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카이] 겨울바다
온종일 카이토는 TV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몇 시간 전에 봤던 앉은 자세 그대로였다. TV가 있는 거실을 오가며 슬쩍 흘겨봐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로 재미없어 보이는 느릿한 내레이션에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사람이 저런 프로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있을지 의심이 갈 정도로 조용한 화면에서는 태평양쯤 되어 보이는 넓은 바다가 줄곧 비춰졌다. 늦은 오후가 돼서야 TV앞의 붙박이가 된 카이토를 불러일으켰다. 바다색과 비슷한 눈이 몇 시간 만에 깜빡였다.
“TV속에 들어가겠다. 뭐가 그리 재밌어.”
“바다래요.”
손가락 끝의 화면에서는 시원한 소리와 함께 맑은 이국의 바다가 넘실거렸다. 이상적인 바다라고 할 수 있는 하얗게 부셔지는 파도. 그는 저도 모르게 한참을 바라보았다. 바다에 간지 얼마나 되었더라, 손을 꼽기에도 마지막 바다의 기억은 희미했다.
“정말 저런 모양일까요? 진짜 저렇게 넓고, 파란데 물이..”
“바다 본 적 없겠다. 참.”
“네에..실제로는.”
그는 자신이 입은 옷을 살폈다. 대충 입은 후드. 겨울이지만 집 안이라 입은 반바지만 갈아입으면 얼추 나갈 만했다. 이제는 입을 벌린 채로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카이토의 어깨를 두드렸다. 곧 눈이 두어번 깜빡였다.
“그만 보고 일어나. 바다에 가자.”
“네? 지금요?”
“그럼 내일은 월요일인데 어떻게 가. 옷 입어.밖에 춥더라.”
냉기가 어린 차 안에서 카이토는 무계획이에요. 여기서 가장 가까운 바다는 2시간 거리라고 검색 된다구요. 하며 궁시렁 대다가도 그럼 돌아갈까? 하는 떠보는 말에 입을 조용히 다물었다. 카이토가 검색 했다는 그 바다는 간 적 없는 곳이었다. 바다는 늘 그렇듯 똑같겠지 뭐. 겨울바다는 풍경이 좋다는 말이 있어도 바닷바람에 시달려 좋은 풍경이 눈에나 들어올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창밖으로 서서히 해안가로 바뀌는 경치에 눈을 떼지 못하는 카이토를 보면 상념은 사라졌다.
소나무가 한참 지나면 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겨울바다는 서슬 퍼런 쪽빛으로 먼 바다에서부터 눈에 담기려 노력한다. 햇빛이 간간히 반사되어 어느 먼 곳에서 바다 빛이 반짝였다.
“우와...정말 이곳은 넓네요. 끝이 안보여요.”
“그렇지...춥다.”
모래사장을 밟는 카이토는 처음 느낀 새로운 감각에 즐거운 듯 뒤따라오는 발자국을 슬쩍 돌아보며 소리 내 웃었다. 한겨울은 겨울인지라 후드를 써도 얼굴에 따가운 바람이 불었다.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이미 바닷바람에 차가워진 후라 소용이 없다. 카이토는 느릿한 걸음을 참지 못하고 바다로 뛰어갔다. 목에 두른 머플러가 바람에 휘몰아 흔들린다.
“바다다!!!”
소리를 쳐도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그렇네. 하고 대답한 그의 대답은 바람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파도가 밀려오는 한계선에 멈춰 선 카이토의 발 주변에 하얀 파도가 밀려와 검은 모래로 스며들었다. 한 두 발짝 앞뒤로 움직이며 발장난을 쳤다.
“생각했던 그대로야?”
“제가 봤던 바다는 열대의 바다에요. 색도, 모래의 크기도 달라요.”
“뭐야, 그러냐.”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뒤적거렸다. 기껏 데려왔더니 듣는 소리는 저모양이고 하얀 김이 나오는 입은 얼어붙을 지경이었다. 휴일의 마지막 치고는 조금 맥이 빠진다. 황망한 바다를 보니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들이켰다. 조용하던 카이토가 팔에 엉겨붙었다.
“너무 넓어서 무서워요. 마스터와 함께 오지 않았더라면...”
바닷바람에 카이토의 말들은 파도소리와 함께 부셔졌다. 담배를 태울 동안 카이토는 눈을 감은 채 바다의 소리만을 감상했다. 거대한 존재가 조용히 움트는 소리에 왠지 모를 전율이 차가운 발끝에 서려왔다. 감각이 떨어져 주머니에 넣은 마스터의 손을 세게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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