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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위의 안개꽃 



안녕, 원호야. 내 옆에 잠든 너에게 편지를 쓰는 건 무척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글을 써서 남기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믿기로 했어. 알고 있잖아. 

머리에 있는 것을 말로 표현한다는 일은 엄청나게 어려워. 나는. 

넌 별로 어려워 하지 않지만. 보고 있어도 항상 끊임없이 네가 생각이 난다던지. 

그런 말을 하기엔. 무거운 사랑은 독이라고 그러잖아. 그래서 어떻게 온전히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난 아직 모르겠어. 시간이 필요한 일이겠지. 그만큼 너와 함께 할 수 있다면 난 그걸로 만족해. 

너는 어때? 

날 사랑하는 걸로 너의 시간을 보내는 게. 



널 만나고 많은 것이 바뀌었어. 

나라는 인간을 전부 뜯어고쳤다고 말하면 과분하겠지만. 어디까지 나라는 인간을 드러내도 네가 받아줄 것이란 확신을 하기까지 널 힘들게 했잖아. 그건 항상 말하지만 내 실수고, 무지고..또..이런 생각을 해선 안되지만, 네가 날 만나서 이상한 일을 더 겪는 건 아닐까. 널 위험하게 하고 싶지 않아. 너와 죽음 중에 선택할 일이 생긴다면, 난 언제나 망설임 없이 죽음을 선택할 거야. 그렇게 되면 넌 날 온연히 잊고 살아줬으면 좋겠는데. 내 이기심만 가득한거겠지. 괴로워 하지 마. 그러면 머리아프잖아. 

이마를 만져줄 나도 없는데 머리아프면 쓸쓸하니까. 



편지가 길어지고 있어. 하고 싶은 말은 정작 시작도 하지 못했는데 말이지.

 넌 이미 여기서 질려서 편지를 접어버릴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괜찮아. 보조적인 수단으로 여겼던 거니까. 그렇지만 약속할 수 있어. 이 편지는 무엇보다 진심이고. 그렇기에 헤메인다고. 이럴거면 왜 쓰는건지 나 조차도 의문이지만. 너에게 말을 전하기 전에 정리해볼 셈으로 쓰다가, 언제인진 모르겠지만. 편지지가 하나 있길래. 펜으로 글을 쓰는게 오랫만이라 글씨가 엉망이야. 다시 써야할지도.



안개꽃 한 다발을 샀어. 내 돈으로 사는 꽃은 두 번째네. 첫 번째는 네가 중간고사를 마친 날이었잖아. 학교에 가기 싫다고 투정 부리는 일이 많더라도, 네가 그 길을 선택한 것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걸 배워서 뭘 하고 싶을지는 천천히 정해도 나쁘지 않으니까. 네가 재밌는 일을 한다면 그걸로 그만이야. 이곳에서의 생활 또한. 마음에 들어? 전혀 고향이 그립지 않다던가..그립지 않은것 같지만. 이번엔 안개꽃을 샀어. 화려한 꽃도 눈을 흔들지만 나는 왠지 이걸 든 네 모습이 굉장히 아름다울거야. 물론 장미나 작약처럼 꽃잎이 많고 색이 다양한것도.. 너에게 어울리지 않는 꽃은 없어. 그 모든 꽃보다 네가 가장 화려하고 빛나는 보석일테니.



보고 있어도 보고 싶어. 네 눈에 온전히 나를 담고 그 세계에 빠져든다면, 그런 이상향과 이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천천히 좋아하자고, 너를 천천히 사랑하고 싶어. 끝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너를 천천히 여기는건 불가능하단걸 받아들였을 뿐이야. 이 계절도, 다시 돌아올 계절도. 네가 있는 풍경만이 빛을 잃지 않고 제 몫을 다 하고 있어. 찬란히 흔들리는 위험 속에서도, 가끔씩 다가오는 이상한 공포 속에서도. 너만은 잃지 않겠다고 늘 다짐해. 너를 잃지 않게 해줘. 

눈을 뜨면 네 앞에 있을 안개꽃다발을 좋아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오후 세 시에. 


P.S. 리본도 내가 만든거야. 물론 끈을 묶은것 뿐이지만.



퀼을 해봤어요~ 14점받아서 높은 점수 받았답니다.

린원호 300일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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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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