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대화가 너무 귀여웠다


420자 어쩔 수 없네

한 두번 놀러오는 게 습관처럼 붙어버리더니 관성처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우에다의 집에서 주말을 보내는 날이 많아졌다. 그의 집은 넓고, 쾌적하며, 편하고 푹신한 소파도 있다. 노조무는 며칠 전 주문한 음악 CD를 플레이어에 재생시켰다. 커다란 스피커가 달린 블루투스 플레이어는 깔끔하고 생생하게 노래를 들려준다. 번거롭게 컴퓨터가 있는 장소에 찾아가 변환시켜 들을 필요도 없고, 훨씬 음질도 좋았다. 자주 사용하진 않는 모양인지 블루투스 플레이어는 새 것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눈을 감고 노래를 제대로 들어보려 집중하려하자 시야에 불쑥 우에다가 나타났다. 여긴 그의 집이었으니, 오히려 당연한 등장이었다.

"뭐해. 노조무-."
"노래 듣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우에다씨."
"이름으로 불러."

며칠 전 부터 꾸준히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말해오고 있는 우에다였다. 다른 누구에게도 말을 놓지 않으니까, 특별히 아쉽게 생각하지 말라고 해두었지만 그는 전혀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직장에서까지 노조무-. 하고 허물없이 호칭하는 당신이 더 문제라고. 노조무는 못박기까지 했다. 매번 시노하라. 시노하라. 라고 고쳐주어도 전혀 개선할 생각이 없는게 분명했다. 반 쯤 포기한 채로, 우에다도 언젠간 그러리라 시간을 끌고 있었다. 어느새 빈 소파의 끝에 앉은 우에다는 본격적으로 노조무를 바라보며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름."
"욕심이 많네요. 호칭은 중요한게 아닙니다. 서로 편한걸 부르면 되는거에요."
"그럼 나도 노조무로."
"하아...그건 다른 문제구요. 회사에서는 공적인 자리니까요."
"지금은 공적인 자리가 아니잖아."
"연습이 필요해요. 갑자기 그렇게 바꾸자고 해도.."
"익숙해지면 되구, 자주 부르면 되구."
"정말..어쩔 수 없네요. 이름.. 코.."

한숨을 쉬며 대답하자 긍정의 의미를 발견한 우에다가 바싹 달라붙어 눈을 반짝였다. 참을 수 없다는 듯. 선물상자를 풀어보는 아이처럼 잔뜩 기대한 얼굴이었다. 이름으로 부르는게 그게 뭐라고. 이렇게나 기대하는 우에다도, 못하겠다고 며칠을 버티는 노조무 자신도 새삼스럽게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붙어버린 호칭이 잘 떨어지지 않는 탓이라기엔 쓸데 없는 고집이었다. 침을 삼키며 노조무의 말을 기다리는 우에다의 얼굴이 부담스러웠다. 필요이상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렇게 바라보면 나오던 말도 들어가버린다구요."
"그럼, 안볼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고개를 휙 돌려버린 우에다는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왼쪽 귀를 노조무쪽으로 향했다. 정말, 유치하지. 노조무는 살풋 미소지어버리고 말았다. 그와의 언쟁은 늘 이런식이었다. 이기는 듯 하면서도 이길 수 없다.

"..못 말리겠네요. 시험이니까 한번 만 입니다. 코타로우..?"
"응."

노조무는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소파에 고개를 묻었다. 우에다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생각하면 더욱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스피커에서 노조무의 기분에 맞지 않게 평화로운 연주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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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chu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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