구미는 단번에 대답해버린다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에 그렇구나짧은 대답을 남긴 카이토가 가방에서 리본이 달린 작은 상자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이것 까먹었다선물이야어울릴 것 같아서 샀어.”

머리핀에엣언제 샀어요계속 같이 있었는데!”

옷 갈아입는 동안이나그리고 아까 미쿠 머리끈 이야기 할 때 표정 말이야사진 찍어서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워서재밌었어.”

으아앙그랬어요부끄러워요.”

 

머리핀은 작은 연두색 리본에 토끼와 당근이 달린 형태였다쇼핑백을 잔뜩 든 손으로 낑낑대자 카이토는 손에 가져다가 머리에 달아주곤 거울을 내밀었다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카이토는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좋아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지구미 머리색이랑 잘 어울려.”

정말 마음에 들어요감사합니다.”

다음 역에 내려야 하네가기 전에 생각나서 다행이다.”

같이 안 내려주셔도 돼요오빠가 역 안에 있겠다고 했어요계속 타고 가세요.”

집에 들어가서 연락해.”

 

쇼핑백을 넘겨받은 구미가 전철을 걸어 나가자 부풀었던 마음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가라앉았다전철 창밖으로 뛰어가는 구미와 마중 나온 듯 편안한 차림의 가쿠포의 모습이 보이자 카이토는 창을 피해 의자 자리로 걸어갔다카이토를 알아본 몇 사람이 술렁대기 시작했다내일 정도 일까머플러를 하고 왔었더라면 얼굴을 가릴 수 있을 텐데마법이 풀린 신데렐라처럼 카이토는 도망가고 싶었다먼 곳으로가능하면 구미와 가까운 곳으로눈을 감으면 다시 마법이 펼쳐지기를.


'짧은것 > X KAITO'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혈계전선 AU  (0) 2015.06.12
반존대 연성  (0) 2015.04.08
One day princess上  (0) 2015.03.01
kinship  (0) 2015.03.01
Noname switch  (0) 2015.03.01
Posted by michu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