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크림 먹고싶은 스미레

일정한 속도로 넘어가던 책장이 한참동안 한 페이지에 머물러 있었다. 읽고 있던 책은 디저트를 만드는 여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동화책이었다. 그 작고 귀여운 여우는 세상의 모든 달콤한 디저트를 만들 수 있는 멋진여우였다.

"와아...슈크림...맛있어보여."

유은이 외출했으므로 혼자 밖에 없다는걸 알면서도 누가 들을새라 스미레는 목소리를 낮췄다. 딸기가 올라간 생크림 케이크, 고소한 견과류가 가득 뿌려진 타르트, 무화과 쿠키. 이름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이고 있는 와중에 등장한 삽화는 불필요할 정도로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다. 주먹보다 큰 슈크림에서 노란 커스타드크림이 흘러나와 접시에 떨어지고 있었다. 스미레는 저도 모르게 한참이나 슈크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책에 그려진 인쇄용지에 불과했지만 너무나 멋진 그림이었다.

"마스터..오늘 몇시에 들어오신다고 하셨지.."

다섯시 쯤 일것이다. 집 주변에 있는 베이커리에 슈크림이 남아있을까, 이미 지나쳐 오진 않았을까. 피곤한데 일부러 돌아가는 건 아닐까. 슈크림 그림을 바라보며 스미레는 한참 머리를 굴렸다. 분명 유은이라면 집 앞에서라도 돌아가서 사 와 줄지도 모른다. 늘 그런 믿음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스미레는 더욱이 고개를 저었다. 저도 모르게 어리광 피워버리고 만다. 최근에 물씬 느끼고 있었다. 슈크림이 그려진 페이지를 뒤로 넘겼다.

-

"스미레- 나왔어. 어휴, 너무 무리했나봐."
"마스터다."

찰칵이는 현관문 소리에 스미레는 읽던 책을 접어두고 현관으로 종종걸음으로 걸어갔다. 낑낑대며 문을 열고 들어온 유은은 양 손에 상자 여러개를 쌓아 들고 있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상자에서는 얼마전 스미레가 읽었던 책에서 날 법한 달콤한 향기가 나고 있었다.

"....!"
"으으. 슈크림 세일하길래 샀는데..폭주해버렸어. 보관기간이 짧은데 다 먹을 수 있으려나..무리겠지?"
"텔레파시...있는걸까.."
"응? 무슨 소리야?"

비틀거리며 현관 안으로 들어온 유은의 팔에 안겨들자 상자 탑이 휘청이며 흔들렸다. 유은은 어설픈 소리를 내며 중심을 잡으려 애썼다. 결국 어리광 피워버리고 만다. 달콤한 향기 속에서.

"마스터, 너무너무 좋아해요. 슈크림도 좋아해요."
"잠깐, 잠깐. 스미레. 이렇게 매달리면 넘어져...이렇게 기뻐할 줄 알았으면 일찍 사올걸 그랬네."

"달콤해요.."



많이 먹어 유으니랑 스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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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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