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WORD 가터벨트 욕구불만 자극적인 

가터벨트를 못썼네요.



※개인적인 캐해석이 있습니다.




심해의 수면욕




호마레는 며칠 동안 방에 틀여박혀 책상에 앉아서 글을 썼다. 마감기한이 가까워져 오는 글이 두개라던가. 세개 라던가. 답지않게 난색을 표하며 저녁연습에도 빠졌다. 하늘이 내린 천재라는 자기 입으로 말하기 부끄러운 타이틀을 말끝마다 붙이고 다니며 즉흥시를 머릿속에 가득히 넣고다니며 자판기처럼, 동전을 넣지않아도 그날의 시구를 읊고 다니는 그의 평소 모습을 생각하면 조금 의외인 일이었다. 먹는것도, 자는 것도 소홀히 한 채 오직 책상에 놓인 원고지와 습작을 적던 이면지에 무언가를 써내려갔다. 이즈미가 한번, 츠무기와 아즈마가 한번씩 방에 들러 호마레의 동태를 살피고 갔다. 그와 더불어 히소카의 상태도 살폈다. 평소라면 히소카의 생활 전반을 케어하는 것이 호마레였다. 그런 그가 며칠 째 집필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양 쪽 다 걱정거리였다. 히소카는 호마레의 철야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히소카만의 수면생활에 몰두하고 있었다. 츠무기와 타스쿠가 일부러 데리러오는 아침과 오후 연습에 참가하고 나면 하루는 산책, 하루는 정원에서 낮잠, 하루는 방에 틀여박혀 나오지 않았다. 며칠간 호마레와 한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는것을 히소카는 얼핏 잠에서 깨 문득 느꼈다. 그것이 중요한 일이냐면 그렇지도 않았다. 히소카는 시끄러운것에는 죽어도 익숙해 질수 없었다. 평온한 강처럼 조용한 시간에도 머릿속은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으므로. 머릿속에 울리는 소리들과 바깥의 소리가 겹쳐 공명하기 시작하면 가끔은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그걸 피하기 가장 편한 방법은 수면이었다. 저녁 연습을 마치고 곧장 방으로 돌아온 히소카는 여전히 장식물처럼 곧은 자세로 책상에 앉아있는 호마레를 슬쩍 흘겨보고는 자신의 침대로 올라가 잠에 들었다. 꿈은 종종 꾸었다. 옛 기억의 파편인듯한 알 수 없는 몇몇 장면이 지나가기도하고, 마쉬멜로우를 잔뜩 먹는 꿈을 꾼 적도 있었다. 만카이에서의 생활은 즐거웠지만 단순한 편이었다. 그다지 기억에 남을 만큼 선명한 순간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첫 공연을 마쳤을때. 온천여행을 갔을때. 그리고 또...의식이 서서히 맑아졌다. 


"으음..."

"어라. 히소카군. 불을 끄지 않아서 잠에서 깼다는건 아니겠지? 평소엔 불이 켜져있던, 꺼져있던 잘 자니까 말이야."

"별로. 그런것 때문에 일어난건 아니야."


호마레가 창문가에 서있었다. 애용하는 머그컵에는 따뜻한 홍차가 담겨있을터였다. 무거운 머리를 휘휘 저어 꿈의 연기를 흩어낸 히소카가 멍하니 눈을 껌뻑였다. 마치 며칠동안이나 잠을 자다 일어난 듯한 이상한 착각이 들었다. 뻑뻑한 손을 몇번 쥐었다 폈다. 천천히 활동을 시작하는 심장의 고동이 빨라짐을 느낀다. 귓가를 쿵쿵. 어떤 생각이 떠오르려다 한꺼번에 통로를 지나가지 못하고 막혀버린다. 히소카는 눈을 반쯤 뜨고 호마레가 선 창문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편한 실크잠옷을 입고있었다. 다소 지쳐보이는 모습으로. 손에는 아직 지우지 않은 잉크자국이 남아있었다. 히소카는 자신의 기분을 설명할 가장 올바른 단어를 찾지 못하고 머릿속에서 떠오른 가장 상위의 질문을 던졌다. 


"나는 살아 있는게 맞을까?"

"호오. 다분히 심도 깊은 질문이군. 히소카군의 입에서 나온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야."

"답은?"

"당연히, 살아있다네. 그렇지 않으면 마시멜로우의 맛도 모를테니."

"...."

"만족한 대답이 아닌가? 흐음. 내 아무리 천재적인 시인이라 하더라도, 며칠동안 밤을 꼬박 새고나면 두뇌회전이 느리기 마련이라네."


며칠간 자신을 잡고 놔주지않던 문장과 사투를 마친 호마레는 자신의 이런 기분을 히소카에게 설명해도 문학적 두뇌라고는 좋게 말해도 마쉬멜로우 봉투에 적힌 캐치프라이즈에서 멈춰있을 그에겐 어려운 것이라 생각했다. 모두가 문학을 이해하진 않는다. 그것 또한 숙련과 연습이 필요한 일이었다. 언젠가는 온점 하나가 호마레를 잡고 놔주지 않을때도 있었다. 누가 그것을 이해하겠는가. 이해를 원하는 것이 오만이며 객기이다. 호마레는 짐짓 진지한 표정인 히소카에게 슬쩍 미소지었다. 며칠 식펜과 종이의 전쟁터에서 싸우다 온 병사의 기분으로. 완벽히 만족할 만한 것은 찾지 못했다. 발굴이자 발견이자 마법과도 같은 일이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메일때 호마레는 버릇처럼 잠든 히소카의 얼굴을 바라보곤했다. 분명 그도 무언가와 싸울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식욕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어떤 기본적인 욕망보다 상위의 것이면서도 무거운 질량을 가지고 있다. 


"히소카군.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고싶네. 촉매."

"촉매? 들어본적 없는 한자야."

"본인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이를 격정적으로 변하게 하는 존재라네."

"그게 왜?"

"요즘 히소카군에게 느끼는 나의 감정이 그렇다네."


호마레는 자신의 글에 대부분 만족하는 편이었다. 항상 본인의 최고를 쓰고있다고 자부했다. 연극을 시작함에 따라 예술적인 새로운 자극을 예전보다 많은 곳에서 느꼈다. 나쁘지 않았다. 주변에서 보고 느끼는 모든것들을 머릿속의 언어로 치환하여 글로 표현하는 것이 호마레의 일이었다. 직업이라기 보다는 사명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름 난 작가에겐 뮤즈란 것이 있었다. 


"아리스를 격정적으로 변하게 하고있어..? 나?"

"그런 이상한 표정으로 보는건 왜이지? 의미를 착각한건가. 긍정적인 의미라네. 나같은 대 시인의 영감이 된다는건 자랑할만한 일이지."

"흐응...."


히소카는 소리없이 이불을 발로 밀어내고 침대의 사다리에서 내려왔다. 고양이처럼 미끄러지듯이. 고체와 액체 사이의 무엇인듯이. 물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호마레는 세가지 정도의 수사어구를 떠올렸다. 그 중에서 히소카에게 완벽하게 어울리는 것은 찾지 못한채로. 다가오는 히소카와 시선을 이어온다. 아무래도 히소카는 알지 못하고 있겠지만, 그의 모습은 퍽 몽환적이었다. 호마레의 꿈은 흑백이었다. 히소카를 보고있자면, 꿈에서 본 듯한 데자뷰를 느낀다. 자극의 일종이다. 비현실 적인 감각.


"혼자만 얻는건 치사하잖아."

"그런..의미가 아니다만?"

"나에게도 줘. 촉매."

"마쉬멜로우?"

"그것보다 더 소중한것."


히소카와의 대화는 함축적이다. 이렇다할 설명을 길게 늘여놓는 성격이 아닐뿐더러, 이해시키려 노력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소중한 것? 호마레는 히소카의 말을 번복했다. 히소카에게 마쉬멜로우보다 소중한 것이라. 솔직히 말해서 금방 떠오르지 않았다. 필요이상으로 몸을 붙여오는 히소카가 귀를 호마레의 가슴위에 가져갔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다른 음으로 들려온다. 텅 빈 귓가를 채우는 심장소리가 빨라지고 있었다. 히소카는 종종, 호마레를 머리부터 발 끝까지 삼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이 떠오른 경위나 원인은 모를것이다. 다만, 삼켜보고나면 무언가 채워지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바람이 있었다. 뱃속의 허기보다, 밀려오는 잠보다 더 깊고 깊은 자신안의 우물을 아리스가와 호마레란 입자로 모두 채워버린다면. 


"어째서 웃는거지? 이유를 알 수 없어..히소카군."

"이유는 없어. 나도 몰라."

"잠에서 덜 깬것이라던지? 아니, 잠깐..갑자기..?"


머리보다 몸이 더 앞선 행동이었다. 호마레의 손에 들려있던 머그컵을 잡아 창문가에 내려놓고 그대로 검지를 따라 핥았다. 호마레가 쓰는 검은 잉크는 쓴맛이 난다. 혀가 찌그러들 정도였다. 단것을 좋아하는 만큼 쓴 맛에 민감했다. 히소카는 반사적으로 눈을 찌푸렸다. 그러나 한번 입에 넣은 손가락은 막대사탕이라도 되는 마냥 입에 넣고 굴렸다. 호마레는 정말 알 수 없다는 미묘한 간지러움에 얼굴을 살짝 찌푸리다가, 히소카를 어떻게든 말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남은 손으로 히소카의 이마를 톡. 건드렸다. 어째서? 라는 얼굴로 손가락을 뱉은 히소카의 침이 방울져 떨어졌다. 잠버릇치곤 고약하군. 호마레는 가만히 멈춰선 히소카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져갔다. 


"이어져 있단걸 느끼고 싶은것일지도. 오늘은 같은 침대에서 자는게 어떨까-.하는데. 히소카군의 생각은?"

"상관없어. 아리스가 시끄럽게 하지만 않으면."

"자는 동안 잠꼬대를 하지 않는 이상은 괜찮지 않은가. 어디..며칠 잠을 못잤더니 슬슬 어지러워지고있군."

"같은 곳에서 잠을 자면 같은 꿈을 꿀까?"

"글쎄, 어떤지. 한번 해보는게 좋겠군."


발을 떼자 약간의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피로와 긴장이 서로 줄다리기를 하다 늘어난 고무줄 처럼 두가지를 동시에 발산하고 있었다. 히소카는 이마를 짚은 호마레의 손을 잡고 사다리에 먼저올라 침대 위에 몸을 말고 앉았다. 누워야지. 히소카군. 호마레의 지친 목소리에도 자신의 침대에 누워있는 호마레의 이마에 손가락 하나를 지긋이 눌렀다. 먼저 가 있어. 따라 갈테니까. 나지막한 히소카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호마레는 깊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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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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