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캐해석이 있습니다

*타스쿠와 츠무기가 사신이라는 설정입니다.



花樣年華 (下)



유키시로 아즈마의 행동반경은 단순하다. 하루에 한번 식료품을 사는 듯한 가까운 거리. 저녁 일곱시가 되면 비로드 근처에 있는 가게로 출근. 새벽 다섯시가 되면 집으로 돌아간다. 낮동안은 잠을 잔다. 츠무기는 집중해서 읽고 있던 사건자료 종이를 내려두고 눈을 감은 채로 아즈마의 기척을 살폈다. 점이 되어 움직이지 않는다. 츠무기와 만났던 그날의 외출은 아즈마에겐 이른시간의 외출이었던 셈이다. 30년은 족히 된 신원미상의 사건자료는 너무나 허술했다. 읽으나 마나한 기본적인 사실만 적혀있었다. 점점 지겨워지는 자료들에 타스쿠는 신경이 곤두선듯 들고있던 서류종이의 마지막을 넘기더니 마주보고 앉아있던 앉은뱅이 탁자에 거칠게 내려놓았다. 마주보고 앉아있던 츠무기는 아무 반응 없이 서류를 읽었다. 타스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화요일이야."

"응. 알아."

"그자를 내일 만나기로했지."

"응. 맞아."

"그렇게 넘길일이 아니야. 아무 흔적도 찾지 못했잖아. 유키시로 아즈마가 이 결론을 듣고도 제대로 현세를 떠날수 있겠어?"

"최선을 다하기로 했잖아. 아즈마씨도 여부와 상관없이 순순히 따르겠다고."

"아직도 그런 무른소리를 하는거야? 츠무."


츠무기는 짧아진 자신의 호칭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작은 글씨를 읽느라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테이블위에 두었다. 타스쿠는 츠무기를 종종 그런 호칭으로 불렀다. 언제부터인지는, 글쎄. 시간이란 그들과는 상관없는 좌표였다. 기억의 처음부터 타스쿠는 츠무기의 곁에 있었다. 아마도 같은 장소에서 함께 죽은 것이 아닐까 예상해보고는 했지만, 사신의 전생은 극비였다. 파트너로서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츠무기는 츠무라는 호칭을 좋아했다. 물론 가끔은 낯간지럽기도 했다. 특히 잠결에 일어난 타스쿠가 무의식적으로 부를때가 그랬다. 타스쿠는 보이는 그대로의 존재였다. 타스쿠의 말에는 하나의 겉치레나 거짓은 담겨있지 않았다. 투명한 얼굴은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하는 삶의 방식이고, 츠무기는 절대로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할거라 생각했다. 함께 있으므로 매 순간 깨달아간다. 타스쿠와는 다른 종류라고. 그래서 좋아한다고.


"찾을수 있을거라 생각했다니, 그게 더 무른 소리 아닐까. 타-쨩. 영혼의 성질이 바뀔 정도의 커다란 사고가 일반 사신이 대여할 수 있을만한 자료에 있을리가 없잖아?"

"그런.."

"우리는 최선을 다하기로 했어. 조건은 그랬지. 오늘 저녁에 아즈마씨에게 전화를 해서 내일 몇시쯤이 좋을지. 예약을 잡아야겠네. 타쨩도- 바에 가는건 오랫만이니까. 그렇지?"


타스쿠는 자신을 바라보며 싱긋 웃고는 다시 동그란 모양의 안경을 끼고 자료를 읽어내려가는 츠무기를 바라보며 오래전부터 느끼던 모종의 서늘함을 다시금 느낀다. 츠키오카 츠무기는 따뜻하지 않다. 짐짓 부드러운 말투와 얼굴을 하고 있어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그의 눈에는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심해가 비춰보였고, 그림자에는 짙은 어둠이 배여있었다. 사신으로서의 성질을 띄고 있으니 그런건 종족 특성일지도 모른다. 감정이 개입하면 복잡해지는 일이다. 감정을 극한까지 줄이면서도 자신이 가꾸는 화단에 가면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츠무기가 바라는건 아마 그런 게 아닐까.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우고 메마른 땅에 물을 뿌리는 일 같은것. 


"내일 점심에 오후 첫시간 공연을 하나 볼까. 로미오와 줄리엣."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인데...예전에 본 적이 있었나."

"아니. 하지만 고전이고, 유명한 연극이래. 요즘 비극이 계속 끌려."

"어느 극단 주최이지? 아아. 거기."


연극이란 무생물이지만, 만들고 꾸미는 것은 모두 살아있는 것이기에 연극 또한 어느 정도 생명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둘의 결론이었다. 그렇기에 같은 연극을 보아도 매번이 다르고, 새로웠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올린 극단은 타스쿠와 츠무기가 좋아하는 극단 중 하나였다. 어느날 부터 망가진 극장을 고쳐 연극을 하기 시작한 작은 극단이었지만, 극단원들이 점점 늘었는지 올해 부터는 정기공연을 정기적으로 올렸다. 제일 처음에 보았던 건 붉은 머리의 앳되어보이는 한 소년이었다. 서툴지만 소년이 하는 연기는 온전한 진심이었다. 응원하는 셈 치고 관객이 없는 연극의 표를 두어개씩 더 사 준 적도 있었다. 배우도 직업인지라, 그저 일의 일환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연극을 하는 이도 이 거리엔 적지 않았다. 사무적인 태도의 연극을 보고 있자면 절로 불쾌하고, 권태감에 빠져들었다. 츠무기와 영화를 보는것도 즐겨했지만 더 생동적이고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는건 연극이었다. 타스쿠는 허리를 펴고 일어나더니 잠시 조깅을 하고 오겠다며 기지개를 폈다. 오는길에 연극표도 사오고. 가벼운 져지를 자신의 방에서 가져왔다. 


"슬슬 지겨울때가 되었지. 다녀와."

"너도 적당히 해. 어짜피 찾지 못할테니까."

"꼭 답이 있어야 문제를 푸는건 아니잖아. 응, 조심히 다녀와."


가볍게 손을 흔들어 타스쿠를 배웅한 츠무기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자신의 휴대폰을 가져와 아즈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일 약속 시간에 대한 것이었다. 아즈마는 보통 오후 다섯시는 되어야 움직임이 느껴졌다. 문자를 보낸 츠무기는 다시 서류에 눈을 돌리다 울리는 문자 알람을 읽었다.


[지금 전화 가능할까? 일하고 있던 중이라면 미안.]


답장이 금방 와서 의외였다. 츠무기는 메마른 눈을 비비며 선불휴대폰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수신음이 두어번 울리더니 아즈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츠무기. 갑자기 미안."

"아니에요. 그보다 주무시고 있을줄 알았는데."

"아아, 아직 잠에서 덜 깬 목소리야? 가다듬었는데. 부끄럽네."


아즈마의 용건은 그러했다. 수요일엔 가게에 중요한 손님이 오시기로해서 전체시간을 비울 수 밖에 없게되었다며, 가능하면 오늘 와주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평범하게 약속을 잡는 듯한 목소리였다. 사신과의 두번째 만남은 죽음으로의 안내였다. 


"지금 타스쿠가 외출중이라. 물어보고 연락드릴게요. 저는 괜찮아요."

"응. 타스쿠도 괜찮다고 했으면 좋겠네. 오늘은 예약이 그리 많지 않아서, 길게 이야기 할 수 있을거야."

"좋아요. 아마 곧 들어올거에요. 가능하다면 오후 8시가 괜찮을까요?"

"물론. 환영이야. 약도를 문자로 보내줄게."


짧은 통화를 끝내며 아즈마는 부디. 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얼마 뒤 아직 해가 지기 전까진 더웠으므로 타스쿠는 땀범벅이 된 채로 현관문에 들어섰다. 10km정도를 뛰었다고. 츠무기로서는 절대 가볍게 하지 못할 말을 던지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타스쿠는 건장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어깨나 팔이나 다리도 돌처럼 단단했다. 가끔씩 팔이나 손을 잡으면 무거웠다. 예전에 같은 침대에서 자다가 타스쿠의 다리에 배가 깔린적이 있었다. 숨이 막혀 죽을뻔 했다. 이미 죽은 몸이지만. 츠무기는 재빨리 몸을 닦고 나온 타스쿠의 벗은 몸을 슬쩍 흘겨보다 시선을 돌렸다. 


"마침 아즈마씨한테 연락이 왔어."

"어떤?"

"내일은 가게에 중요한 손님이 있다나봐. 오늘저녁이 어떠냐고 물어보더라구."

"흠. 일부러 죽을날을 앞당기는건가. 상관없지. 오히려 일찍 끝나니 이쪽에서 환영이야."

"오늘 저녁 여덟시."

"내일 연극 표 사왔어. 오후 1시 40분인데. 좀 늦출걸 그랬나. 피곤하겠어."





***




아즈마가 보내준 약도는 짧은 주소 한줄이었다. 비로드 거리에서 멀지 않은 장소이지만 확실히 달라지는 분위기로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생소한 거리 깊숙히를 가리키고 있었다. 가격대가 있는 바이지 싶어 격식을 차리는 편이 좋겠다고 말했지만 타스쿠는 그런건 딱 질색이라며 늘 입던 가벼운 티셔츠 차림이었다. 검은색의 깔끔한 와이셔츠를 입은 츠무기는 더욱 왜소해보였다. 저녁시간이 가까워져오자 사람들은 츠무기와 타스쿠를 가로질러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다 거리 끝까지 닿을듯 얇아졌다. 아즈마가 말한 주소에 다다르자 작은 네온간판에 붉은색의 꽃이 그려져 있었다. 아즈마가 가게 문 앞에 서 있었다.


"바 츠바키. 동백꽃이구나. 멋진 이름이에요."

"무리하게 고집부려서 미안. 응해줘서 고마워. 츠무기, 타스쿠."

"일찍 끝내는 편이 우리쪽에도 좋으니까."


아즈마는 어두운 조명이 은은하게 비치는 바 안으로 안내했다. 비싸보이고 이름 모를 외국의 술병이 벽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구석에서 홀로 앉은 중년 남자를 제외하고는 손님은 없었다. 신비로운 분위가 감도는 장소였다. 츠무기는 신기한 듯 작게 감탄하며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어깨선이 드러나는 티셔츠를 입은 아즈마가 유유히 자리를 권하고 얼음이 든 물을 내왔다. 이곳이야말로 그에게 어울리는 장소라고 타스쿠는 생각했다. 옅은 조명아래 아즈마의 머리색이 달빛처럼 빛나고 있었다. 


"메뉴판이야. 기본적인것만 적혀있어. 혹시 특별히 원하는게있다면, 아마도 있을테니까."

"헤에. 모르는 이름이 가득하네. 타스쿠와 저는 이자카야에서 생맥주나 시판 사케를 마시는게 다여서."

"일본주도 있어. 후후. 천천히 보고, 오늘은 내가 살테니까."

"결론이 궁금하지 않아?"

"아-. 그것말이지. 물론 궁금해. 벌써 본론으로 들어가는거야? 밤은 길어. 천천히, 즐겨보자구."


아즈마는 작은 스카치잔에 식전주로 마시기 좋을 것이라며 옅은 색의 술을 내왔다. 차가운 얼음에 닿아 달큰한 향기가 감돌았다. 어딘가 휘둘리는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은지 타스쿠는 얼굴을 살짝 구기고는 술잔을 입에 가져갔다. 적은 양의 술임에도 불구하고 입 안에서 풍부한 꽃과 깊은 밀의 향이 느껴졌다. 유쾌하게 혀를 감돌고 깔끔하게 사라지는 맛이 놀이기구를 탄 듯 즐거운 것이었다. 타스쿠는 잔을 내려놓고 작게 미소지었다. 


"...맛있어. 향기롭고."

"헤에. 다행이야. 풀어진 표정이 보기 좋아. 흐음.. 바텐더로서 가장 보람있는 순간이지."

"맛있어요. 국화향이 느껴져요. 신기하게도."

"츠무기는 꽤 높은 취향을 가지고 있는걸. 국화향을 발견하다니."

"응. 저, 꽃을 가꾸는게 취미라."

"또 시작이군. 나는 스카치 블루. 온더락으로."


아즈마와 츠무기가 끊이지 않고 꽃과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갈 동안 타스쿠는 잔을 받아들고 천천히 얼음이 녹는 것을 바라보며 길게 나열된 술병을 바라보고 있었다. 츠무기는 살고 있는 맨션의 앞 에도, 비로드에서 약간 벗어난 공터에도 화단을 가지고 있었다. 언젠가 정착하게 되면 자신만의 정원을 꾸미는게 꿈이라고 말했다. 아즈마는 자신의 꿈은 가게를 잠시 접고 빙하를 보러 가는 것이라고 했다. 길게 휴가를 내야할테니. 단골이 끊길것이 무서워 엄두도 내지 못하고있다고. 지루한 대화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아즈마가 타스쿠의 꿈은 뭐냐고 물었다. 타스쿠는 고개를 돌린채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의무도, 의향도 없었다. 참아주고 있는건 지금이 유키시로 아즈마의 마지막 한 때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타스쿠는 원래 좀 딱딱하다고 츠무기가 대신 사과했고, 아즈마는 타스쿠의 대답은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그런데, 사신도 정착할수 있는거야? 아니, 실례였네."

"으음. 어떻게 설명해야할까요. 은퇴? 아무리 영원히 산다고 해서, 영원히 일을 할 순 없으니까요."

"그렇네. 노동착취겠어. 누구에게나 휴식은 필요한 법이지."

"맞아요. 저는 아즈마씨의 일을 마지막으로 잠시 휴가를 갈까 생각중이에요."

"뭐??"


가만히 둘의 대화를 관전하고 있던 타스쿠가 츠무기의 말에 끼어들었다. 


"에. 타스쿠가 먼저 이야기 꺼냈잖아? 잠시 쉬는것도 좋겠다고."

"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였어."

"타스쿠도 유심히 보고 있었지? 그 극단의 단원모집 벽보."

"극단? 배우를 하려고? 츠무기. 정신차려. 아무리 정체를 숨긴다고 해도, 위화감은 숨길수 없어. 감이 좋은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알아챌거라고."

"그걸 숨기는게 연기 겠지. 나는 좋은 경험일거라고 생각해."

"아냐...아냐. 우선 이 건이 끝나고 보자고."

"배우라니. 멋진걸. 나도 연극은 종종 보러가는 편이야. 비로드 근처에 사니까."


아즈마는 대화에 끼어드는게 능숙했다. 타스쿠에게 차가운 얼음물을 한 잔 더 내오고는 술이 든 것이라며 생초콜릿을 내왔다. 그리고는 오후에 전화 했을때 타스쿠는 어디에 있었는지, 그런 류의 대화를 시작했다. 가볍고 편안한 대화와 높은 도수의 향기로운 술. 아즈마가 말하던 그대로였다. 자주 마시던 종류가 아닌지 츠무기는 약간의 술기운을 느꼈다. 이마를 짚으며 테이블에 턱을 괴었다. 타스쿠는 그런 츠무기의 목덜미를 주물러주었고, 츠무기는 몸이 풀어지는 듯 으으. 하는 신음을 뱉었다. 슬슬 약속의 결과를 말해줄 때가 되었다고 타스쿠가 말했다.  


"원래 만나기로한 것은 수요일이었지. 나는 수요일에 죽고싶진 않았어."

"어째서?"

"내가 어릴적 그 사건에 대해 기억하는 몇 안되는 사실이거든. 그날이 수요일이었다는것."

"그렇군. 그러나 유감이지만, 우리 선에서 알아낼 수 있는건 그다지 없었어. 네가 죽지 않은것은 죽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렇네. 고마워 해야할 일인데, 어째서 늘 궁금했는지 몰라. 츠무기도, 타스쿠도 노력해줘서 고마워."

"천만에요. 좋은 소식을 들려주지 못해 미안해요. 아즈마씨."


한 잔 더 하겠어? 아즈마는 손으로 술이 든 벽을 소개하듯 가리켰다. 츠무기는 붉게 오른 얼굴로 웃으며 손을 저었다. 뿌리 없이 부유하듯 떠오르다 잠기며 어떻게든 살아왔다. 어릴적의 기억은 끔찍한 두통을 불러일으켜 더이상 떠올리는 것을 포기했다. 유키시로 아즈마의 잠곁에는 늘 두통약과 진통제가 함께했다. 햇빛을 보면 두통을 더욱 심해졌다. 바텐더는 그런 아즈마에게 잘 맞는 일이었다. 다른 이의 삶에 눈을 가져가다보면 자신의 공허함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바의 문을 닫고 셔터를 내리면 엄청난 고독이 밀려왔다. 익숙해졌지만,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다. 츠무기와 타스쿠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서로의 고독함을 감해줄 순 없어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게 얼마나 축복인지 둘은 알고 있을까. 가슴 한켠이 찌릿하다. 


"이야기는 끝난건가?"

"그런거야? 더 좋은 술을 소개시켜 주고 싶었는데. 한번으론 족하지 않을거야. 내가 없어도 츠바키는 계속 될테니까. 종종 들러줘."

"괜찮겠어, 츠무기?" 

"응. 심장이 안정되어있어. 이대로라면 괜찮을거야."

"부디 좋은 여행이였길, 좋은 여행이길. 유키시로 아즈마."


즐거운 여행이었어. 타스쿠의 말에 아즈마는 대답했다. 매일 밤 화려한 축제였다. 빛나는 사람들 속에서 반사된 빛으로 자신도 빛나고 있었다. 아즈마의 가슴에 얹어놓았던 츠무기의 손이 점점 가슴 안으로 파고들었다. 아즈마의 모든 기억이 츠무기의 머릿속에 흘러들었다. 엄청난 굉음, 흔들림, 머리가 찢어지는 두통에 츠무기는 신음을 흘렸다. 이정도는 각오하고 있었다고. 입술을 깨물고 빠르게 진동하여 뜨거운 아즈마의 심장을 손으로 쥐었다. 그러나 곧바로 무언가를 느끼고는 전기에 감전된 듯 전율하며 아즈마에게서 떨어졌다. 


"...심장이 빠지지 않아."

"그럴리가."

"유키시로 아즈마의 수명은 이미 끝났어. 삼십년 전부터. 어째서..? 이게 어떻게..다른 경로로 이어지고 있는데, 자세한건 모르겠어."

"저번에 왔던 사신도 그런 이야길 하더라고."


그 남자는 상냥했지. 본인은 죽어도 아니라고 했지만. 후루이치 사쿄라고 했나. 아즈마의 입에서 이름이 떨어지자 마자 둘은 경악했다. 


"후루이치가 왔었다고? 미카게는 그런 말은 전혀 없었는데. 후루이치가 해결하지 못한 것을 우리가 할 수 있을 리가."

"으응. 그렇네. 너무했어요, 아즈마씨. 나름 열심히 조사했는데."

"사쿄군이 그렇게 유능한 사신이야?"

"사쿄..군? 아..하하. 그렇죠. 격이 다르니까.."


아직도 저린감이 남아있는 손을 탁탁 털어낸 츠무기가 얼떨떨하게 대답했다. 감히 사쿄씨를 친한 듯 사쿄군이라고 부르는 인간은 처음이었다. 그는 츠무기가 아는 한 가장 오래된 사신이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사신이었다. 일선에서 손을 뗀지 꽤 된 것으로 알고있었다. 물론 소문으로 들은것이라 정확한 사실은 아니었다. 타스쿠와 츠무기도 그를 직접 본 일은 한 번 뿐이었다. 


"한잔 더 하겠어? 피곤할 때는 북돋아주는 따뜻한 와인이지. 잠시만 기다려, 금방 데워 올테니."


유유히 보라색 커튼 뒤로 아즈마가 사라졌다. 


"이제 어떻게하지? 사쿄씨에게 보고 해야할까. 아니, 이미 알고 있는 것같지만."

"인간에게 놀아나다니. 정말 쉴때가 된 걸지도."

"타스쿠도 찬성하는거야?"


타스쿠는 대답하지 못한 자신의 꿈에 대해 떠올렸다. 츠무기와 함께 잠시라도 다른 삶을 살아보면, 츠무기가 언젠가 기억의 처음처럼 웃는 때가 오지 않을까. 아마 츠쿠기도 기억하고 있지 않을 아주 오래된 어느날처럼. 기울여진 꿈과 술잔을 기울이며 타스쿠는 술기운이 올랐는지 가볍게 웃으며 어깨에 기대는 츠무기의 참지 못할 가벼움을 느꼈다. 손에 잡고 있지 않으면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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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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