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스미레 로그 2015. 11. 1. 15:35

우울한 연성 

키워드는 고백, 자국


유은스미로..?


언어에도 흔적이 남는다. 형이상학적이라던지. 그런 류의 감성적인 논리가 아니더라도. 한유은은 종종 자신이 유리잔과 같다고 생각했다. 골동품 시장에서 운좋게 발견 된 잔흔적이 남은 유리잔 처럼. 그것은 부드러운 천에 닦여지고 아름다운 장식장에 놓이게 되었다. 유리잔의 출처를 모르는 이들은 장식장과 그 훌륭함에 스스로, 아름답고야 말겠다는 암시를 걸었다. 거울 앞에서 한유은은 부끄러웠다. 그녀는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에 담긴 덧없음에 대해 싫증난 참이었다. 예쁘다던가. 빛난다던가. 환멸이라면. 그것은 자신에 대한 환멸이었음이 분명했다. 잔인하게도 환멸따위에 그녀의 숨이 멈춘다던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손목의 자국을 숨기지도, 밝히지도 않은채로 아스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미적지근해도 시간은 착실히 흘러간다. 그녀가 감정의 이름을 사랑이라 정의한 그녀의 보컬로이드는 침묵했다. 필요이상의 말은 사치인 마냥. 렌즈가 원반처럼 돌아가는 푸른색의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스미레의 존재에 대해서 의식하지 않을때에도 아마도 푸른색의 시선 끝에는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일방적인 관계에 대해서 즐기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손을 놓으면 걷지 못하는 걸음마를 뗀 아이처럼. 붉은 선이 그인 손목을 숨기며 그녀는 원고를 하던 작업실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상한 상념에 가벼운 집중력이 연기처럼 사라졌으니, 이런 때에 글을 쓰면 그것은 다음날 분명히 지우고 마는 것이다.


"....."


그녀는 스미레가 생기기 전까지는 1인용 쇼파만을 거실에 두고 있었다. 보컬로이드 답지 않게 책을 읽는 스미레를 위해 비슷한 크기의 쇼파를 통신판매에서 구매했다. 스미레는 커다랗고 푹신한 쇼파를 마음에 들어했고, 하루의 대부분을 쇼파에 앉아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었다. 햇빛이 들어오는 창 앞에 놓인 쇼파에서 빛나는 스미레의 머리카락은 소리없는 연주곡처럼 물결쳤다. 그녀는 조용히 그 모습을 관찰하기도 했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손가락으로 건조한 책을 넘기는 장면은 정물화처럼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녀가 거실로 나오면 책장을 넘기던 손길은 멈추고 굳게 닫혀있던 붉은 입술은 열리리라. 그녀는 일련의 장면을 예상하며 천천히 거실로 향했지만 거실의 쇼파는 비어있었다. 


"스미레?"


의미없는 부름이었다. 그녀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텅 빈 거실 뿐이었다. 스미레가 말 없이 자리를 비웠던 적이 있었던가. 물론 없었다. 오히려 가까운 가게를 갈때에도 꼬박꼬박 그녀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렸다. 




못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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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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