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계전선 AU

짧은것/X KAITO 2015. 6. 12. 23:37
그 아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미쿠의 병실에서 나온 카이토는 곰곰이 생각했다. 미쿠의 오빠라 그런지 미쿠와 비슷한 분위기라 그런걸까? 병원 정문의 계단에 앉은 카이토는 스쿠터의 열쇠를 만지작대며 시간을 죽였다. 라이브라로 돌아가려고 예상했던 시간보다 일찍 미쿠의 병실에서 나와 버렸기 때문이었다. 둘은 분위기는 달랐지만 초록빛의 머리칼이나 눈 색, 귀여운 선이 닮아있었다. 오빠라지만 동생이라고 말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어리숙한 느낌이었다.

“우리 오빠, 미쿠오! 카이토, 인사해!”
“으아아……. 안녕. 난 카이토라고 해.”
“헤에. 안녕하세요, 카이토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

커다란 안경을 낀 미쿠오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로 허둥거리며 빙빙 도는 이야기만 했다. 카이토는 둘의 대화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분명히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미쿠오는 그런 적이 없다고,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평범한 분위기라서 그런걸까나……. 눈에 띄는 인상도 아니고.”
“착각했나봐, 미안.”
“아냐 아냐. 그럴 수도 있지!”

셋이서 앉아있던 병실의 1분이 끔찍하게 길었다. 카이토는 어제, 그제의 행적을 생각하며 머리를 굴렸다. 눈 색이 초록색이었던가? 착각인가? 저 또래의 남자아이란 다들 비슷하니까. 최근에 생긴 사건들 때문에 눈의 감각도 예민해진데다 카이토가 그 소년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다른 이유에서였다. 공간과 이질적인 느낌. HL의 어둡고 칙칙한 풍경에서 신의 의안은 다소 따분하게 ‘눈’의 역할을 했지만, 언젠가 보았던 그 소년의 느낌은 달랐다. 그리고 카이토는 미쿠오를 보며 순간 그 때를 떠올린 것이다. 신의 의안이 공명하며 활개를 치는 감각을. 

“굳이 말하자면 블러드 브리드...아냐. 무슨 말도 안되는.”
“형, 아직 안 갔네요. 여기서 뭐해요?”
“에에엑?! 미, 미..미쿠오군. 아하하..”
“왜 이렇게 놀래요? 미쿠가 잠들었길래, 나도 가려고요.”
“..그, 그럼. 태워줄까? 어디까지 가?”

미쿠오는 싱긋 웃으며 지하철 역이라면 어디든지 괜찮다고 대답했다. 카이토는 의심을 지워버리기로 했다. 블러드 브리드를 본 후유증이리라. 며칠 동안 카이토는 라이브라의 일원의 기운에도 누군가 눈을 칼로 쑤시는 듯이 타들어가는 감각에 시달렸다. 혈계의 감각은 시각을 넘어선 것이었다. 손에 든 열쇠를 넣어 시동을 걸고 스쿠터에 있던 헬멧을 씌워주자 미쿠오는 스쿠터를 타는 것이 처음이라며, 카이토의 옷을 붙잡았다. 병원에서 가까운 역은 십분 정도면 도착할 거리였다. 등에 달라붙는 미쿠오의 몸은 미쿠만큼 작고 가벼웠다. 라이브라의 누구라도 한 주먹이면 날아갈 만큼이라고 생각하니 HL의 엉망진창인 도로 위에서 카이토는 실없이 웃음이 나왔다.

“자, 도착. 여기까지 태워주면 되는거야?”
“오오. 고마워, 형. 덕분에 빨리 왔어.”
“가는 길인데 뭐. 그럼 다음에 보자.”

형, 뭐 하나 물어 봐도 돼?

다시 스쿠터의 시동을 거는 카이토에게 미쿠오가 다가왔다. 한 번이지만 죽어도 잊을 수 없는 강력한 힘. 미쿠오의 초록색 눈동자에서 언 듯 새빨간 붉은 빛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손을 뻗는 작은 소년의 손아귀에서 세계가 움직이는 듯한 기세가 무겁게 고동쳤다. 살기 아닌 기운에 얼어버린 카이토의 턱을 잡고 눈꺼풀을 벌리자 조용히 신의 의안이 한 겹 두겹 펼쳐졌다. 빛나는 파란색 원형의 궤도가 돌아가며 주변의 시야를 갉아먹고 있었다. 신의 선물이라 수식하기엔 잔인하고 과분하지만 그것은 아름다운 것이라 자부할 수 있었다. 

“예쁜 눈이네, 형.”

갖고 싶을 만큼. 붉은 눈동자는 신의 선물을 가진 신에게 버려진 자를 찬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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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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