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로그

스미레 로그 2015. 9. 22. 12:49

너의 의미


당신이 떠나고 남은 넓은 집을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비록 얼마전 까지만 해도 당신이 떠나고 나면 집은 텅 비었겠죠. 공기는 잠을 자고 공간의 심장은 죽은 듯 미동없이, 당신이 돌아와 바닥을 울릴때를 기다렸을 거에요. 집의 기분을 안다니 우스운가요? 생명이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당신과 눈을 마주치고, 감정을 나누는데 그것도 우스운가요. 당신의 요람인 무채색의 집은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그건 지금의 나도 마찬가지에요. 나는 고요가 두렵지 않아요. 오히려 반갑고, 나와 오래된 머플러 처럼 목에 편히 달라붙지요. 마냥 즐거운 것도 아니지만, 욕심을 내기에 나는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었답니다. 


이제는 당신이 있죠. 


당신은 나를 바라보고, 소중한 눈빛을 쏟아내고, 당신에게 있어 소중한 것을 내게 주려해요. 아직은 조심스러운 발걸음이란거 알아요. 나도 그래요. 당신과 나의 지평선은 이리도 무작위와 예상하지 못할, 태어나지 않은 씨앗이 잔뜩 심어진 화단이에요. 샘솟는 기대로 피어날 색색의 결실을 꺾어 당신이 잠들기 전 머리맡에 향기로이 두어볼까요. 당신의 간밤의 꿈에 검은 기운이 사라지기를. 


첫눈에 사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믿지 않았어요. 가벼운 착각, 순간의 이끌림은 금방 지워져버리고 말죠. 사람은 늘 새롭지만, 잊어가는 존재니까요. 망각은 당신이 가진 가장 커다란 축복이에요. 홀로 감정의 선을 잡은 채 인형처럼 춤추고 싶진 않답니다. 이기적이게도. 당신에게 영원히 새겨지고 싶어요. 아쉬운 시간속에 당신과 함께하는 짧은 아침. 스쳐가는 손길을 나는 잊지 않아요. 당신이 없는 당신의 장소에서 기억하고, 또 바라죠. 나를 흔들기 시작하는 작은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커다란 물결을. 


나의 너무나도 소중한 당신이. 내가 없는 시간속에서도 슬퍼하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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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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