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쨩이랑 관계로그를 안준거같음

함께 본 꿈

귀에서 떠나지 않는 멜로디가 있었다. 어렸을 적 TV에서 비춰보였던 반짝반짝 빛나던 요정처럼 귀여운 무대에서 흘러나오던 노래였다. 시간이 흘러가는 줄도 모른채 TV속으로 빨려들어갈것만 같았던 황홀한 마법의 시간. 중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가장 소중한 곳에 담아둔 상자 속에 든 오르골에서는 노랫소리가 가끔 새어나왔다. 그리고 가슴 속에 있던 멜로디는 입술을 지나 허밍으로 바뀌며 그때의 기억을 다시금 불러일으켰다. 부활동이 없는 날이면 시내에 나가 쇼윈도우에 진열된 귀엽고 예쁜 옷을 구경하는게 좋았다. 정말 마음에 드는 옷은 샵에 들어가 입어보기도 했다. 귀여운 옷은 귀엽기 때문에 전부 용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많았다. 매달 받는 용돈은 절대 부족하지 않았다. 기숙사비용과 따로 받는 돈은 주변 친구들보다 훨씬 많은 편에 속했지만, 역시 귀여운 옷을 몇 벌 사고나면 지갑은 가벼워졌다. 어쩔 수 없었다. 귀여운 옷을 입고 거울을 보면- 귀여워진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부활동을 마치고 늦은 오후, 어딘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학교 옆 기숙사로 돌아가던 발걸음을 돌려 자주들리는 중고CD샵으로 향했다. A부터 Z까지 순서대로 정리된 음악CD를 하나씩 구경하고 있으면 가끔씩 정말 구하기 힘든 보물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탐험가의 정신이 살아나곤 한다. 가게에선 옛날 아이돌부터 요즘 인기있는 아이돌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여러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신나는 멜로디에 마음이 들뜨고 있었다.

"어라, 이 CD는.."
"안녕? 히마쨩이 먼저 눈에 들이고 있던 CD인데. 너도 필요해?"
"네? 아, 안녕하세요. 저, 저어..네."

소녀는 CD를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온순하지만 단호한 연두빛의 눈동자는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히마와리는 소녀가 입은 교복이 가까운 지역의 고등학교- 그러니까-. 기억하고 있었는데 잊어버렸다. 상대가 누구이건 P쨩의 라이브CD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중고매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적게 발매된 물건이라 중고매장을 제집 드나들듯 드나들어도 찾기 힘들었다. 드디어 만난 P쨩의 라이브CD는 두꺼운 비닐로 포장이 되어있어 구매욕구를 더욱 자극하고 있었다. 얼른 날 풀어줘, 나랑 만나줘. CD에서 흘러나오는 P쨩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듯 했다.

"흐음. 오래된 거라 구하기 어려울텐데..그보다 너, P쨩을 아는구나? 내 친구들은 아무도 모른다구-. 히마쨩이 몇번이나 CD를 빌려줬는데도 좋아해주지 않았어."
"그럴리가요..P쨩은 최고인데. 그렇게 귀여운 무대는 다시 보기 힘들거에요."
"응! 히마쨩도 그렇게 생각해! 너, 이름이 뭐야?"

히마와리는 CD를 잡은 손을 떼고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P쨩은 은퇴한지가 5년이 넘었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아이돌이 나오는 세계에서 5년이란 시간은 너무나도 길었다. 잊지 못하고 P쨩을 찾는 사람이 하나 하나 줄어가고 있지만, 관객석의 마지막에 서 있는 한 사람이 되기로 히마와리는 마음 먹었다. 무대가 끝나도 P쨩이 부른 노래는 영원히 마음 속에 남아있다. 아이돌이란 그런 존재였다.

"앗. 제 소개가 늦었네요. 죄송해요. 저는 미나즈키 리리라고 해요. 그쪽은.."
"리리쨩이구나. 난 히마쨩! 시노하라 히마와리야! 히마쨩이라고 부르면 된다구? 그럼 우리 이렇게 할까? 리리쨩이 먼저 CD를 들어보고- 그다음에 히마쨩에게 빌려주는거야!"
"응, 좋아요! P쨩을 아는 사람을 만나서 기뻐요. 양보해 주시는건가요..고마워요."
"헤헤..어짜피 히마쨩은 용돈을 다 써서 돈이 없거든."
"그랬군요..이런. 그럼 제가 답례..라고 하긴 이상하지만, 다음에 식사라도.."
"꺄-! 좋아! 히마쨩은 이 근처 카페 대부분 알고 있으니까! 딸기쇼트케이크 좋아해? 파르페는?"
"전부 좋아해요. 히마..마리쨩이 좋아하는 곳으로 가도 괜찮아요. 우선 계산하고 돌아올게요!"

*

"헤에, 리리쨩은 아이돌이라면 모르는게 없구나-! 대단해!"
"좋아하니까요. 모두가 정말 멋있고, 귀엽고, 예쁘고.."
"맞아 맞아! 히마쨩도 아이돌 정말 좋아해- 그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 되면, 정말 즐거울거야."
"후후. 그렇겠네요. 무척이나 기쁘겠죠. 다른 아이돌도 많이 만날테고요."
"우웃, 리리쨩은 무지 귀여우니까- 아이돌 할 수 있을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귀엽다니. 요즘엔 아이돌이 굉장히 많으니까요, 진입장벽이 낮아진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 처럼 평범한 사람에겐 역시 동경의 세계일까요-."
"역시 그렇지? 아무나 그렇게 귀엽고 반짝일 순 없는거니까!"
"마리쨩은 지금도 충분히 귀여워요. 아이돌 하지 않아도 치어리딩부에서 힘내고 있고요."
"리리쨩도 무지 귀엽다구? 다음에 히마쨩이 선물한 리본 하고 오는거야. 약속이다?"

그 동안 받은 리본의 갯수를 손가락으로 세는 리리의 모습이 귀여웠다. 부활동이 없는 날이면 함께 가라오케에서 좋아하는 아이돌의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하고, 연습하고 있는 곡이면 몇 번을 반복해서 불렀다. 말이 잘 통하는 친구는 아무리 자주 만나도 부족한 법이니까. P쨩의 노래를 오랫만에 들었더니 너무 들뜬걸까나-. 딸기쇼트케이크 위에 올려진 딸기를 포크로 뭉개며 눈을 살짝 감았다. P쨩이 올라간 무대를 멀리서 바라보면 그 곳은 꿈의 세계. 예쁘게 꾸며진 모형정원은 완결된 동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 슬쩍 눈을 뜨니 리리도 함께 눈을 감고 있었다. 같은 꿈을 그리고 있었을까-. 포크를 베어물자 달콤한 딸기와 생크림 향이 입 안에 퍼졌다.

*

혼자 멀리 바라던 꿈은 모두가 함께 꾸는 현실이 되고, 현실은 곧 모두의 꿈이 된다. 이 곳은 꿈의 세계. 두 사람이 언젠가 나누었던 대화 속의 세계. 무대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히마와리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채로 활짝 웃고 있던 리리에게로 뛰어갔다. 멋진 의상과 격식있는 퍼포먼스는 관중의 시선, 시간, 그리고 먼 곳을 가리키는 이상향을 그리워준다. 찬 음료와 수건을 내밀자 스태프가 몰려 시끄러운 인파 속에서도 은은한 목소리는 금방 귀에 들어왔다.

"리리쨩언니-! 오늘 무대 최고였어! 정말 귀여웠어! 역시 최고야-!"
"헤에. 마리쨩. 고마워요. 귀여웠나요..굉장히 멋있는 무대를 생각했는데."
"우웃..물론 멋있기도 했어. 히마쨩이 전부 녹화했으니까- 다음에 같이 보자!"
"부족한 점을 볼 수 있겠네요. 좋아요. 저도 마리쨩 순서 녹화 했으니까요."
"좋아! 다음 쉬는 날에 같이 보는거야-!"
"응-. 약속 하는거에요."

밝은 미소는 처음 보았던 때처럼 귀엽고 따스한 기운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꽉 안아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친구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빛나고 있었다. 함께 노래를 들었던 어느 날 카페에서 처럼. 


짧은 로그지만..리리쨩 러브맨.. 관계로그이므로 답은 필요없습니다 애들은 원래 관계캐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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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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