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lace 03

긴것/My Place 2014. 8. 18. 17:47

3.

A는 D의 집 초인종을 누르기 직전이었다. 이미 그것은 다섯 번째의 시도로 아이스크림 패밀리 사이즈를 포장한 드라이아이스가 녹겠다고 카이토는 A를 보챘다. 아침을 먹자마자 긴장된 얼굴로 사과. 하고 못할 말이라도 한듯 소스라친다. A는 밤새 열을 앓은 다음 날 떠오르는 흑역사로 죽고 싶었다. 혼자서 이불을 걷어차고 베개를 샌드백 삼아 주먹질했다. 머릿속에서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표정의 D가 끊임없이 그려졌다. 섣부른 판단과 자폭. 머릿속에서 폭탄이 펑펑 터져나가는 상상을 하자 부끄러움은 배가 되어 얼굴에 날아왔다.

“이번엔 분명한 줄 알았는데….아악!! 옘병….쪽팔려 죽겠다.”

“저는 할 수 있는 만큼 해드렸어요. 이제 마스터 몫이에요.”

“알겠으니까 닥쳐봐…. 10분만 있다가.”

“이번에 안 들어 가실 거면 전 집에 갈래요.”

집 안에서 D와 카이토는 한 시간째 문밖에 서서 대화하고 있는 A들이 언제쯤 초인종을 누를 것인가에 대해 대화했다. 성량이 좋은 편이구나. A는. 문을 타고 들어오는 낮은 목소리에 D는 커피포트에 물을 올렸다. 현관의 작은 구멍으로 밖을 눈을 대고 바라보며 카이토는 아직 먼 것 같다며 보고했다. 커피포트의 전원을 끄고 다시 작업실로 들어갔다.

곡 작업은 생각만큼 진행되지 않는다. 새 기계에 새 작업실이라 산뜻한 마음으로 가뿐히 나올 줄 알았던 노래는 수렁에 박힌 마냥 진득한 오오라를 풍기며 머릿속에서 나올 듯 간당간당하게 애간장을 태웠다. 답답해진 D는 담배를 몇 대 태우고 연기라도 도망가지 않게 눈을 감았다.

새집이라 소중히 다뤄야겠다는 다짐은 나오지 않는 멋진 멜로디에 대한 원망에 묻힌다.

‘A는 고등학생 때 벌써 그런 걸 할 수 있었단 말이지.’

역시 전문적으로 배운 것은 다르구나. D는 A의 CD를 들으면서 가장 먼저 밀려오는 부러움을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에 올려둔 A의 블로그에 공개되어있던 최근의 음악을 들었을 때, 그 부러움은 거대한 파도가 되어 D를 휩쓸고 지나갔다. 비록 A가 인간적으로는 비뚤어지고 자기가 누구를 , 무엇을 이라고 해야 하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바보 같은 녀석이라고 해도 그의 음악은 확실한 정체성도 있고. 듣는 맛도 있고. A와 직접 이야기하는 것 보다 A의 음악을 듣는 게 그를 이해하기에 더 쉬운 방법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현관에 달린 조그만 유리창으로 A들을 보고 있던 카이토가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이제 들어오시려나 봐요!”

“그래? 드디어.”

문을 신중하게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간격마다 침을 꿀꺽꿀꺽 삼키고 있을 A가 눈에 그려졌다.

“형. 저에요.”

“어. 들어와. 아침부터 집 앞에서 고민하느라 힘들었겠다.”

“헉….알고 있었어요?”

“그렇게 소리를 치는데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오. 선물.”

A의 카이토는 오늘도 말쑥한 피케 티셔츠를 입고 민망하다는 듯 커다란 아이스크림 통이 든 종이가방을 내밀었다. 간편한 무늬의 셔츠는 A가 입은 것과 세트다. 이러면서 좋아하느니 마느니 하는 말이 나온다는 게 웃겼다.

눈이 마주치자 작은 인사를 끄덕이고는 카이토에게도 손을 흔들었지만 카이토는 이미 A가 가져온 아이스크림에 혼이 팔려 인사는 생략한 뒤였다. 드라이아이스를 빼내자 아직 차가운 기운이 남아있는 커다란 아이스크림 통에서 하얀 연기가 풀풀 피어올랐다.

“맛있는 것만 골라 담았는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우와, 우와. 당장같이 먹자. 마스터도. A님이랑도.”

D는 안절부절못하고 시선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A에게 자리를 권하고 커피포트에 물을 부었다. 카이토는 다리를 떠는 A의 허벅지를 찰싹 꼬집었다. D는 머그잔에 커피 두 잔을 가져와 내밀었다.

“자. 일단 좀 진정해봐. 보는 내가 불안하다, 인마.”

“고마워요. 아. 음…. 으. 어. 어디까지 이야기 들으셨어요?”

“어디까지? 뭐 과거이야기는 대충 들었어. 힘들었겠다.”

“예. 하아, 일단 며칠 전엔 정말 죄송했습니다.”

A와 A의 카이토가 고개를 숙이고, 어색한 순간이 지나간다. 깍듯이 고개를 숙이는 건 A답지 않아 보였다. 그만큼 그가 이 주제에 대해 진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D는 가벼운 눈인사로 사과를 받아들이겠다는 표현을 한 뒤 무거워진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꺼냈다. 녹차와 초콜릿 맛과 무슨 맛인지 알기 힘든 여러 가지 맛이 섞여 이상한 색을 하고 있었다. 놔두고 있어봤자 전부다 카이토 입속에 들어갈 것이 뻔해서 D는 네 개의 커다란 그릇에 아이스크림을 잔뜩 퍼 담았다. A의 카이토는 그릇을 받아들고 기쁜지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 모습은 작은 동물처럼 귀여웠다. 이런 녀석과 함께 살면서, 좋아하면서 손을 안 대다니 혹시 A는 자기도 모르는 성 기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형, 진짜 화 안 났어요?”

“응? 사과했잖아. 그리고 나랑 카이토 하는 거 보면 그런 착각 할 수도. 있나? 암튼….미안 하면 나중에 곡 하나 써주든지.”

“으으….사람 찝찝하게. 그럼 정말 이걸로 끝? 남은 거 없는 거죠?”

“그래. 그리고 슬쩍 넘어가는데 곡 하나 써 달라니까.”

A는 녹차 맛 아이스크림만 교묘하게 잘라 먹으며 곡? 하고 되물었다. 주도권이 다시 바뀌었다. A는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작곡가니까 아마 정식으로 부탁하면 지금의 내 형편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대가 없이 곡을 주는 것에 기분 나빠할 수도 있는 일이고. 하지만 나는 그것을 감수하고서라도 A의 곡이 가지고 싶었다. 잘 생각해보면 A와 알게 된 건 굴러 들어온 행운이나 다름없었다.

“으음, 지금은 하고 있는 게 있어서. 아. 그리고 형 지금 작업하는 거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하하. 있지. 근데 잘 안 풀려서 말이야. 말했다시피 난 정식으로 배운 게 아니라서 이것저것 눈대중으로 끼워 맞추는 식이고.”

“그래서 제 곡 받아서 불러보시게요? 그런 거라면 안돼요.”

A의 카이토는 A의 단호한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왜? 어디에 투고하거나 하면 저작권 제대로 표시할 거고. 기본적인 수고비 정도는 줄 수 있어.”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형 아직 카이토한테 완성된 곡 줘본 적 없다고 했죠.”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은 A는 카이토, 하고 카이토를 불렀다. 테이블엔 두 명의 카이토가 있었지만. A의 카이토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 아님을 안다는 듯 태연했다. D는 자신의 카이토를 바라보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게 분명해 보였다. 두 번 부르는 게 귀찮은지 A는 표정을 구겼다.

“야. D형네 카이토.”

“아. 네? 저는 본인 소유를 부르시는 건 줄 알고. 왜 그러세요?”

“너는 내 곡을 불러 보고 싶냐, 아니면 D형꺼 불러보고 싶냐? 건방지지만 말하자면 들어봤겠지만 내건 당연히 형 것보다는 낫겠지. 나는 계속 배워 왔으니까, 내가 실력이 있다고 말하는 건 자만이 아니라 당연한 거야. 형도 그렇구요.”

“조금 자만하고 있는 건 맞아요. D님의 곡을 들어보진 못했지만 저는 분명 멋질 거라고 생각해요”

A는 전생에 나라라도 구한 것이 틀림없다. 나는 A의 카이토 등 뒤에 숨겨진 천사 날개나 후광이 보일 지경이었다. 자신감과 건방짐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A의 발언을 수습하느라 카이토는 예의 웃음을 엄청나게 쏟아내는 중이었다.

“당연히 마스터의 곡이요. A님곡은 A님의 카이토가 부르는 게 제일 잘 어울리고. 저한텐 마스터의 것이 제일 잘 어울리고. 그런데 제가 아직 그만큼 잘 부르질 못하니까.”

그래서 곡을 주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먹던 커피를 뱉을 뻔했다. 카이토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었다. 그리고 물론 나도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이거 보컬로이드로서 엄청나게 자존심 상하는 말 아닌가. 카이토에게 잘 대해 주고 있다는 말을 취소해야겠다. 카이토의 폭탄발언에 A는 노골적으로 짜증 난다는 얼굴을 내게 쏘아댔다. 카이토의 손을 잡으며 절대 그렇지 않다는 듯 A의 카이토는 이제까지 본 것 중 가장 활발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요. D님은 카이토가 노래를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죠?”

“아….아!! 당연하지. 무슨 소리야. 한 번도 그런 생각 해 본 적 없어. 정말로. 세상에.”

“에….그럼 왜 2년 동안 연습만 시킨 거에요? 전 당연히 그런 줄 알았는데.”

“그건. 그건….”

“다른 사람 들 것만큼 제대로 된 게 아니니까 마음에 안 들어서. 다른 사람들 것 보면 척척 잘도 만들던데. 자기 건 아무리 봐도 마음에 안 차니까. 그저 내 취향에만 맞춘 취미일 뿐.”

숨기고 있던 나의 대답은 A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속마음을 읽힌 나는 밀려오는 당황스러움과 부끄러움으로 카이토를 쳐다 볼 수 없었다. 자리에서 쪼르르 일어난 A의 카이토는 불쌍하게도, 가여워라. 하는 말을 반복하며 카이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졸지에 세상에서 가장 나쁜 마스터로 몰려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었다. A는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팔짱을 낀 모습이 완전히 원래의 여유로운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형 지금 작업하고 있는 거 있죠. 없다고 하지 마요. 거짓말인 거 아니까. 그거 나한테 들려줘요. 내가 봐줄게요. 미안한 것도 있고, 내가 카이토 쓰면서 이것저것 공부했던 자료도 빌려 줄테니까….지금 형한테 카이토나 집에 있는 기계들은 과분하네요.”

“으으, 고맙긴 한데 진짜 상처다. 지금은 한 대 때리면 안되냐?”

“기한 끝. 치라고 할 때 치셨어야죠.”

A는 악마처럼 웃었다. 나는 예전 대학을 다닐 때 교수님에게 과제를 엄청나게 까였을 때보다 더 처참한 기분으로 작업실에 터벅터벅 걸어갔다. 카이토와 A들은 뭐가 그리 신 나는지 꺄르륵대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기초도 안 잡힌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을 보는 미술전공자의 기분이겠지, 안 그래도 낮은 자존심을 겨우 붙들고 있던 마지막 기둥이 머릿속에서 산산조각이 나 파괴된다.

*

예상 그대로 A에게 가이드를 들려주자 그는 음. 으음. 하고 부분마다 걸리는 게 있는지 헛기침을 하고 휴대폰에 빠르게 메모했다. 나름 자신 있는 걸 들려준 거 였는데. 물론 그 곡을 처음 들었을 카이토는 D에게 열렬한 사랑의 눈빛을 보냈다. D는 그 눈빛을 무시하고 노래를 듣는 A를 쳐다보며 입을 꾹 깨물었다. A의 카이토가 말을 시작하려는 A의 허벅지를 살짝 꼬집었다.

“마스터, 예의 바르게 말씀하세요. 알겠죠?”

“넌 도대체 날 뭐로 보고 있냐. 동네 양아치?”

“돈을 뺏지 않는 것 빼면은요.”

“참나. 그리고 형은 일단 기본적인 걸 좀 해야겠어요. 피아노로 치면 하농같은건데. 형은 기타를 쓰신다고 했으니까….”

A는 이것저것 설명하며 그래도 나쁘진 않아요. 주제가 재밌으면 살만 잘 붙이면 되는 거니까. 하고 약간의 칭찬을 잊지 않았다. 할 마음이 제대로 생겼는지 피아노의 음은 자신이 붙여오겠다고 스스로 나선 뒤 휴대폰에 있는 피아노 연주 앱으로 즉석 해서 멜로디 라인을 만들었다.

“대충 이런 정도려나. 집에 가서 제대로 가져올게요. 이런 건 시간 끌어봤자 거기서 거기에요. 여기서 갑자기 음이 뛸 수도 없는 거고.”

“이야….고마워. 확 풀리는 느낌이네. 나도 학교 다시 다닐까 봐.”

“형 나이에 무슨, 학원 정도는 괜찮을지도 모르겠는데….거기도 요즘 어린 애들 많아요. 그리고-”

카이토가 A의 팔을 쿡쿡 찔렀다. 그는 D의 계면쩍은 표정을 보고서야 말을 멈추었다. 고맙다는 말을 연신 뱉으며 반주에 맞춰 흥얼거렸지만 딱히 D가 즐거워 보이진 않았다. A는 카이토의 ‘괜한 참견’이라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깨달을 일이다. 기본 연습이 부족한건 몇 달만 연습하면 금방 생각한 멜로디가 표현이 안 될 정도는 벗어 날것이다.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 아니란건데, 너무 갑자기 충격을 받은 탓인지 카이토가 달라붙어서 한껏 어리광을 피워도 평소 같았다면 웃으면서 받아 주었을 것도 데면데면 굳은 표정으로 넘기고 있었다. A는 자신의 카이토에게 눈짓을 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좀 더 있다 가지 왜. 맥주 많이 남았는데.”

“아니에요. 사과도 했고, 형 음악도 들었고. 목적 달성했어요. 다음에 올 때 곡 대충 짜들고 올게요. 형쪽 기계 써야겠다. 써보고 싶었는데.”

“응. 그래 그럼. 고맙다. 카이토도 수고많았어. 아이스크림 좀 들고갈래?”

“아니에요. D님에겐 몇 번 감사하다해도 모자라네요.”

연신 꾸벅대는 카이토와 즐거워 보이는 A는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D의 집을 나섰다.

둘이 떠난 집은 갑작스러운 적막이 어색하게 흘렀다. A의 블로그에는 D를 배려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초보를 위한 참고 사이트들과 추천 책이 새 게시물로 올라왔다. 한참 책 목록을 검색하고 있으니, 자신의 토끼인형을 껴안은 카이토가 슬그머니 옆자리에 앉아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신나게 말을 걸 법도 했는데 카이토는 아무 말 없이 토끼 귀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아까 무뚝뚝하게 한 것의 시위라도 하는 듯 카이토의 목소리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채였다.

“할 말 있어?”

“으응. 없으니까 암말 않잖아요.”

할 말이 없어져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카이토에게 잘 못 하고 있었던 것일까. 사과를 해야 할 만큼. 그런데 지금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아서. 그러고보면 D보다 내가 더 제 멋대로 인걸지도. 카이토를 전부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 하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이해하려는 노력은 멈춰버린 모양이다. 잘못이라면 그것이겠고. 나는 거기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지 않기로 과거의 어느 새벽에 결정했다.

문득 카이토를 가득 껴안고 그 속에든 모든 생각을 물어보고 싶어졌다. 좋아하는 것은. 마스터와 아이스크림. 대답은 물어보지 않아도 뻔했다. 그것 말고, 정말 좋아하는 것은. 머릿속에 잔뜩 카이토에 대한 상념이 처음 만났을 때처럼 가득 차오른다. 나는 모니터를 보는 것에 집중 하기가 힘들어졌다. 생각하고 있는 대상이 바로 옆에서 커다란 토끼인형을 푹 껴안고 있다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오늘 한 말 있잖아. 그거 정말 줄곧 그렇게 생각 했던 거였어?”

“네. 심각하게는 아니고. 그런게 아닐까-정도. 저 원래 심각한 거 싫어하잖아요. 저는 A님네 카이토 만큼 큰 바램도 없고. 그냥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어디까지나 가벼운 관계로. 심각하게 들어가면 복잡해질 계산이 많아진다. 그저 카이토는 노래와 마스터만을 바라보면 그걸로 좋다. 마스터가 원하는 바도 그러했다. 우리는 그래서 궁합이 잘 맞는거라고 마스터는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게 큰 바램인가. 그렇게나.”

“아아, 마스터도 A님한테 물들어가는군요. 컴퓨터 언제까지 하실거에요? 안아주세요.”

“그냥 이 안으로 들어와. 그래서 일부러 좌식으로 산거니까.”

품에 쏙 들어와 껴안은 카이토는 내 목을 조를 기세로 푹 안겼다. 등을 쓰다듬고 머리를 헝크러트리는 사소한 장난을 쳤지만 나는 대꾸하지 않고 쇼핑몰의 장바구니에 A가 추천한 책을 담았다. 아이처럼 어깨에 얼굴을 비비다가 목덜미에 장난스럽게 입을 맞춘다. 순간 카이토는 눈을 올려 내 눈치를 살폈지만 나는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었기 때문에 이렇다 할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새로 산 좌식의자는 등받이의 각도를 조절 할 수 있었다. 등받이를 뒤로 넘기자 그대로 겹쳐 누운 꼴이 된다. 카이토는 나를 내려다보며 신나는 듯 목에 감고 있던 얇은 머플러를 풀어 던졌다. 카이토가 옷을 벗겨주는 것을 움직거리며 도와주었다. 가슴에 손을 얹은 카이토에게 나는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A는 A의 방식이 있고, 나는 나의 방식이 있고.”

“카이토한테 거짓말 한 건 좀 너무했어요. 진짜인줄 알거에요.”

그럼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떻게 말해, 매일매일 즐겁게 사랑하고 있습니다. 하고

“언젠간 말 해줄거야.”

“그럼 A님이 정말 마스터를 때릴지도 몰라요. 죽을지도.”

“그러게.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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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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