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소호마 생채기

아파. 무릎을 타고 느껴지는 생생한 통증에 히소카는 눈을 살짝 찌푸렸다. 잠에서 덜 깬 채로 고양이를 쫓았던 탓일까,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넘었을 담벼락에서 중심을 잃고 무릎을 맨 바닥에 찍어버리고 말았다. 무릎 뼈와 다리 전체에 찌르르 울리는 감각에 몸을 말고 살짝 부르르 떤 히소카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다친 오른 다리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무릎 뿐만 아니라 발목까지 타고내려온 통증이 욱신거리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만카이 기숙사 까지 걸어서 십 오분 남짓 거리였다. 오른 발을 끄는 모양새로 발을 내딛었다 걸음걸이 마다 무릎과 발목이 비명을 지르는 듯 히소카를 옭아매고 있었다. 축축해진 무릎에서는 검은 피가 비쳤다. 기숙사에 아무도 없는 시간이라면 좋을텐데. 감독이나 시끄러운 녀석들에게 들킨다면 소란스러울 것이다.

"다녀왔습니다..."

히소카는 버릇처럼 조용히 현관문을 열었다. 기숙사는 조용했다. 휴. 작게 한숨을 내쉰 히소카가 쓰라린 무릎을 이겨내며 계단을 올라 방문앞에 섰다. 방 안에서는 무시하고싶어도 무시할 수 없는 목소리가 방 안에서 들리고 있었다. 히소카는 문을 바로 열려다 말고 잠시 고민했다. 그가 히소카의 다친 모습을 보고 귀가 떨어질 정도로 소리만은 치지 않기를 바라며 히소카는 문을 열었다.

"아리스..있었네."
"어라, 히소카군. 좋은 오후일세. 아니!!! 그 무릎은 어떻게 된 건가? 싸움이라도 한건가?"
"별거아냐. 넘어졌어."
"이런이런...좀 보겠네. 무릎에 피가 나고 있어. 벗어서 상처를 보여주게나."
"괜찮아. 침 바르면 나아."
"천만의 말씀! 히소카군은 이런 곳에서 비상식적이군. 어디, 구급상자가..아니. 우선 의자에 앉아야곘지. 무릎 말고도 아픈 곳이 있는가?"

예상과 한치도 틀리지 않은 행동이었다. 히소카의 피가 묻은 바지를 본 호마레는 손에 들고있던 책을 내려두고 큰일이라도 난 마냥 뛰어와 히소카의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에전의 일은 전혀 기억 나지 않지만, 다치는 것이 그다지 생경한 경험은 아니었다. 착실히 몸을 보호하도록 넘어졌고, 몸에는 몇몇 개의 오래된 상처가 남아있었다. 기억이 없는 채로 사는 것은 다시 태어난 것이나 마찬가지로 생소한 일이지만, 몸은 그렇지 않았으니까. 히소카를 의자에 앉힌 호마레는 바지를 걷어올리고 피딱지와 흙으로 엉망이 된 무릎을 보며 깊은 신음을 내쉬었다.

"흉터가 남을지도 모르겠군. 우선 감독군에게 구급상자를 빌려와야겠어. 물수건으로 좀 닦아 낸 뒤에 말이야."
"감독에게는 말하지마. 지금도 충분히 시끄러우니까."
"흐음. 내 치료에 순순히 따른다면 그렇게 하지."
"별로. 반항할 마음은 없으니까.."
"좋은 자세로군. 잠시만 기다리게. 그 다리로 기숙사까지 걸어오다니...히소카군의 의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네."
"하아...다친건 난데 아리스가 더 시끄러워."

오늘 저녁식사시간에 내가 업어다 주겠네. 부축으로 좋은가? 내 품에 안기면 좋은 향기가 난다고 히소카군이 말했지 않은가. 다음부터는 벽같은건 뛰어넘지 말고, 벽은 그러지 말라고 세워놓은 것이라네. 히소카의 묵묵부답에도 호마레는 쉬지않고 말을 뱉어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건 분명 처음 느끼는 감정일 것이라고 히소카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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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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