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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15.09.09 [관계로그] my little apple mint

잡글

스미레 로그 2015. 11. 1. 15:35

우울한 연성 

키워드는 고백, 자국


유은스미로..?


언어에도 흔적이 남는다. 형이상학적이라던지. 그런 류의 감성적인 논리가 아니더라도. 한유은은 종종 자신이 유리잔과 같다고 생각했다. 골동품 시장에서 운좋게 발견 된 잔흔적이 남은 유리잔 처럼. 그것은 부드러운 천에 닦여지고 아름다운 장식장에 놓이게 되었다. 유리잔의 출처를 모르는 이들은 장식장과 그 훌륭함에 스스로, 아름답고야 말겠다는 암시를 걸었다. 거울 앞에서 한유은은 부끄러웠다. 그녀는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에 담긴 덧없음에 대해 싫증난 참이었다. 예쁘다던가. 빛난다던가. 환멸이라면. 그것은 자신에 대한 환멸이었음이 분명했다. 잔인하게도 환멸따위에 그녀의 숨이 멈춘다던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손목의 자국을 숨기지도, 밝히지도 않은채로 아스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미적지근해도 시간은 착실히 흘러간다. 그녀가 감정의 이름을 사랑이라 정의한 그녀의 보컬로이드는 침묵했다. 필요이상의 말은 사치인 마냥. 렌즈가 원반처럼 돌아가는 푸른색의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스미레의 존재에 대해서 의식하지 않을때에도 아마도 푸른색의 시선 끝에는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일방적인 관계에 대해서 즐기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손을 놓으면 걷지 못하는 걸음마를 뗀 아이처럼. 붉은 선이 그인 손목을 숨기며 그녀는 원고를 하던 작업실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상한 상념에 가벼운 집중력이 연기처럼 사라졌으니, 이런 때에 글을 쓰면 그것은 다음날 분명히 지우고 마는 것이다.


"....."


그녀는 스미레가 생기기 전까지는 1인용 쇼파만을 거실에 두고 있었다. 보컬로이드 답지 않게 책을 읽는 스미레를 위해 비슷한 크기의 쇼파를 통신판매에서 구매했다. 스미레는 커다랗고 푹신한 쇼파를 마음에 들어했고, 하루의 대부분을 쇼파에 앉아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었다. 햇빛이 들어오는 창 앞에 놓인 쇼파에서 빛나는 스미레의 머리카락은 소리없는 연주곡처럼 물결쳤다. 그녀는 조용히 그 모습을 관찰하기도 했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손가락으로 건조한 책을 넘기는 장면은 정물화처럼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녀가 거실로 나오면 책장을 넘기던 손길은 멈추고 굳게 닫혀있던 붉은 입술은 열리리라. 그녀는 일련의 장면을 예상하며 천천히 거실로 향했지만 거실의 쇼파는 비어있었다. 


"스미레?"


의미없는 부름이었다. 그녀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텅 빈 거실 뿐이었다. 스미레가 말 없이 자리를 비웠던 적이 있었던가. 물론 없었다. 오히려 가까운 가게를 갈때에도 꼬박꼬박 그녀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렸다. 




못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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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에는 빛이 들지 않는다. 방을 소개했던 집 주인은 그것을 조용하고 가격에 비해 값싼 이 집의 유일한 단점 이라고 했다. 낮에도 어두컴컴한 집 안에는 가구가 들지 않아 음산한 기운이 물씬 풍겼고, 그것은 집을 소개받은 여자에게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느껴졌다. 여자는 있으나 마나 한 창가에 서 맞은 편 건물의 회백색 벽을 바라보더니,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뒷골목의 거리에는 종종 술 취한 노숙자나 창녀들이 희미하게 깜빡이는 가로등 아래에 쓰러져 있곤 했으며, 지울 수 없이 퀴퀴한 냄새가 벽지에 스며들어 있었다. 이 거리에서 살기로 결심한 자라면 그 정도는 기본적으로 감안 하고 있으리라. 집주인은 세세한 설명은 생략한 채 낡지만 쓸 만하다는 가구를 제공 하겠다고 남은 조건을 제시했다.

 

"이 집으로 할게요. 저는 프리랜서라 집에서 일할 때 방해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렇다면 이 집이 딱이죠. 혼자 쓰기엔 좀 넓지만, 뭐 그건 아가씨 마음이고."

 

, 혼자가 아니에요. 여자는 싱긋 웃더니 손에 든 장지갑에서 수표책을 꺼내 서명했다. 젊은 나이에 꽤나 돈이 있는 여자인가보군. 수표를 받아든 집주인은 주머니 속에 접혀있던 봉투를 꺼내 계약서를 내밀었다. 여자는 꼼꼼히 훑어보는 듯 하더니 역시 정갈한 필기체로 이름을 서명했다. 유은-. 동양계 혼혈인지, 혹은 이민자 인지. 눈썰미가 없는 남자로서는 검은 머리칼과 녹빛 눈동자가 아시아의 혈통이란 것 이외의 판단은 불가능했다. 누가 집에 살던, 돈만 착실히 낸다면 남자에게 그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기도 했다. 썩히고 있던 방을 내 주게 되어 흡족한 목소리로, 남자는 계약서 한 장을 주머니에 구겨 넣고 손을 흔들었다.

 

여자는 혼자 남아 커다란 거실과, 작업실로 쓸 작은 방을 살펴 본 뒤에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아침부터 이삿짐과 함께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아이-라고 지칭하지만 겉보기엔 그녀와 다를 바 없는-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받는 목소리가 밝게 울려 퍼졌다. 몇 년간 살고 있었던 집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게 된 이후로 그녀는 의기소침한 모습이었다. 아직 흡혈본능을 조절하기 힘든 아이는 더럽다고 몇 번이고 교육했던 길가에 쓰러진 노숙자를 물어오곤 했다. 작은 체구와 달리 왕성한 식욕으로 혼자서는 흡혈 량을 버틸 수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권속에게는 마스터의 피가 가장 절대적이고 효율적인 혈액이었다. 그녀는 목의 상처를 은근히 검은 쵸커로 가리고 있었다. 흉터는 지워질 날이 없었다.

 

"있잖아, 집구했어. 여기가 어디냐 하면-. 응응. 혼자 올 수 있겠어? 지하철 타고 오면 되는데, 짐은 내가 센터에 전화해서 옮길 테니까 너는 몸만 오면 되구."

"으응. 갈 수 있어요. 기다려 주세요, 마스터."

 

짐이라고 해 봤자 옷과 책이 든 상자 몇 개와 pc, 기본적인 살림도구가 끝이었다. 긴 세월을 살면 생활은 간소하고 단조로워 지기 마련이었다. 존재를 들키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면 더욱 그랬다. 그녀는 한 집에서 10년 이상을 지내왔건만, 이번 집에서 살게 된 지 4년 만에 집에서 시체가 발견된 덕분에 서둘러 이사를 계획 했다. 더러운 노숙자의 피를 빤 아이는 며칠을 열로 끙끙 앓기까지 했다. 배가 너무 고팠는데, 집엔 아무도 없었다. 저장해놓은 혈액 팩을 모두 해치우고도 갈증이 멈추지 않았다고 울먹이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런 것쯤은 아무 문제도 아니라고 고열로 끓는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

 

"마스터, 저 왔어요. 새 집.."

"일찍 왔네. 스미레. 예전 집 보다 넓고 더 좋아 보여. 그렇지 않아?"

 

하얀 원피스를 입은 스미레는 파란 머리칼과 대조되는 붉은 눈동자를 반짝였다. 조심스럽지 못하게, 렌즈 끼는 것을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가라앉은 분위기의 집을 둘러보더니 마음에 든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외출을 잘 하지 않는 그녀에게 있어 집의 구성은 중요한 것이었다. 유은이 원고를 작성하기 위해 작업실에 틀어박히면 집안일을 하고, 사 놓은 책을 읽거나, 노래를 듣거나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가를 구경하는 것이 그녀의 일과였다. 스미레에게 바깥세상은 먹음직스러운 뷔페나 다름없었다. 목구멍을 간질이는 자극적인 갈증이 자신을 지배하는 것이 무서웠기 때문에, 그녀는 스스로 행동구역에 족쇄를 걸었다. 안전한 피의 주인의 곁을 선택한것이다.

 

"오늘 밥 먹었어? 아직 안 먹은 건 아니지?"

 

저녁인데 말이야. 유은은 불안한 기색으로 방을 둘러보던 스미레를 불러 세웠다. 어깨가 움찍 하더니 천천히 돌아보는 스미레는 난처한 얼굴이었다. 입을 열자 날카로운 송곳니가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그 정도로 숨기기 힘든 것이었다. 갈증은. 혼자서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그녀가 얼마나 참고 참았을지 자세히 바라본 입술 아래가 잘근히 씹혀 부드러운 입술에 피딱지가 앉아있었다.

 

", 그게...아직.."

"왜 그랬어? 냉장고에 넣어 두고 왔는데. 맙소사...안 들고 왔지?"

"죄송해요..마스터가 돌아오면 같이 먹으려고, 기다렸는데..."

"세 개 가지고 너랑 나랑 나눠먹겠다고..아냐. 괜찮으니까, 이리와."

 

유은은 가방 속 남은 철분제의 개수를 머릿속으로 세보았다. 이삿짐센터에서 짐이 도착할 시간과 다른 사람이 집에 들이닥칠 경우의 수를 따지다 붉은 핏빛으로 일렁이는 스미레의 눈을 보자 그런 건 따져봤자 소용없는 일이란 것을 깨달았다.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지만, 달콤한 솜사탕을 앞에 둔 아이처럼 입안에 고이는 침을 삼켰다. 고양이에 할퀸 듯한 자국이 남은 손으로 새하얀 스미레의 볼을 만지며 그녀는 일어나 어깨에 얼굴을 품었다. 그녀에게도 달콤한 꽃향기가 그득히 풍겼다. 이름을 닮은 향기가 스미레에게서는 났다.

 

"스미레, 있잖아. 힘들다는 건 알겠지만...어느 정도만 하고 떼자. ?"

"네에. 노력해 볼게요. 기대는 하지 마세요..따악, 한입만.."

 

. 유은은 작은 신음을 내뱉었다. 어깨를 깊게 파고든 송곳니를 타고 피 한줄기가 쇄골에 흘러내렸다. 넘어가는 스미레의 목에서 꿀꺽이는 소리가 욕망스럽게 들렸다.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하자 유은은 살며시 스미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만하자, 아가. 그런 의미였지만, 코를 박고 하루 동안 괴롭히던 열기를 충족하던 스미레에게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머리칼에 닿을 힘까지 빠지자 그녀는 축 처지는 양팔로 스미레를 끌어안았다. 못 살겠어, 정말. 이러다 빈혈로 죽는 첫 번째 뱀파이어가 될지도 몰라.

 

"야아...적당히 하라니까아.."

"으음...마스터.."

 

"마스터? 어떡해, 죄송해요. 중간에 멈..멈추려고 했는데..아아.."

"아냐, 괜찮아. 근데, 몸에 힘이 안 들어가니까...소파에 좀 데려가줄래..?"

"마스터..마스터?"

 

흐린 시야로 검은 소파를 떨리는 손으로 가리키더니, 스미레의 어깨에 툭 무너지듯 고개를 떨어뜨리자 달콤한 피가 남은 입술을 핥으며 몸에 안긴 유은을 받아냈다. 매일처럼 사고를 벌이고 나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창백하게 차가워진 몸을 꾹 껴안으며 스미레는 혈액의 잔향이 남은 숨을 뱉어냈다.

 

"죄송해요, 난 정말 못됐어요. 죄송해요.."

"후후..맛있었어?"

"맛은 있지만요, 그게 좋은 일인지 모르겠어요."

 

좋은 일이지. 널 잡아둘 수 있으니까. 남은 말을 입에 머금은 채 그녀는 마지막 남은 의식의 끈을 놓았다. 바닥에 앉은 스미레가 힘없는 팔에 기대 얼굴을 품고 울먹이다 눈물 몇 방울을 옷에 흘리고는 훌쩍였다. 타는 갈증이 멈추자 오후의 나른한 낮잠은 두 사람에게 잠시간의 안식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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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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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로그

스미레 로그 2015. 9. 22. 12:49

너의 의미


당신이 떠나고 남은 넓은 집을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비록 얼마전 까지만 해도 당신이 떠나고 나면 집은 텅 비었겠죠. 공기는 잠을 자고 공간의 심장은 죽은 듯 미동없이, 당신이 돌아와 바닥을 울릴때를 기다렸을 거에요. 집의 기분을 안다니 우스운가요? 생명이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당신과 눈을 마주치고, 감정을 나누는데 그것도 우스운가요. 당신의 요람인 무채색의 집은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그건 지금의 나도 마찬가지에요. 나는 고요가 두렵지 않아요. 오히려 반갑고, 나와 오래된 머플러 처럼 목에 편히 달라붙지요. 마냥 즐거운 것도 아니지만, 욕심을 내기에 나는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었답니다. 


이제는 당신이 있죠. 


당신은 나를 바라보고, 소중한 눈빛을 쏟아내고, 당신에게 있어 소중한 것을 내게 주려해요. 아직은 조심스러운 발걸음이란거 알아요. 나도 그래요. 당신과 나의 지평선은 이리도 무작위와 예상하지 못할, 태어나지 않은 씨앗이 잔뜩 심어진 화단이에요. 샘솟는 기대로 피어날 색색의 결실을 꺾어 당신이 잠들기 전 머리맡에 향기로이 두어볼까요. 당신의 간밤의 꿈에 검은 기운이 사라지기를. 


첫눈에 사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믿지 않았어요. 가벼운 착각, 순간의 이끌림은 금방 지워져버리고 말죠. 사람은 늘 새롭지만, 잊어가는 존재니까요. 망각은 당신이 가진 가장 커다란 축복이에요. 홀로 감정의 선을 잡은 채 인형처럼 춤추고 싶진 않답니다. 이기적이게도. 당신에게 영원히 새겨지고 싶어요. 아쉬운 시간속에 당신과 함께하는 짧은 아침. 스쳐가는 손길을 나는 잊지 않아요. 당신이 없는 당신의 장소에서 기억하고, 또 바라죠. 나를 흔들기 시작하는 작은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커다란 물결을. 


나의 너무나도 소중한 당신이. 내가 없는 시간속에서도 슬퍼하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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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이름



-당신은 누구세요?


노래를 위한 불완전한 존재로 만들어진 나에게.

정원을 찾아온 뜻밖의 손님. 당신은 뜻밖의 기척으로 다가와 내게 인사하죠. 어색하게, 그리고 곁으로 성큼 다가와 정원을 맴돌아요. 이전에 이 곳을 다녀갔던 소중한 사람들과 비슷한 향기의 발자취가 당신의 자리마다 남아있어요. 그리운 향기네요. 당신이 지나갔던 넓은 복도를 혼자 걷다 문득 서서 당신을 생각했어요. 당신의 검은 머리칼, 싱그러운 향기. 새하얀 어깨와 엷은 쇄골. 아침에 마주쳤던 당신이 웃어넘긴 실없는 질문을 어물쩍 태우고 뭉근히 남은 재가 마음속에 쌓여가요. 


-스미레는 꽃 이름이지?


천연의 여름색 꽃이 만개한 뒤뜰에서 당신은 물었어요. 세 번째 마주침이었죠. 눈을 돌려 당신을 바라보자 마음의 잿빛 안개가 피어오르고, 얼굴은 달아올랐습니다. 나는 떨리는 가슴을 삼키며 말했어요. 그것은 내가 가진 본래의 이름은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이 이름을 퍽 좋아한답니다. 보랏빛의 꽃이죠. 우리는 한참이나 같은 꽃을 바라보아요. 나는 속삭였어요. 신기한 것은, 이름으로 불리면 울림은 커져서 내안에 깃들어요. 카이코라는 넓은 세계에서 스미레는 나만의 것이죠. 정원이 내게 준 소중한 이름이에요. 


-당신도 그런가요?


겨우 입을 떼자 당신은 고개를 저어요. 어딘가 쓸쓸해보이는 모습이네요. 당신은 혼자라고 말했어요. 당신이 말했던 피가 이어지지 않은 가족은 따스함이 다른가요. 당신은 다시 고개를 저어요. 더욱 슬픈 일일지도 몰라요. 이유 없는 아픔은. 당신 안의 깊은 심해가 비춰보여요. 끝없이 깊고, 아래는 어두운 곳이에요. 당신의 짙은 초록빛의 눈 처럼. 


-나도 혼자에요. 


생각없이 튀어나온 말이었어요. 긴 시간 혼자였죠. 나를 가졌던 사람은 먼 곳으로 떠났고, 나는 절대 그 곳으로는 갈 수 없어요. 영영 함께하지 못한다는건 슬픈일이에요. 기억으로만 남은 아득한 목소리에 당신의 소리가 자리를 잡고 살근히 귀를 간지럽혀요. 당신은 꽃을 보면 날 떠올리겠다고 했어요. 기쁜 말은 과분하고, 무겁기도 해요. 당신의 말이 하루종일 머릿속에 맴돌았어요. 


당신이 정원을 떠난다고 약속한 날. 

나는 당신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어요. 몇 번의 마주침 사이에서도 얼어붙은 땅엔 빛이 닿아 녹은 새순이 트네요. 당신과 헤어지면, 새싹이 시들기 까지 쓸쓸할거에요. 잠 못드는 밤에 창문을 넘어 당신을 떠올리겠죠. 당신과 언젠가 함께했던 뒤뜰에서 물결치는 마음이 가라앉기를 바라고 있었어요. 가라 앉지 않길 바랬는지도 몰라요. 


-마지막으로 물어볼 게 있어.


당신은 노래에 대해 물었어요. 누군가를 위해 부른 것은 아주 먼 일이에요. 거창하다고 말하면 노래가 내 존재의 이유일텐데. 나는 그것을 잃어버렸어요. 먼 곳을 떠난 사람에게 주었기 때문이에요. 그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전부였기에. 나는 후회하지 않아요. 남은 시간을 조용히 스러져 가는 것이 슬프지 않아요. 슬픔과 그리움도 지치면 말라 붙고, 정원은 푸르고 아름다운 곳이죠. 나는 미소지었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았어요. 


당신은 말하네요. 이제 당신을 위해 노래 부를 수 있겠냐고. 


-어째서 이제서야 물어보는 거죠?


처음 봤을때 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너를 좋아하고 있어.

그러니까, 

너도 날 좋아해줬으면 좋겠어. 


붉어진 당신의 얼굴에 차가운 볼을 가져가면 사르르 녹은 아이스크림처럼 따스히 웃어줄게요.

외로운 당신의 곁을 내가 가져도 괜찮을까요? 흔들리는 숨결로 당신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이 작은 행복이 사랑이라면, 한번만 더 믿어볼게요. 

앞날을 밝혀줄 따스한 빛이 될 당신을.

함께 돌아갈까요.


my master.


아일님 우리 애를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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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ttle apple mint 


 

넓고 고요한 정원에도 하루를 시작하는 새 소리는 여름을 나기 시작한 정원의 꽃들의 잎가지를 흔들어요. 작은 잎의 이름을 가진 싱그러운 목소리가 중앙의 테라스에서 속삭이듯 들려오면, 나는 서둘러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요.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 활짝 웃는 당신의 미소가 멋진 아침을 반기네요. 

 

잘 잤어요? 좋은 아침-!”

. 애플민트도 좋은 꿈 꾸셨나요?”

 

오늘 아침은 사과잼이랑 견과류를 넣은 토스트. 시원한 우유. 그리고 레모네이드. 노래하듯 설명하는 당신의 목소리가 즐거워 보여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고 말았어요. 매일 그런 식이죠. 당신과는. 토스트를 한껏 입에 물고 둘이서 마주보다-. 다시 웃어버려요. 넓은 식탁이라 다행이에요. 단 둘이 하는 아침은 익숙하게도, 조금은 쓸쓸하게도. 그렇다 해도 시간은 달콤하게 흘러가요.

 

오늘은 뭘 할 거야?”

글쎄요. 뭘 할까요?”

 

어제는 함께 산책을 하다 마음껏 얼굴을 펼친 해바라기 밭에서 키보다 커다란 해바라기 개수를 세었어요. 손을 뻗자 겨우 닿는 황금빛 잎사귀가 멋지고, 왠지 당신과 닮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당신께는 비밀이랍니다. 칭찬을 받으면 부끄러워하는 당신의 얼굴을 보면 나도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말아요

 

디저트는 녹차 아이스크림.”

좋은 생각이에요.”

 

우린 닮은 점이 많아요. 새파란 머리칼도, 바다색의 눈도. 여름은 아이스크림을 먹을 최고의 계절이라 생각하는 점도. 햇살이 따뜻하게 비춰오는 테라스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이 녹아 가는 것이 안타까워요. 그러면 당신은 얼른 먹어 버리고 말죠. 사랑스러운 식감으로. 당신은 나에게 손을 내밀어요. 처음엔, 조금 망설였답니다. 정원에 처음 들어섰을 때의 마음처럼. 당신은 말 없이 웃었어요. 그러다 덜컥 다가와 손을 마주잡고, 아쉬운 듯 이야기 하죠. 정원의 어디에 숨어있더라고 나를 찾아내고마는 당신이니까. 

 

우리는 친구니까, 손잡아도 되는거야.”

친구. 그런가요.”

에엣. 서운해라. 스미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

 

올망한 눈이 촉촉해지기 전에 말해야겠어요. 당신을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당신이 심심할 때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면 행복해서-. 나만 듣는 것이 아쉬울 정도라고. 당신의 웃음으로 나도 웃게 된다고. 당신이 있어 나의 하루가 색을 만들고 멜로디를 가지게 된다고


my little apple 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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