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님이랑 연성교환....

근데 이런 쓰레기를..

 

달이 아름답네요.



아름다운 달. 만년필을 끄적였다. 하얀 원고지의 빈 공간에 검은색의 금이 간다. 얼음이 깨지듯이, 스걱이는 종이 긁는 소리는 고요한 새벽이라 더욱 존재감이 커다랗다. 히소카는 저녁연습이 끝나자마자 잠에 들었고, 낑낑거리며 방으로 끌고 들어오던 것을 타스쿠가 가볍게 들어 도와주었다. 매번 이런식으로. 하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긴 했지만. 그래도 연습이 끝날때까지 깨어있던 것이 기특하다며 츠무기와 아즈마는 잠든 아이를 보듯 웃었다. 시상이 떠오르지 않는 지루한 오후라고 생각했지만, 단원들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면 그렇게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히소카와 방을 함께 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는 늘 자고 있을 뿐이니 혼자 쓰는 것이나 다름 없지 않은가. 평소엔 다른 누구보다 시끄러운 호마레였지만, 시를 떠올리거나, 원고를 할때는 조용한것이 좋았다. 히소카는 그런 호마레에겐 최적의 룸메이트였다.

"달이 아름답다...흐음. ...달이..."
"쿠울...."
"흐음? 히소카군의 숨소리가 달라졌군."

히소카는 어느 곳에서나 잠에 들수있는 신기한 능력이라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제대로 누워서 잘 수 있는 곳이라면 깊게 잠든 듯이 작고 옅은 숨소리가 들리고, 앉아서 자는 것이나 불편한 장소에서는 옅은 잠에 들어 깊은 숨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잠자는 척을 하는 것은 아닐까, 옆에서 이름을 불러보거나 몸을 흔들어 보기도 했다. 현재까지의 결론은 정말이지 하루에 18시간 정도는 수면상태라는 것이다. 호마레는 의자에서 일어나 히소카의 침대로 다가갔다. 새벽 두 시, 히소카가 일어나기에는 한참이나 먼 시간이다. 어느새 숨소리는 멈추어 있었다. 호마레는 만년필을 내려두고 히소카의 침대앞에 서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히소카군?"
".....쿠울...."
"그렇지. 역시 깨어있는 것이야. 오늘은 낮잠을 너무 많이 자버린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만."
"......"
"...흐음. 마시멜로우라도 먹을텐가?"
"."

이불을 머리까지 눌러쓰고 있던 히소카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역시 그를 움직이는건 마쉬멜로우가 최고의 방법이다. 힘빠지게 단순한 사실로, 그를 처음 발견했을때 손에 쥐어준게 마쉬멜로우라서. 정말 단순한 이유. 부스스한 머리카락 사이로 응시하는 눈이 매서우면서도 진지하다. 마쉬멜로우를 원하는 눈동자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마쉬멜로우.."
"그렇지. 츠무기군이 좀 자제해달라고는 했지만, 이번엔 내가 먼저 제안했으니..어디보자.."
"지금 몇시..?"
"새벽 두시라네. 이 시간에 히소카군과 대화 하다니. 신기한 밤이군. 마법같은 밤..아아, 시상이.."
"마쉬멜로우..."

호마레는 책상 위로 빠르게 걸어가 앉았다. 천재인지라, 시상이 떠오르는 순간은 많았지만 빨리 기록해두지 않으면 사라진다. 달이 아름답네요. 한 줄이 쓰여있던 원고지가 빠르게 채워져간다. 무아지경으로 하얀 달과 쏟아지는 달빛이 비추는 아름다움과 경이로움, 그 아래에 춤추는 연인. 흑단의 머리카락에 쏟아지는 은빛....

"....아리스.."
", 히소카군?! 스스로 침대에서 나왔잖은가! 이런, 기쁜일이. 내일 모두에게 말해야겠군."
"마쉬멜로우. ."
"아하하. 그랬었군. 갑자기 시상이 떠오르지뭔가. 천재란 고달픈 일이야...이렇게 무심코, 그렇지. 들어보겠는가?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
"아아-. 광활한 우주여, 휘광이여. 은빛 축복속에 춤추는 연인들.."

호마레는 커다란 손짓으로 창 밖의 달을 가리켰다. 마침 창문의 중앙에 차오르는 달이 걸려있었다. 히소카는 묵묵히 커다란 잠옷소매로 눈을 비비며 기다란 미완성 장편시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무대위가 아니더라도 무대위의 호마레를 볼 수 있으니까. 꿈을 꾸듯, 춤을 추듯 움직이는 기다란 팔이 언젠가 아리스가 말했던 나비를 연상시킨다. 어둡고 아무것도 없는 꿈의 세계에서 항상 자신을 구원하는 커다란 손. 깊은 심연속으로 영영 떨어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상관 없지만. 호마레가 잡아주지 않는다면, 일어나지 못하는 아침.

"자아. 어떤가?"
"...은 아름다워. 하얗고. 마쉬멜로우도. 하얗고."
"모든것의 귀결이 마쉬멜로우로군. 히소카군다워. 흠흠. 들어준 답례로 마쉬멜로우를 주겠네."
"들려준 답례로..."
"으음?"

히소카가 호마레의 잠옷 소매를 끌어당겼다. 엄청난 힘이었다. 히소카가 항상 잠에 늘어져 있는 모습과는 다르게 민첩하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있었지만, 악력까지 이렇게 센 줄은 몰랐다. 당황한 순간 목덜미를 잡혀 허리가 굽혀졌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히소카가 자주 먹는 마쉬멜로우의 설탕과 싸구려 감미료가 섞인 단맛이 입안에 화악 퍼졌다. 호마레가 황급히 입을 떼고 히소카의 어깨를 잡았다.

", , 이런. 이게 무슨...히소카군, 어제 자기전에 양치질을..그렇군. 바로 눕혀버린건 나 자신이지 않은가."
"...?"
"히소카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네. 마쉬멜로우 다섯개만 먹고, 양치질을 해야하네. 안그러면 이가 다 썩어버릴거야."
"...."
"그 표정은 뭔가?"
"아리스. 얼굴 빨개졌어."
"? 그거야 히소카군이 갑자기 키스했으니까 그런거 아닌가? 본인이 한 일로.."
"으응...이제 졸려.."
"마쉬멜로우 먹으면서 잠드는건가. 장난치지말고.."
"쿠울..."
"이런..이런. 치사한 방법을 쓰는군."

눈을 가물거리다 품으로 쓰러진 히소카를 안았다. 가벼워 보이지만 제법 무겁다. 2층침대까지 안아서 올리는 것은 무리다. 히소카를 위해 사뒀던 커다란 담요를 서랍에서 꺼냈다. 이 방에서 히소카를 위한 물건이라고는 침구와 커다란 마쉬멜로우 정도. 가구도, 옷도 처음에 히소카가 입고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모두 겨울조 멤버들이 사준 것들이다. 최근에는 무쿠가 고양이인형을 침대에 놓으라며 주었다고 호마레에게 내밀었다. 좋은 선물이군. 호마레는 칭찬한 뒤에 히소카의 침대 머리맡에 올려두었다. 푹신한 회색 고양이모양 인형을 히소카가 잠든 옆에 놓으면 그렇게 어울릴 수가 없다. 늘 그를 신경쓰는 룸메이트만 볼수 있는 풍경을 천천히 즐기며, 새벽에 빛나는 달을 바라보았다.

달이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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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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