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캐해석이 있습니다.

※초회 공연 캐릭터들의 크로스 오버 입니다.

 

 

heart trigger

 

 

 

쥴리어스가 감쪽같이 사라진 지 두 달이 지났다. 명예와 가문의 번영 대신 우정을 택한다는 소설과도 같은 이야기가 현실에 펼쳐졌지만, 쥴리어스를 알고 지내던 이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쥴리어스는 무엇보다 순수하고 맹목적인 사람이었으므로 자신이 믿는 길을 그대로 따라간 것이다. 캐퓰릿가는 쥴리어스라는 사람 보다는 쥴리어스의 위치와 이름이 든 상자를 잃어버린 것에 더 통탄했다. 가문을 이을 자를 잃어버렸으니, 성 내는 혼란으로 가득했다. 말썽 한번 피우지 않고 올바르게 자란 쥴리어스가 이렇게 한 순간 사라질 것이라고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는 소문이 정설처럼 퍼져나갔다. 그를 어릴때 부터 옆에서 지켜온 티볼트는 쥴리어스가 대견스러우면서도 어째서 자신에게도 말 한마디 없이 가버린건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섭섭함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적인 감상은 그러했지만, 가문에 속한 자로서 쥴리어스를 찾는 것에 매진하는 척이라도 해야만 했다. 가문의 영주는 얼마를 들이든, 무슨 방법을 써서든 쥴리어스의 소재를 알아오라는 엄명을 내렸다. 아무 성과없이 성으로 돌아가면 아마 죽은 목숨이겠지.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로미오를 보내 주고만 반역자라는 이름을 쓰고서. 티볼트는 며칠을 달려 기묘한 분위기의 슬럼에 도착했다.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해결 해준다는 마피아가 장악한 도시였다. 외곽은 고철과 커다란 폐건물로 쌓인 장벽이 높게 서있었다. 뜨거운 지열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구역질나는 썩는 냄새가 섞여 있었다. 티볼트는 신발을 더럽힐 각오를 다잡으며 거리로 들어섰다.

 

"끔찍하군.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산다니."
"어엉-? 넌 뭐야? 잘생긴 도련님이 여긴 왠 일로 행차하셨대?"

 

더러운 때가 묻은 얼굴을 한 부랑자가 손에 든 주머니 칼을 대놓고 만지며 티볼트에게 다가왔다. 이런 곳에 오면서 아무 준비를 하지 않고 온 것은 아니였다. 티볼트 또한 허리에 차고 있던 단도에 손을 가져갔다. 고급스러운 장식이 된 단도에 더러운 이의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았지만. 냄새나는 검은 이빨에서 저열한 농담들이 오갔다. 어디선가 비슷한 패거리들이 구더기처럼 스멀스멀 기어나와 티볼트를 에워싸는 대형으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돈이 필요한건가?"
"하하! 우리가 그렇게 거지처럼 보였나? 이 거리에 들어오면 인사 드려야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같이 가자 이말이지. 네 주머니에서 나올 푼돈은 필요없다구."
"어느 가문인진 몰라도, 네 머리를 참수해서 걸어버린다고 하면 얼마나 나오려나?"
"뭣..?"

 

티볼트 또한 가문의 아래에서 나고 자란 자이기 때문에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은 죽는 것 보다 모욕적이었다. 천하의 캐퓰릿가의 사람이 시정잡배에게 협박당하다니, 티볼트는 더 이상의 모욕은 참을 수 없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무리 버릇을 들여보려 해도 체질에 맞지 않지만 자신을 이리 욕보인 자라면 기꺼이 더러운 피를 뒤집어쓰는 것도 감수할 수 있었다.

 

"얌전히 보스에게 가자...어억.."
"얌전한 도련님? 사람 잘 못 봤어. 나도 도련님을 잃어버리고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라."
"뭐-. 뭐야. 이 새끼가??!!!"
"끽 소리 못하고 죽고 싶으면 가까이 오지 그래. 지금 머리끝까지 화가나서, 누구라도 죽여야 속이 시원하겠어."

 

정확히 경동맥을 한번 푹 찌르고 나온 단도에 묻은 선혈을 손으로 닦아낸 티볼트가 다시 단도를 손에 단단히 쥐었다. 어렸을 적 겪었던 가문간의 전쟁에 비하면, 이런건 아이들 장난에 불과하다. 세상 사람들은 고귀한 척 하며 부와 명예는 더러운 가치에 속한다 여기지만 명예는 무엇보다 고결하고 높은 가치이다. 이름을 더럽힌 기사는 눈 앞에 있는 시정잡배와 다를 바가 없다. 칼을 쥐는 자들은 더욱이 명예를 중요시 여겨야만 했다. 거친 숨소리 사이에서 날 선 긴장감과 침묵이 이어졌다.

 

"그만하지 그래. 여긴 내 구역이야."
"보...보스???? 여기까진 왜?"
"내가 언제 너희들의 보스였지? 겨우 목숨만 건져줬더니, 다시 죽고싶은건가?"
"아, 아닙니다!! 가자!!"

 

패거리들이 골목 뒤로 우루루 사라지더니 어느새 티볼트와 한 남자만이 남았다. 그는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맞춤 정장을 빼입은 자였다. 한 손에는 고급스러워보이는 지팡이를 짚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미세하게 오른 다리를 절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서 배어나오는 흉흉한 기운을 감할 요소는 아니었다. 그는 충분히 강하고, 위험해 보였다. 티볼트는 손에 쥔 단도로는 그 남자를 위협할 수 없다는 것을 체감했다. 남자가 한 발짝 다가오자 저도 모르게 당황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남자는 작게 조소했다. 방금 사람을 죽인 사람 치고는 적은 기백이 아닌가. 자세히 보니 칼을 든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사람을 죽여본 적은 있으나, 최근에 죽여본 경험이 없는 듯 하다. 살인 후에 밀려오는 강렬한 아드레날린과 죄악감을 머리부터 발 끝까지 뒤집어 쓰고서 비에 젖은 아기고양이 처럼 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척 보아도 고귀한 가문의 기사처럼 보이는 자가 어째서 무법지대인 이 곳 까지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무슨 좋은 꼴을 보려고 이 곳 까지 스스로 들어온거지? 그것도 혼자서."
"볼일이 있으니까. 돈만 주면 뭐든지 해준다는 마피아가 있다고 해서."
"호오. 우리 패밀리의 명성이 먼 곳까지 닿아있나 보군."
"당신이야? 비용만 지불하면 뭐든지 해주는 마피아."
"그렇다면. 가문의 번견이 더러운 손까지 빌릴 일이란게 어떤 것인지 기대되는데."
"사람을 찾고있어. 비밀리에 해야하는 일이야."

 

사람을 찾는 것은 심부름 회사에나 알아보지 그래. 마피아는 관심 없는 듯 고개를 돌리고 유유히 뒤 돌아 걸어갔다. 지팡이를 쥔 다리가 들썩이며 불안한 걸음이었다. 티볼트는 남자를 따라 넘어질 듯 허겁지겁 뛰어갔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빈 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불안하고 흔들거리는 걸음은 어딘가 불안하고 위험한 기운을 안고 있었다. 티볼트는 마피아를 따라 걸으면서 계속해서 말했다. 남자를 찾고 있다고. 마피아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패거리가 모여있는 커다란 건물로 향했다. 마피아가 들어서자 왁자지껄했던 건물 안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티볼트는 유유히 방으로 향하는 마피아의 뒤에서 소리쳤다.

 

"여기까지 데려 왔다는 것은 내 의뢰를 받아들이겠다는 건가?"
"요즘 의뢰가 줄어서, 이것 저것 가릴 때가 아니긴 하지. 대신, 지불은 돈 대신 다른 것으로 받겠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물론이지. 나는 네가 갖고싶어. 네가 카포네 패밀리에 들어온다는 조건으로 의뢰를 받아들이지."
"...그런 말도 안되는.."
"어째서 말이 되지않지? 가문을 벗어난 부랑 기사가 마피아가 되는 것은 흔한 일이야. 네가 네입으로 쥴리어스 캐플릿을 찾지 못한다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

 

마피아의 논리는 틀린 것이 없었다. 하지만 티볼트는 죽고싶지도, 마피아의 부하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쥴리어스와 검을 나누던 그 날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함께 가문을 세우자던 어릴 적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는 열망만이 가득했다. 양 주먹을 쥐고 분한 듯 마피아를 노려보았지만, 그는 꿈쩍도 없이 여유롭게 고급스러운 장식이 된 의자에 앉아 만년필을 잡고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마피아에게 가장 중요한건 돈 아니었나? 비용이라면 얼마든지 지불 할 수 있다만."
"돈보다 중요한게 있다네, 어린 기사여."

 

카포네는 뒷골목에서 나고 생존하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았다.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돈은 그에게 있어서 가장 큰 가치였다. 사람을 다루는 방법을 알고 나서 부터는 돈을 모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귀족은 썩어 문들어져 본인의 부와 명예에만 눈이 멀어버리고, 뒷 골목을 장악한 쓰레기들은 서로를 죽이고 죽여 골수를 빨아먹는 것에 치중한 혼란스러운 시대에 저토록 진실된 눈을 가진 이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드문 일인지 여러 인간 군상을 경험한 카포네는 실감하고 있었다. 그에겐 귀족과 뒷골목의 시정 잡배는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래도..나는. 지금은 너의 밑에 들어갈 수 없어. 쥴리어스와 가문을 바로 세우기로 맹세했어."
"시시한 목표에 기사의 맹세를 하였군. 그럼 너와의 약속은 상충하는 셈이다. 지금 쯤이면 아마 쥴리어스 캐플릿은 영지로 돌아가고 있을 테니."
"그걸 어떻게 증명하지? 마피아의 말은 믿지 않아."
"까다롭군. 신중하고. 하지만 그런 고객을 한 두번 상대하는 것이 아니다."

 

카포네가 손가락을 딱, 마주치자 영접실 안으로 들어온 정장을 빼 입은 남자가 티볼트를 흘겨보며 들어오더니 카포네가 앉아있던 커다란 책상 위에 가슴 주머니에서 꺼낸 편지를 올려두었다. 남자는 말쑥한 정장을 입었으나 역시 위험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패밀리에서 어느 정도 위치가 있는 자인 듯 했다.

 

"읽어보게나. 댓가를 바라는 이상 의뢰는 완벽하게. 그것이 카포네 패밀리다."

[미안해, 티볼트. 나의 신의높은 친구여.]

익숙한 쥴리어스의 필적이었다. 한 문장의 짧은 글 밑에는 쥴리어스의 풀네임이 필기체로 적혀있었다. 티볼트는 작은 종이를 접어 손에 쥐고 가슴에 손을 모았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약속만 남았군. 나의 발에 맹세의 키스를 하고 이 문서에 서명하도록. 3년의 시간을 주겠다. 작은 가문을 세우는 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지."
"3년."

 

티볼트가 복창했다. 덫에 걸린 사냥감이 버둥거리기를 멈추기를 기다리던 사냥꾼은 냉정하게 기회를 엿 보고 있었다. 쥴리어스 캐플릿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생전 영지를 벗어 난 적이 없는 도련님을 찾는 것 보다, 그가 먼저 죽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앞 설 정도였다. 티볼트가 슬럼으로 들어선 순간부터 카포네는 그를 눈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에 대한 정보는 어느정도 들어 알고 있던 바였다. 캐플릿 가가 비록 작은 귀족 가라 하더라도 오래된 가문이 가진 명예와 부는 무시할 수 없다. 적당히 가지고 놀며 돈이나 뜯어낼 작정으로 말단 부하들을 시켜 일부러 시비에 붙게했다. 마피아의 방식은 그런 식이었다. 그러나 티볼트가 망설임 없이 부하의 목을 긋는 것을 바라보던 카포네는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말았다. 귀족의 티를 벗기 힘든 준수한 얼굴로 저토록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우아한 몸짓을 누가 살인이라 생각 하겠는가. 오히려 왈츠에 가까운 몸짓이였다.

 

"너무나 후한 거래지 않은가? 목숨도 살리고, 가문을 일으킬 시간도 주었고."
"...."
"설마하니 도망갈 생각은 관두는게 좋아. 마피아의 약속을 어기고선 곱게 죽진 못할테니까."

 

카포네가 의자에서 일어나 장식된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티볼트의 앞으로 걸어나왔다. 영접실 밖에는 카포네의 부하들이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사로서의 명예를 지키는 것 보다 쥴리어스와의 약속이 더 중요하다. 어떻게 해서든 이 곳에서 살아 나가야만 했다. 티볼트는 허리춤에 찬 검집을 풀어 바닥에 떨어뜨렸다. 무거운 소리를 내는 분신과도 같은 검집을 카포네가 지팡이로 가볍게 바깥으로 밀어냈다.

 

"마음 같아서는 손가락이라도 하나 받고 싶었지만, 검사에게 가혹한 일이지."
"3년간은 날 가만히 내버려둬. 가문을 세우고 나면 시간이 남아도 이곳으로 돌아올테니."
"충직한 기사로군. 마음에 들어."

 

티볼트는 어린 날 쥴리어스에게 했던 맹세의 날 처럼 몸을 숙이고 무릎을 꿇어 마피아의 가죽구두 발에 키스했다. 생각했던것 보다는 적은 모욕감이 밀려왔다. 다만 숨길 수 없는 자괴감이 온 몸을 난도질했다. 쥴리어스를 다시 볼 면목이 서지 않았다. 몸을 일으킨 티볼트는 고개를 숙였으나 카포네가 혀를 차며 지팡이로 그의 턱을 들어올렸다. 잔뜩 살의가 가득한 티볼트의 진한 루비색 눈동자는 그가 가진 어떤 콜렉션 보다 진귀한 것이었다. 3년 뒤가 기다려졌다. 아직은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신실하기만 한 기사가, 얼마나 멋진 사내로 자라서 품에 들어올지. 

 

마피아는 기분 좋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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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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