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감사합니다.



유은의 집 베란다에는 색색의 화분이 늘어났다. 스미레가 오기 전 까지 베란다에는 유은이 쓰다 흥미를 잃은 잡동사니나 처리하기 곤란한 커다란 물건이 얼기설기 산을 이루던 곳이었다. 어느 날 부터인가 먼지 가득한 잡동사니는 사라지고 손바닥 크기의 화분이 조르르 세워져 있었다. 일찍 일어난 스미레는 종종 화분에 물뿌리개로 물을 주고 있었다. 햇빛을 받게 하려는 듯 창가에 늘여놓기도 했다. 화분에는 작은 이름표가 붙어있었고, 스미레는 화분에 붙은 이름을 마치 친구처럼 불렀다. 화분의 꽃들은 잘 보살핀 티가 역력했다. 사랑받는구나. 유은은 아침의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붉은 꽃이 핀 화분을 보며 덜깬 눈을 비비며 혼잣말을 했다. 유은의 목소리에 넓은 창문가에 뒤돌아 서있던 스미레가 고개를 돌렸다.


“스미레, 이 꽃은 이름이 뭐야?”

“어라. 일어나셨어요? 오늘은 신기하네요. 스스로 일어나시고.”

“가끔은 혼자서도 일어나. 근데 아직 졸려..”

유은은 비척비척 걸어 물뿌리개를 든 스미레의 어깨에 기댔다.

“이 아이는, 이름이-. 포인세티아 에요. 포-쨩.”

“오. 별명이 귀엽네.”


“크리스마스에 장식으로 쓰이는 유명한 꽃이에요. 겨울에도 이렇게 붉은 색으로 피는 꽃은 흔하지 않으니까요. 눈이 잎에 쌓인 모습도 예쁘고요. 물론, 실내에 사니까 눈을 맞을 일은 없어요.”

“헤에...”

“헤헤. 재미없으시죠? 마스터는 꽃이나 식물엔 전혀 관심 없으시니까요.”


티 났나. 유은은 멋쩍게 입을 오물거렸다. 부드러운 아침 햇빛이 따뜻한 담요를 덮은 듯 포근하게 얼굴을 간질였다. 선잠에서 깼는데 좀처럼 스미레의 깨우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저 목소리가 듣고 싶었을 뿐이라는 시시한 대답을 하긴 싫어 공연히 말을 어스라이 꺼냈다. 아침의 새가 지저귀는 것처럼 맑은 목소리는 마치 노래 같아서, 유은은 머릿속으로 느리게 악보를 그렸다.


“마스터, 제 말 듣고 계신거죠?”

“응. 듣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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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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