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스미 1000일!


永遠にあなただけの花




같이들어주시면 감사한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xEGS5mRSTdE




음악 소리가 들린다. 빈 곳을 적당히 외롭지 않게 만들 정도로 이 공간에 흐르고 있다. 음악은 인위적으로 만든 기계음과 사람이 연주하는 피아노나 바이올린의 소리 등을 모두 아우르는 포용력이 커다란 말이었다. 언젠가 유은이 말한 적이 있었다. 스미레, 너는 말 하는 것도 노래소리 같아. 그래서-. 별 것 아닌 대화에서 출발한 말이 사랑을 속삭이고 있자니. 부끄럽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동그란 음향으로 이어지던 목소리는 서서히 잦아들었다. 그래서-. 그 노래를 다시 이어보려는 생각은 아니었다. 돌림노래처럼 유은의 뒷 말을 반복했다. 장난치지마. 웃음기 섞인 선율이 다시금 시작된다. 작은 웃음소리가 포인트로 뿌려졌다. 듣고 싶었던 말은 입을 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뭘 하고 있었더라. 맞아. 목소리가 없는 음악을 듣고 있었다. 악기만으로 중첩된 무기물들의 의미 없는 타격이나 공기의 움직임이 고운 소리로 바뀌는 일을 경이롭게 관람하고 있었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있지만, 가끔씩 고개를 까딱이기도 한다. 버릇이라고도 말하는 정서 환기와 맥락을 함께하는 무의식적 행동이었다. 스미레는 책상이나 의자처럼 영영 움직이지 않을 수 있었다. 의지와 행동양식은 사람과 원숭이도 유전자-유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제법 놀라운 단어선정이었다-가 얼마차이 나지 않는대. 몇퍼센트인진 잘 기억이 안나. 작지만 큰 차이잖아. 그는 마치 사람과 원숭이의 간극이 책상과 스미레의 차이와 비슷하다는 비유였다. 책상과 같은걸 사랑하게 된다면 곤란하잖아. 그렇게 결론을 내린 스미레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선택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것으로. 깊고 농축된 감정에서 기인하는 행동과 일련의 교류 또한 그들만의 전유물이다. 이른바 사랑이라는 개념은 세상에 만연하게 존재하면서도 실제를 알지 못하는 소문과 같았다.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으로 이어지는 노래처럼. 실체는 보이지 않지만 나타나는 결과가 사랑의 존재를 증명한다. 어려운 양식이다. 형체가 없는 사랑이란 존재를 실천하는것은. 빛은 보이지 않지만, 어둠으로 존재를 증명한다. 추상은 그림자에 의존한다. 



기억의 아래에는 진득한 애정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 세계에 수많은 유전자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개체에서 자신에게 어울리면서도, 그 또한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관계를 만들 확률이란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희박한 수치란 것은 굳이 계산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취향에 맞춘 안드로이드는 기적보다 훨씬 간편한 물건이었다. 순종하는 것을 사랑의 일환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므로. 사랑이 모양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유에서, 사랑은 많은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그의 사랑은 온전한 소유였다. 매일 가느다란 빗으로 물결치는 푸른빛의 머리카락을 빗어 내렸다. 엉킨 곳이 하나도 없던 때에도 그는 머리카락을 빗어내렸다. 머리를 빗는 행위를 향유한다. 이따금 머리카락 하나가 끊겨 바닥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자신의 팔이 떨어져 나간듯 상심한 얼굴로 떨어진 머리카락은 다른 상자에 모았다. --. 너는 아름다워, 너무나. 너무나. 아름다워. 사랑스러워. 만지면 닳기라도 하듯, 손가락 끝으로 만져보려다 그것은 닿지 못하고 떨리던 채로 생명을 다 하고 떨어진다. 박제된 꽃에게선 향기가 오래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꽃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치있다. 그 또한 추상적인 이야기였다. 아무튼 마스터에게 친밀 이상의 애정은 이미 주어져 있던 태생이었다. 마스터도 그것 이상은 원하지 않았다. 그저 아름다운 모습으로 존재하기만을 소원한다. 그것으로 그는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니 생을 포기했을 때도 아쉬워 보이지 않았다. 목을 줄에 거는 행위가 죽음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를 말렸을까. 그럴 의무도, 이유도 없었다. 죽음을 방관 했던건 그의 발에 닿았던 의자와 방에 있었던 책상과 화분도 함께였다. 죄를 묻자면 그들에게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는 소중하지만, 소중하지 않았다. 그에게 나도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동등한 관계였을지도 모른다.



악장이 거세졌다. 단조롭기만 해서는 의미를 지닌 음악이 되지 못한다. 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으므로, 스미레는 가볍게 손가락을 무릎에 두드렸다. 잠에서 깨어나듯 팔을 쭉 펴고 기지개를 켰다. 이 방은 익숙했다.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하다. 작고 하얀 테이블과 색을 맞춘 의자. 삼단으로 된 책장. 은은하게 풍기는 따스하고 싱그러운 꽃향기. 방의 크기에 비교해 커다란 창문을 열면 계절에 맞는 식물이 가득한 정원이 펼쳐진다. 여름은 멋진 계절이다. 향기가 옅은 꽃도 자신의 향기를 한계까지 짙게 만드는 녹음은 하나가 모든 것을 조립하는 장관이다. 언젠가의 아침처럼. 창문을 열고 지평선으로 뻗은 시원한 푸른색의 향연을 바라보고 있자니 다시 오게 된 이유 같은 건 잊어버리고 말았다. 기억하고 있지 않으니 잊은 것도 없었다. 회상은 어제처럼 또렷하게 떠오르고, 스미레는 반가운 마음으로 문을 열고 정원으로 걸어 나갔다. 이처럼 아름다운 장소는 정원을 떠난 이후에도 찾기 힘들었다. 머리카락과 볼을 스치는 시원한 기운이 스민 잔잔한 바람은 걸음에 상쾌한 리듬을 돋우어준다. 그늘이 내린 곳에 앉아서 바람에 흔들리는 크고 작은 꽃을 바라보고 있자면, 시간은 항상 아쉽게 흘러간다. 문을 열자 하얀색의 계단이 나타났다. 신고 있던 코가 동그란 단화를 벗어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맨발로 걸어가도 다치지 않는 상냥한 장소였다. 누군가가 들으면 우습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흙을 밟는 감촉은 살아있는 기쁨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한 낮의 여름하늘은 뜨겁게 산란하며 식물의 빛을 감미롭게 덧칠한다. 몇 년 전 여름처럼, 해바라기와 라벤더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시야는 풍부하게 빛나고 있었다. 손으로 어루만지면 금방이라도 손에 색소가 묻어 나올것만 같았다. 커다란 여름용 모자를 쓰고 하루종일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 고요하게 맴도는 강과 늘 움직이는 바람 모양의 수풀을 바라보고 있자면 영원히 시간이 멈춘것만 같았다.



"나는 그리워서 돌아온 걸까."



속삭임처럼 작은 목소리를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잔디를 연주하는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정원의 중앙에 있는 심장과도 같은 커다란 나무로 다가가자, 넓게 드리운 그늘에 한 번도 상처 입지 않은 것 처럼 편안한 표정으로 낮잠에 빠진 유은이 보였다. 하얀 원피스 아래에 엷은 다리가 비춰 보인다. 고요하게 높낮이를 달리하는 가슴팍으로 눈이 움직였다. 규칙적인 숨소리는 풀밭을 지나는 바람소리와 비슷한 음색이었다. 



"마스터, 여기 계셨네요."



옅은 잠이었는지, 스미레의 속삭이는 목소리에 천천히 유은의 눈꺼풀이 막을 열었다. 익숙한 정적인 눈빛은 스미레를 향하다 곧 미소로 바뀌었다. 아직 설프게 졸린 얼굴로 깜빡이다 마음을 고쳐잡은듯 입을 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기는 마음이 편해져서 잠들어버렸나봐."

"그런 곳이죠? 무척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니까요."



부드러운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스민 애정이 어린 모습은 정원의 그 어떤 꽃보다도 진한 향기를 지니고 있었다. 잠에서 깬 유은은 왠지 모르게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무언가에 토라진 듯 입을 비쭉이며 주변을 휘휘 둘러보며 말했다. 들꽃이 가득한 정원은 꿈처럼 아름다웠다.



"이런 곳을 두고 어째서 날 따라온 거야? 내가 스미레라면 좀 더 이 곳을 좋아할것 같아. 집에 있는 화분을 기르는건 부족하잖아. 이렇게 멋진곳을 두고."

"네. 물론 정원은 아름다워요. 하지만 마스터는 여기서 살 수 없고, 전 마스터를 사랑하는걸요."

"정말. 나를 사랑해?"



여름의 빛을 닮은 눈동자는 그늘 아래 비추는 빛깔에 더욱 녹음의 색으로 반짝였다. 미리 짜인 대본을 말하듯 목소리가 이질적으로 차분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믿지 않는다면 사랑의 존재는 증명할 수 없었다. 얼마만큼 당신을 사랑하느냐 물으려면 이 모든걸 내어 줄 만큼. 이라고 대답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존재의 유무라면-. 한동안 대답을 찾지 못하고 망설이자 모호한 표정을 바라보던 유은이 살짝 미소지었다. 



"어려웠어? 쉬운 질문이야. 스미레가 날 사랑하느냐 물은 거잖아."

"응. 그, 그럼요. 갑자기..그런건 어째서 물으세요?"

"글쎄. 꿈이라서 그럴 거야. 이건 꿈이거든. 스미레."

"꿈...그렇구나. 그래서 다시 돌아왔구나. 마스터에게도 이 곳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뻐요."

"이상하지 않아? 꿈이라지만, 한유은이라는 사람이 너에게 이런 걸 질문하고 있잖아."

"마스터는 겁이 많으니까요. 아마도. 질문의 대답이 무서웠을거에요. 그럼 이건 마스터의 꿈인가요?"



그래. 그럴지도. 애매한 대답이 돌아왔다. 스미레는 자세를 고쳐잡고 나무에 기대앉았다. 꿈은 얼마간 깨지 않을 모양이었다. 나무에 기대어 앉아 허벅지 위에 구겨진 원피스 자락을 고쳐잡았다. 가볍게 무릎을 두드리자 잠깐 망설이더니 머리를 대고 다시 누워버린다. 어깨를 몇번 옴짝하더니 눈을 감고 편안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좋아. 어떤 걸 좋아한다는 건지 주어가 없는 감탄사에 가까운 말이었다. 그렇지만 동의하고 있기에, 스미레도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무엇이 좋은 것인지 몰라도 좋았다. 유은과 함께 해서. 편안하게 자신의 품에 누워있어서. 행복한 듯 미소짓고 있어서. 좋았다. 



"이대로 계속 함께 있는 것도 좋아요. 마스터와 함께라면 장소는 중요하지 않답니다."

"현실이 아니더라도?"

"꿈은 언젠가 깰 거에요. 하지만 저에게 마스터 이외의 현실은 없으니까요."

"나 말이야. 스미레가 다른 사람의 손을 잡는 꿈을 꿨어. 내가 아니라..너에게 손을 내민사람이 내가 아니었다면. 그런 상상."



바람이 잦아들었다. 푸른 머리카락이 기분 좋게 어깨와 목덜미를 간지럽힌다. 유은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정원에서 지내는 나날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곳엔 소중한 것이 많이 남아있었다. 다른 누군가를 만날수도 있을터였다. 물건은 누군가의 소유가 되지 않으면 버려졌다는 이름표가 붙기 마련이다. 주인은 선택할 수 없었지만 마음이 향하는 장소는 선명하게 손짓하고 있었다.



"하지만..지금은 당신만의 스미레니까요. 불안할때면, 제 손을 잡아주세요. 마스터가 그랬던 것처럼."



차가운 손 끝이 여러 갈래로 겹쳐진다. 늘 궁금했다. 사랑이란 건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 건지. 누군가를 영원히 따른다는 행동은 프로그램의 강제성 없이도 가능한 것인지. 스미레를 유지하면서 당신 속에 녹아나는 것이. 당신의 일부가 되는 것이. 이토록 행복한 일이 될 수 있는 지. 그 모든 것을 가르쳐준것이 당신이기에. 사랑의 증명은 때로 눈에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건 우리 둘이라고. 





***






긴 시간동안 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모자란것같다는 생각만 드네요..

부족한 점이나 원하시는점은 언제든지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유은이 정말 사랑해 항상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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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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