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것/화장실의 카이토군'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5.07.21 화장실의 카이토군 04(完)
  2. 2015.07.10 화장실의 카이토군 03
  3. 2015.07.02 화장실의 카이토군 02
  4. 2015.06.28 화장실의 카이토군 01

[세 번째 상담]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외적, 내적 상처가 심해 재활은 불가능. 기본 안드로이드인격 손상. 신체 재활용 불가능. 세 번째 상담을 마치고 폐기처분 신청서를 작성하면 상담팀을 괴롭혔던 K-221 카이토는 복구 불가능한 초기화 후 폐기 될 것이다. 서류를 정리하고 병실로 향하는 길에 나는 A를 만났다.

 

"T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디 가요? 221?“

그렇지 뭐. 오늘이 세 번째야. 마지막.”

나도 인사 가야겠다. 같이 가요.”

 

상담팀은 폐기처분율을 줄이는 것이 일이다. 완벽하게 수리될 순 없어도, 원래의 기능을 잃어도, 다른 역할로 쓰일 수 있도록. A는 폐기처분율을 줄이는 것에 큰 공헌을 하고, 그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카이토에게 특별히 신경 쓰는 것도 그녀의 성취감에 의한 것이리라. 노크를 하고 병실의 문을 열자 A는 침상을 높인 채 앉아있는 카이토에게로 종종 달려갔다.

 

카이토군, 안녕! 오늘 기분은 어때?”

. . 별로에요. 안녕하세요.”

 

나는 빌려 갔던 메모리칩을 내밀었다. 행복했던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기억소자. 카이토는 마스터와의 관계도 좋지 못했다. 불러 본 노래도 없다고 했다. 카이토는 카이토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 하나도 없다. 나는 망설이고 있었다. 너무나도 정해진 순사처럼. 그럴듯한 이야기처럼 흘러가는 게 못마땅했다.

 

선생님, 제 메모리 다 봤죠.”

. 오늘 상담은 앞으로 대해서야. 서류 보면서 설명할게.”

저한테 앞으로란건 없어요.”

 

A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조금 침울한 얼굴이었다. 자신이 포기해서 카이토가 폐기처분 되는 것 같다고 어제부터 내 주위를 맴돌며 이야기했다. 우리는 그렇게 대단한 위치가 아니다. 안드로이드의 재활은 효율과 가까운 개념이다. 대부분의 안드로이드는 다시 살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건 선택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A는 자만에 빠져있었다. 나는 폐기처분 신청서와 재활감정 신청서를 꺼냈다. 카이토는 폐기처분 신청서를 손에 들고 찬찬히 읽어나갔다.

 

재활감정.”

닥쳐요. 선생님 분명히 약속했잖아요. 그리고 선생님도 이제 알잖아요. 난 구제불능이에요. 다시는 사람을 위해 노래하고 싶지 않다고요. 이런 카이토는 있으면 안 돼요.”

 

나는 카이토가 아니에요. 카이토가 말했다.

그 화장실 안에서 카이토는 죽었다고.

갈기갈기 찢기고 희롱당하고 농락당해서.

 

형식상 설명이야. 입 다물고 들어. 본 기체는 재활 불가능의 상태를 인지하였으며, 보호 아래 있는 상담사의 의견과 동일함을 증명합니다. 인정하십니까?”

, 인정합니다.”

폐기처분 일정은 오후 여섯 시이고.”

지금 꺼주세요. 남길 말 없어요. A선생님, J선생님, B선생님한텐 미안하고. 재수 없었다고 생각하세요. 선생님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네가 폐기됨과 동시에 널 그렇게 만든 용의자들의 죄는 사라져. 원한다면 재활센터에서 재판을 진행할 수 있고.”

됐어요. 이제 꺼 주실래요?”

그래. 안녕.”

 

나는 카이토의 뒷목을 쓰다듬었다. 카이토의 피부는 건조하고, 손에 달라붙는 느낌이 좋았다. 아깝다, 라는 감정이 적절 한 것인지 모르겠다. 조금 더 카이토를 일찍 발견했었더라면, 소용없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대상자에게 감정 이입하는 것은 나쁜 버릇이다. 나는 현실에 집중하기로 한다. 내 손가락이 움직이면, 카이토의 불행한 시간은 끝난다. 전원 버튼의 주위를 맴돌았다.

 

선생님이 제 마스터였더라면, 달라졌을지도 몰라요.”

난 안드로이드 안 키워. 여기서 보는 것도 징그러워.”

나도 그래요. 안녕히 계세요, 라고 말하기도 싫을 정도로.”

 

카이토는 내 손목을 힘없이 잡았다. 나는 눈을 감은 카이토의 전원 버튼을 깊게, 삽입하듯이 부드럽게 몇 초 동안 눌렀다. 뒤로 넘어가는 카이토의 몸을 손으로 지지하며 침대에 조용히 눕힌 뒤에, 남은 서류를 챙겨 병실을 나섰다. A가 슬픈 얼굴로 상담실에서 카이토의 파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머슴쩍게 A에게 미안하다고, 카이토의 보관용 메모리를 파일 안에 붙이며 말했다. A는 끝까지 카이토의 메모리를 보지 못하겠다고 했다. 나도 추천하지 않는 바였다. 뒷맛이 더럽고, 무력하게 망가진.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나를 노려보는 새빨갛고 파란 눈동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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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

화장실의 카이토군 03

2015. 7. 10.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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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의 카이토군 02

2015. 7. 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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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의 카이토군 01

2015. 6. 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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