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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것/X KAITO 2014. 8. 22. 22:58

420자 : 너만을 위한 거짓말 


말을 걸지 않으면, 인형처럼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정면을 응시하는 눈에는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다. 동공이 죽어있었다. 억지로 떼어낸 메모리가 카이토를 침식하고 있었다. 나는 일부러 카이토의 어깨를 두드렸다. 소리만으로는 소리의 근원을 쫓아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카이토.”

, 마스터. 이런..제가 또 멈췄었나 봐요. 죄송해요.”

아냐. 가만히 있길래.”

혹시..오늘 시간이 되시면-”

 

고개를 저었다. 서비스센터에 가게 되면 불법으로 거래한 게 들통 나게 될 것이고, 벌금이나 사소한 건 그렇다 쳐도 이젠 생각만으로도 역겨운 그녀석의 얼굴을 어떻게든 마주치게 되어있다. 그 녀석과 다시는 마주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뜯어고치는데 들인 시간과 공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테니까. 카이토는 이마를 만지작거렸다. 군데군데 잘라먹은 코드가 또 얽혀들어 가는지 눈을 찌푸렸다.

 

있잖아요. 마스터.”

? 또 머리아파?”

절 서비스센터에 데려가지 않는 건 제가 가봤자 수리할 수 없을 것 같아서죠?”

 

고마워요. 폐기될까 봐 걱정해주셔서.

 

눈을 찌푸리며 웃는 카이토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과부하로 뜨끈한 이마에 차디찬 손으로 이기적인 거짓말을 덮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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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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